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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 우주산업 따라잡으려면 5년간 20조는 쏟아 부어야"

[서울포럼 2022-우주에서 길을 찾다]

■ 세션1 : 우주컨트롤타워와 인프라 구축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 위해 기반인프라 확보는 필수

韓, 30년된 나노기술 집착…차세대 '퀀텀' 투자는 소홀

'다부처·다목적 컨트롤타워' 구축…일관된 우주전략 짤때

최상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이 16일 ‘서울포럼 2022’ 세션1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한국이 어떻게 투자해야 적어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계산해봤습니다. 1년에 약 30억 달러씩 5년간 155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하면 일본 수준의 우주개발 프로그램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최상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에서 아시아 우주항공 산업 강국인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우주예산이 7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예산을 4배 이상 늘려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나사의 올해 예산은 260억 달러다.

최 수석연구원은 이날 ‘우주 컨트롤타워와 인프라 구축’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현재 한국 우주산업 수준을 평가하면 인재들의 지적 능력이 아주 우수하기 때문에 기본적 수준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공업 수준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20배 정도에 달할 만큼 발달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각 영역을 세분화해 살펴보면 인력 수준, 가공력, 통신 등에서는 어느 정도 발전이 있었지만 탐사선·센서 개발, 우주전력 면에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의 우주개발이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1980년에 나사에서 변혁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각국에서 새로운 영역을 해보자는 분위기 속에 나노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며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나노에 매달린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퀀텀(양자) 기술 투자 규모가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2018년 나노에서 퀀텀 기술로 흐름이 넘어갔지만 한국의 퀀텀 투자는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우주개발 과정에서 연구기관과 연구원,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용인하고 격려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 문화를 예로 들며 “한 번의 실패로 대학 진학에 실패해 좌절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며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므로 용기를 내서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인재를 평가할 때 인지(cognition)만 중시하는데 이 밖에 절차 준수(compliance), 상상력(imaginativeness)까지 3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도 나사와 같은 기관이 나오려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최 수석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 예산 중 나사에 들어가는 비중은 0.34%밖에 안 된다”며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나사를 최고 국가기관으로 꼽는 것은 그곳에 훌륭한 사람들이 집적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버지니아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되는 한반도에 모여 있는 인재를 적절히 꺼내 쓰면 한국이 금방 다른 나라 우주 프로그램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 둘째 날 세션1에서 허환일(왼쪽부터)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류장수 AP위성 대표, 최상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날 강연에서는 우주산업이 단순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전략기술, 외교·안보, 국민 편익 향상, 미래 먹거리 등 다방면으로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수석연구원의 뒤를 이어 주제 강연을 이어간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우주산업을 R&D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위성을 언제까지 몇 개 개발한다, 발사체를 어떻게 개발한다, 탐사는 어떻게 한다 등 파편적으로만 접근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우주개발을 여러 관점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컨트롤타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립하는 R&D 차원에서만 봤다면 앞으로는 다부처·다목적 체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과기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도 우주를 연구하고 항우연 외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다양한 관련 기관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부처의 수요를 조정하고 예산 중복을 방지하면서 종합적 관점에서 일관된 전략을 짜는 강력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검토를 통해서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주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이 업스트림(상류)에서 다운스트림(하류)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려면 탄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업스트림이 위성·발사체 제작과 서비스라면 다운스트림은 그런 위성 등 인프라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전체 우주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반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우주산업 중 업스트림 비중이 10%로 85%에 달하는 다운스트림보다는 작지만 다운스트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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