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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시기상조"라는 '조력존엄사법' 국민 10명 중 8명은 찬성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내 최초로 '조력존엄사법' 발의

첫 대국민조사에서 응답자 81%가 조력존엄사 법제화에 찬성

'조력존엄사법' 국회 발의를 계기로 관련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지투데이




국민 10명 중 8명 꼴로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명 '조력존엄사법'이 지난달 국내 최초로 국회에 발의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대국민조사 결과다.

의료계와 종교단체는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품위있는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력존엄사법' 발의 후 첫 조사에 81%가 ‘찬성’


13일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1%가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1~4일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의 웹조사를 통해 조력 존엄사 및 그에 따른 법제화, 지원 정책 등에 대한 여론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에 달했다. '반대한다'는 16%, '매우 반대한다'는 의견은 3%에 그쳤다.

연령별 응답분포를 살펴보면 60세 이상의 찬성 비율이 86%로 가장 높았다. 반대 의견이 26%를 차지한 30대를 제외할 경우 18~60세 전 연령층에서 찬성 의견이 80%를 웃돌았다.

조력존엄사 법제화 찬반 조사 결과. 사진 제공=한국리서치


조력존엄사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개념이다.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라고도 불린다.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자기 결정권 보장'이 25%로 가장 많았다. '품위있는 죽음(웰다잉)에 대한 권리'가 23%로 뒤를 이었고, '가족 고통과 부담'(20%), '고통의 경감'(13%), '남은 삶의 무의미'(1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세부 응답별 연령 분포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자기 결정권 보장'을 이유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18~29세에서 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에 비해 60세 이상은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가 29%, 40대는 '가족 고통과 부담'이 26%로 각각 높게 나타났다.

반면 조력 존엄사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생명 존중'(34%), '악용과 남용의 위험'(27%), '자기결정권 침해'(15%) 등을 이유로 들었다.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법제화 필요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72%가 동의를 표했다. 광의의 웰다잉은 호스피스와 취약계층 말기 환자의 사회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유산 기부, 마지막 소원 이루기, 정신적 유산 정리, 생전 장례식 등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호스피스 비용으로 1인당 370만 원의 건강보험재정 지출이 절감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절감 비용을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광의의 웰다잉 지원에 설제적으로 투자하는 데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을 때 응답자의 80%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건강증진 기금, 정부출연금, 기부금을 재원으로 한 웰다잉 문화기금 설치 및 지원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80%에 달했다. 국가가 웰다잉을 지원한다는 선언을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은 62%로 조사됐다.

◇ 국회 발의된 ‘조력존엄사법’ 속도낼까


이번 조사는 국내 최초로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된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대국민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2월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되며 소생 가능성 없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만 허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조력존엄사와 적극적 안락사는 모두 불법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조력존엄사 대상자를 △말기 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으며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말기 환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서면으로 대상자 결정을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약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의사가 약물을 직접 환자에게 투약하는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안규백 의원은 “모든 존재는 생자필멸하기에 언젠가는 죽음과 조우하게 된다”며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이른바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국민 대다수가 조력존엄사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안 의원은 다음달 국회에서 학계, 의료계, 법조계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 종교계·의료계는 생명 존엄성 훼손 우려로 ‘반대’


다만 의료계와 종교계가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조력 존엄사법’ 발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인간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이든 타인에 의해서든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함을 지니고 있다"며 “말기 환자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줄이고, 존엄하고 품위 있는 임종을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동체의 관심과 돌봄이지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의사 조력자살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인간적인 관심과 돌봄의 문화를 잃어버린 결과일 뿐 인간 존엄을 실현하는 길이 아니라는 게 천주교 측의 논리다.

특히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원하지 않는 결정’을 초래하는 등의 오남용이나 부작용의 위험도 존재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말기 환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대안으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과 법률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의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력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자살예방법과 상충된다는 게 의협 측의 주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조력존엄사는 연명의료결정 중단이나 호스피스 완화 의료와는 성격이 다르고 생명 경시 풍조를 부추길 우려가 크며 의사 보호방안도 미흡하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확대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 ‘광의의 웰다잉’ 공론화 필요성 대두


해외에서는 지난 2002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래 캐나다, 벨기에 등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찬성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2016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5년만에 찬성비율(41.4%)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무의미한 수명 연장보다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안락사 및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에 대한 참가자의 태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및 사회복지 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마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며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다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급격하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생명 존중의 의미로 안락사가 논의되려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존재적 고통의 해소’라는 선행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며 “웰다잉 문화 조성 및 제도화를 위한 기금과 재단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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