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우크라이나를 누가 통치할지는 우크라이나인이 정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발언이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 중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인민과 역사에 굉장히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도록 분명히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이 함께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삶을 누려야 할 우크라이나 국민을 동정한다. 우리 눈앞에서 우크라이나 역사가 망가지고 있어 애석하다"며 "선동에 굴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이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안쓰럽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그가 밝혔던 입장과 상반된다. 그는 올 4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정권을 교체할 계획이 없다”며 “어떤 정권에서 살아갈지는 우크라이나인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독립이 목표라고 주장했던 러시아가 최근 “(전쟁) 목표가 남부 지역 장악으로 변했다(라브로프 장관)”고 밝힌 데 이어 다시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까지 천명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하기로 한 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과의 4자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4자 합의 바로 다음 날인 23일 오데사 항구를 미사일로 공격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라브로프 장관은 이집트에 이어 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 장관과 만나 이집트로 곡물을 수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체 밀 수입의 약 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한 이집트는 이번 전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함락된 첫 번째 주요 도시인 남부 헤르손을 9월까지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헤르손 지역 수반의 고문인 세르히 클란은 이날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방어에서 반격으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왔다”며 “서방의 무기를 활용해 9월까지 헤르손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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