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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인사이트]마약과의 전쟁에 승리하려면

김태기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美, 소비 자체보다 밀수 막는데 급급

1조달러 들였지만 '마약 전쟁' 여전

단순 공급만 통제해선 고리 못 끊어

심각성 모르는 사회 분위기 바꿔야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10년 사이 10대의 마약 사범이 10배 증가하는 등 마약이 관리 가능한 임계치를 넘어 국가적 리스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면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한다고 하는데 대검찰청의 최근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6년에 그 기준을 넘어 빠르게 증가해 2021년 31.2명으로 ‘마약 위험국’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국제 마약범의 먹이가 됐다. 북한과 동남아 등에서 들어온 마약이 급증했고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범죄수사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 사이 6.5배 증가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마약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마약과의 전쟁에 원조 격인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선포한 후 역대 정부마다 마약 퇴치를 강화해 지난 50년간 1조 달러를 들였지만 여전히 마약에 시름하고 있다. 마약 문화가 보편화돼 마약 소비가 줄지 않고 남미 등의 마약 밀수에 강력하게 대응했지만 공급이 늘어 가격은 저렴해졌다. 미국은 1960년대에 마약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히피 등 전통 가치와 문화를 거부하는 사회 분위기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로 퍼지고 영화와 드라마 등은 마약을 새로운 문화인 양 다뤘다.



미국과 정반대로 중국은 마약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는 나라다. 마약 사범은 외국인이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2014년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마약을 밀매한 한국인 마약 사범을 사형에 처해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무자비한 데는 아픈 역사가 있다. 중국은 청나라 시절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다 실패해 마약으로 나라가 무너졌다.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청나라로부터 차와 도자기를 수입하고 인도에서 생산된 아편을 청나라로 수출했다. 청나라는 아편 금지령을 발동하고 영국과 두 차례 아편전쟁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아편 중독자가 1836년께 1250만 명이었고 아편 구입에 쓰인 돈은 청나라 재정의 30% 정도였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마약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우리처럼 마약에 관대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국의 마약청은 국가안보 기구 수준의 권한을 갖고 있고 마약 처벌은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미국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마약 소비를 줄이지 못하고 공급만 통제해서는 마약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마약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예 권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사람의 의식을 일깨워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고 시간도 걸린다는 점에서 정부의 의지로 가능한 마약 단속과 처벌보다 더 힘들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성공하려면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마약에 무감각한 사람의 인식이 청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중국과 마약이 유행한 후 50년 이상 마약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두 나라 모두 상식과 도덕을 무시하는 일탈 행위가 판치는 반(反)법치주의와 혼란을 부추기는 반민주주의 사회 분위기가 마약 문화의 온상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 사이 이런 분위기에 빠지면서 마약이 급속히 확산했다고 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사회 분위기가 고착되면 마약은 빠르게 확산되고 되돌리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마약과의 전쟁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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