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이적료 가치가 월드컵에서 실제 성적으로 이어질까.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선수단의 전체 이적료 가치를 기준으로 참가국의 순위를 매긴 바 있다. CIES는 각 선수의 나이와 경기력, 소속 클럽의 경제적 가치,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예상 이적료를 산출했는데 당시 14억 1000만 유로(약 1조 9600억 원)로 1위를 기록한 프랑스가 자신들의 몸값을 톡톡히 해내며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년 전 13억 8600만 유로(약 1조 9200억 원)로 두 번째로 순위가 높았던 잉글랜드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4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3위 브라질(12억 6900만 유로), 4위 스페인(9억 6500만 유로) 등 이적료 톱 10에 진입한 국가 중 9개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선수들의 몸값과 성적이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톱 10 국가 중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유일한 국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자랑하던 독일이었다. 당시 이적료 가치 6위(8억 9500만 유로)에 오른 독일은 23위(1억 2300만 유로)에 불과한 한국에 0 대 2 충격 패를 당하며 조 꼴찌의 수모와 함께 월드컵 무대에서 쓸쓸히 물러났다.
CIES는 이달 16일(이하 한국 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도 참가국의 이적료 가치 순위를 공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이적료 총합은 1억 5900만 유로(약 2200억 원)로 본선 진출국 32개 팀 가운데 26위다. 직전 월드컵과 비교해 몸값 총액은 다소 상승했으나 전체 순위는 3계단 더 하락했다.
한국의 몸값은 4년 전에도 그랬듯이 이번 대회 H조에서 최하위다. 3차전(12월 3일 오전 0시)에서 만나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이적료가 11억 5400만 유로(약 1조 6000억 원)로 전체 5위를 차지했는데 벤투호의 7배가 넘는다. 1차전(24일 오후 10시) 상대 우루과이는 5억 9000만 유로(약 8200억 원)로 9위, 2차전(28일 오후 10시) 상대 가나는 2억 700만 유로(약 2900억 원)로 19위다. 몸값으로만 평가하면 한국이 H조에서는 최약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 중 이적료 가치가 가장 높은 팀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다. 이적료 총합은 14억 9900만 유로(약 2조 800억 원)로 추산된다. 벤투호의 10배 수준이다. 세계 최강 브라질이 14억 5500만 유로(약 2조 200억 원)로 2위에 자리한 가운데 프랑스가 3위(13억 3700만 유로), 스페인이 4위(12억 100만 유로)로 뒤를 이었다.
이적료 총액 순위만 비교했을 때 한국이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 다만 4년 전 독일을 끌어 내린 것처럼 몸값 톱 10에 포함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중 한 팀을 잡는다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손흥민도 “경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제가 가진 에너지·실력·능력을 최대한 뽑아내서 이번 월드컵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다짐했다.
H조 최하위로 평가된 한국이 예상대로 16강 진출에 실패할까. 이적료 가치 총액 1위를 차지한 잉글랜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선수들의 몸값과 순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