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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통념을 잊다, 생명을 잇다…환자가 꿈꾸는 유토피아

◆안전 최우선 설계 '중앙대광명병원'

☞팬데믹 이후 건립

수술실 특화…상하부에 중앙공급·병리과 둬 이동 편리

감염예방·차단…엘리베이터 22개·응급실 출입 다양화

☞호텔 같은 디자인

심리적 안정감…곡선 입면에 간접등, 벽면은 돌·나무로

의료진보다 환자…채혈실·대기실 등 창가측 편의 제공

☞미래지향 시스템

간호간병일원화…병실 맞은편 간호스테이션 '소통 업'

1인 가구 맞춤형…다인실에 수도관 연결땐 1인실 변경


대형병원을 짓는 일은 하나의 작은 마을을 만드는 작업과 유사하다. 입원 및 외래환자·보호자는 물론 의료진과 직원 등 하루 체류 인원이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병원은 단순 치료를 넘어 회복·의식주 등 생활 전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부지 위에 지어진 치료 시설은 감염을 막기 위한 환기, 동선 구축, 나아가 머무는 이들의 안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복잡한 기능을 떠안고 있다.

병원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빠르다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나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외부 요인부터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상은 병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병실 구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대광명병원은 의료복합 클러스터 끝단 삼각형 부지에 위치하며 대지 형상의 제약으로 전면의 교통광장을 제외한 부지에 콤팩트한 구성으로 배치됐다. 병상 수 확보를 위해 대지 경계를 따라 유려한 곡선의 기단부와 병동이 자리 잡아 입면의 정면성과 상징성을 확보했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안전 최우선’ 모토 속 건립된 중앙대광명병원=지난해 3월 개원한 중앙대광명병원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대형병원으로 꼽힌다.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부터 2015년 메르스 사태, 2019년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안전한 병원’이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후다. 설계를 맡았던 간삼건축 헬스케어디자인팀은 중앙대광명병원이 여타 병원들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사회적 재난 이후 착공을 시작한 점을 꼽았다.

이태상 간삼건축 헬스케어디자인팀 본부장은 “병원은 사회적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축물이다 보니 보통 건축물이 완공된 후에도 리모델링 등을 통해 수많은 변경이 이뤄진다”며 “중앙대광명병원은 커다란 재난 이후에 건립돼 별도의 리모델링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염병 예방 등 ‘안전’을 최우선해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대표적인 공간은 수술실이다. 의료복합 클러스터 끝단 삼각형 부지에 위치해 콤팩트한 구성으로 건물을 설계해야 했기에 수직 구조를 적극 활용했다. 수술부 직상부에 중앙공급부를 배치해 청결 물품을 신속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직하부에는 병리과를 둬 수술 중 정확한 검체 이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앙대광명병원 수술실 연결 동선. 감염과 그로 인한 2차 피해로부터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응급 환자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수평 및 수직 동선으로 설계됐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이외에도 감염 예방·관리를 위해 별도의 공조 시스템을 적용하고 층수를 달리하는 22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의료진·환자·고위험환자 간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했다. 다른 병원들도 도입하기 시작한 응급실 진출입구 다양화를 설계 초기부터 도입해 감염병 의심 환자가 일반 환자와 접촉하는 일 또한 사전에 방지했다. 내진 설계 또한 구조물에만 적용하지 않고 외장재에도 반영해 지진 발생 시 외장재가 떨어지는 것을 예방했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했다. 각 병동에 피난 발코니를 두고 수직구조대를 통해 한층 한층 내려가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도 환자들이 임시 대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본부장은 “수직구조대가 국내법에 의무화된 시설은 아니다”라면서도 “요양병원 화재 사태 당시 의료진이 환자를 한 명 한 명 업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이동이 힘든 환자들도 탈출이 용이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건축주도 흔쾌히 동의해 적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광명병원의 경우에는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병동 양쪽에 피난 발코니를 마련해 화재시 각 층에서 외부로 피난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수요자인 환자를 이해해야 미래의 병원 설계 가능=병원 기능은 사회 변화에 발맞춰 바뀌어야 하기에 설계 초기부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병원 건축이 맡은 숙제다. 간삼건축 헬스케어디자인팀은 이를 위한 해법으로 ‘환자 우선’을 강조했다. 결국 병원의 수요자인 환자를 이해해야 미래 지향점도 명확해진다는 취지다.

중앙대광명병원이 디자인적인 요소에 각별히 신경을 쓴 점도 이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과거처럼 기능과 효율 중심 대신 심리적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치유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병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래환자 치유가 관건이 되고 외래환자의 심리적인 안락함과 만족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병원 내외부도 환자가 원하는 도심 속 병원을 고안한 결과물이다. 외부와 내부 입면의 유려한 곡선은 처음부터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디자인을 탐색하며 만들어졌다고 한다. 입구에 펼쳐진 캐노피와 입원실 복도를 채운 간접등 등을 통해 호텔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실내 바닥과 벽의 재료를 돌과 나무·유리로 차별화해 환자가 병원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 데 더해 소재에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했다.

중앙대광명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창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과 함께 감각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각 층의 오픈된 부분을 변화시켜 자연스럽게 위로 시선이 이동하고 천장에 매달린 모빌 장식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입원실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간병인이 줄어들며 ‘간호간병통합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을 대비해 입원실 입구에는 큰 창을 두고 간호사스테이션을 가깝게 배치해 간호사가 병실을 수시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입원실 내부도 추후 다인실의 비중이 줄어들 것을 염두해 수도관만 연결하면 언제든 1·2인실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이미 ‘간호간병통합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며 “한국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간병인이 없는 환자들도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사전에 병원 측과 협의해 이같이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의 편의보다 환자의 편의를 우선한 시설도 곳곳에 배치했다. 채혈하며 창문 너머 자연경관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채혈실과 환자 대기실은 간삼건축 헬스케어팀이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다. 김보경 헬스케어디자인팀 수석팀장은 “창가 측을 환자들에게 내주며 의료진들은 창이 없는 장소를 진료실로 배정받아 설계 중 일부 반대 의견도 나왔다”면서도 “환자가 자연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치유에 있어서도 우선이라 설득했고 병원 측도 이에 공감해 이 같은 배치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중앙대광명병원 내 채혈실. 채혈 시 외부 환경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해 환자의 심적인 안정을 도모했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중앙대광명병원 내 진료실과 환자대기실. 환자대기실이 창문과 맞닿아 있도록 설계해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진료실에는 각 과 대신 숫자를 적어 언제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개별 과에 진료실을 배치하지 않고 통합 진료실을 구성한 점도 추후 환자 수요에 발맞춰 언제든 진료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보통의 건물은 건축주와 협의하면 되지만 병원은 병원장 등 운영진과 시설팀 등 실무자, 실제로 각 과에서 진료를 보는 의료진 등 협의 과정이 훨씬 세분화돼 있다”며 “이번 건축을 위해 100명이 넘는 병원 측 관계자들과 3개월간 면담을 진행한 결과 ‘환자 우선 설계’를 중시하는 의료진이 많아 이 같은 설계까지 궁극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중앙대광명병원은 경기도 광명시 광명 의료복합 클러스터 내에 약 690병상 규모로 지어진 병원이다. 암센터·심뇌혈관센터·소화기센터 등 전문성을 갖춘 각각의 센터를 중심으로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최대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앙대광명병원 내 간호 스테이션. 간호사스테이션을 입원실 대항형으로 배치해 간호사가 언제든 유리창 너머로 환자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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