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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솔리리스, 국산 복제약 풀리나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에피스클리'

유럽서 품목 허가…상업화 첫발

소송전 휘말려…발매시기는 미정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 사진 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국내에서 가장 값비싼 약은 무엇일까요? 이달 1일 건강보험 급여 등재 목록 중 최고가는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입니다. SMN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운동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척수성근위축증(SMA)’환자에게 결함이 있는 유전자의 기능적 대체본을 제공해 병의 진행을 막는 원리인데요. 비급여 기준 1회 투약비용이 19억 8000만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8월부터 건보 적용을 받으며 환자 부담금이 최대 598만 원까지 낮아졌습니다. 단 1회 투여로 완치가 기대되는 '원샷 치료제'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보건 당국이 통 큰 결정을 내린 셈인데요. 물론 그만큼 급여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사전심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인정 받아야 투여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솔리리스. 사진 제공=한국아스트라제네카


나날이 늘어나는 초고가약들은 건보재정 지출 부담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요. 2012년 국내 사전심의제도 첫 대상으로 초고가약의 원조로 불리는 ‘솔리리스’의 특허가 만료되며 마침내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된 바이오텍 알렉시온이 개발한 솔리리스는 한해 약 5조 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약물입니다. 핵심 적응증인 야간혈색소뇨증(PNH)은 자가면역체계인 보체(comlements)의 공격으로 혈관 내 적혈구가 파괴되어 용혈이 발생하는 희귀 난치질환으로 발병 후 5년 이내 환자의 3분의 1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죠. 2007년 미국·유럽 허가를 받은 솔리리스가 3년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환자들의 희망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한해 4~5억 원에 달하는 치료 비용이 걸림돌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2012년 건보 적용 길이 열렸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전심의 통과율이 저조해 환자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실제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12~2020년 솔리리스 사용을 신청한 PNH 환자의 최초 승인 심사율은 5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샷 치료제가 아닌 솔리리스는 매 투여 때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은 더욱 컸죠.



이처럼 비싼 가격이 매겨진 이유는 신약 개발 난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희귀 난치질환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시장성이 보장되는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개발 현황이 유독 저조했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특허 만료에 맞춰 10여 개사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죠. 덕분에 솔리리스는 FDA 허가 이후 16년째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요. 최근 변수가 생겼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에피스클리’가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거든요. 지난 4월 유럽 허가를 받은 암젠의 ‘베켐브’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에 성공한 겁니다. 암젠보다 한발 늦게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룹사 특유의 속도감을 발휘해 임상, 허가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시켜 베켐브와 허가 시점을 한달 남짓 차이로 좁혔습니다. 솔리리스 입장에서는 갑자기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2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미 유럽에서 솔리리스의 물질 특허는 지난 2020년 만료됐는데 오리지널 개발사가 시장사수를 위해 전방위 소송전을 펼치고 있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발매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머지 않아 제품 발매에 나서면서 솔리리스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허가로 희귀 혈액질환 분야 첫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경쟁사가 아직 시장 발매에 나서지 않은 만큼 동일 선상에서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자가면역질환에 처방되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를 시작으로 지난 7년간 총 7종의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허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레미케이드’, ‘휴미라’ 등 자가면역질환을 넘어 항암제 ‘허셉틴’과 ‘아바스틴’, 안과질환 치료제 ‘루센티스’에 이어 희귀 혈액질환까지 다양한 치료군으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넓히며 차별성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식약처에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의 허가신청을 완료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허가와 급여 기회가 열려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고 건보 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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