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공용 자전거 서비스 '벨리브(Velib)'가 한 생명권 단체의 낙태 반대 캠페인과 얽히면서 낙태권 논쟁에 휘말렸다.
8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생존자들(Les Survivants)’이라는 프랑스의 생명권 단체는 낙태를 헌법 상 권리로 만들려는 프랑스 당국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게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단체는 시내 곳곳의 벨리브에 “만약 당신이 그를 살렸다면?” 등의 슬로건과 함께 태아가 성장해 소년이 된 뒤 행복한 얼굴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의 스티커를 붙였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낙태를 헌법에 명시하려는 법안이 발의된 지금, 우리는 우리가 놓친 모든 이들을 대신해 행동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는 낙태가 생명권과 같은 기본권이 되는 ‘이분법적’ 헌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여성 인권 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용납할 수 없는 불법”이라고 지적했고, 이자벨 롬 성평등부 장관 역시 “낙태권을 훼손하는 그 누구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전국 여성 권리 단체의 수지 로트만 대변인은 “이번 캠페인이 오히려 프랑스에서 낙태법을 보장해야 할 시급성을 드러냈다”며 “우리는 낙태권이 미국에서처럼 언제든 도전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려와 경계를 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프랑스에서 낙태권 명문화가 추진된 계기는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낙태를 합법화한 법률인 ‘로 데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 대법원에 의해 자유가 훼손된 여성들”에 연대를 표명했고, 프랑스 정부는 헌법상 낙태권 명문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상원과 하원이 각각 처리한 헌법 개정안이 달라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하원은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표현한 반면, 상원은 ‘자유’라고 명시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프랑스 법상 ‘권리’라고 표현할 시 ‘자유’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정부에 의해 보호된다.
한편 벨리브 측은 자사 자전거가 뜻하지 않게 낙태 반대 운동에 이용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뱅 라이포 벨리브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일부 사람들이 모든 광고 규제를 무시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단체에 대해 “반드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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