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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깊이 아린 '엄마'라는 단어…모녀 필람 영화 '3일의 휴가' [정지은의 오영이]

영화 '3일의 휴가' 리뷰

세상을 떠난 엄마와 보낸 특별한 3일

엄마 김해숙, 딸 신민아의 '진짜' 모녀 같은 연기

본격 효도 장려…육상효 감독 "자식들 전화하게 만들 것"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사진=쇼박스




엄마는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듯 감내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자식은 '엄마'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가슴 깊이 아려오곤 한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늘어난 흰머리, 구부정한 허리와 지난 세월을 아로새긴 깊은 주름을 맞닥뜨리는 순간 자식과 부모의 처지는 역전된다. 그리고 자식이 한없이 작고 약해진 엄마를 보듬을 만큼 나이들 때쯤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영화 '3일의 휴가' 포스터 /사진=쇼박스


배우 신민아와 김해숙이 모녀 관계로 만난 영화 '3일의 휴가'는 딸 진주(신민아)를 두고 먼저 하늘로 떠난 엄마 복자(김해숙)가 천국 백일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포상으로 이승으로의 휴가를 내려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복자는 자신의 온 생을 바쳐 공부시키고 미국 유명 대학 교수까지 된 진주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딸을 만나러 내려간다. 하지만 그의 부푼 기대와 달리 진주는 복자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하던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의 백반집을 꾸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귀신의 처지인 복자는 딸을 만지지도, 심지어 말을 걸지도 못한다. 복장이 터지는 복자는 진주가 다시 미국으로 가서 교수 일을 하기를 바라며 잔소리를 얹지만 어느 말도 진주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복자는 진주가 정신적인 문제로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사진=쇼박스


'3일의 휴가' 속 모녀의 관계는 상황만 다를 뿐 이 세상의 모든 모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담겨 있다. 어릴 적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삼촌 집에 맡기고 다른 집을 전전했던 엄마를 향한 배신감을 평생 품고 살아간 진주, 딸의 원망은 모른 채 오직 돈을 벌어 자식 교육시키는 것에만 집착했던 복자.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과 딸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정작 딸이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한 엄마의 엇갈림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모녀 간에 빚어진 갈등은 서로에 대한 사랑만큼 더욱 잔인해진다. 진주는 복자의 도움으로 컸지만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따뜻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평생 딸만 바라보며 고생을 마다 않던 복자는 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이후 심장마비로 갑자기 하늘로 떠난 복주, 하지만 진주는 미국에 있었고 이틀 동안 자신의 귀국을 기다리며 영안실에 방치됐던 엄마를 향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 꽃 같은 모든 인생을 걸었던 엄마의 희생을 나 몰라라 했던 지난날에 대해 후회하며 자신을 벌주기 위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백반집을 이어받는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사진=쇼박스


'3일의 휴가'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딸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뜨거운 모성애, 그 이상을 뛰어넘은 우주적인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엄마와의 연결고리이자 추억의 매개체인 따끈한 음식들도 감성을 자극한다. 무를 넣어 만들었던 복자 표 만두부터 마을 사람들을 위해 끓여 낸 국수까지,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감성을 보여주듯 군침 도는 음식과 요리 과정을 모녀의 추억과 함께 스크린에 담았다.

특히 육상효 감독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주고자 넣은 BGM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돈다.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는 진주의 과거 컬러링 음악으로, 항상 진주가 전화를 받지 않아 그 노래를 수만 번은 들었던 복자의 애정곡이 되며 서로의 연결 고리가 돼 등장한다. 서로의 모습과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둘 사이에서 애처롭게 흐르는 노라 존스의 노래, 그리고 그 감정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퀀스는 "전화 안 하는 자식들이 전화하게 하려고 만든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사진=쇼박스


"엄마는 다 잊아뿐다."

'3일의 휴가'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기억'이다. 작품 초반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진주는 정신과를 찾는다. 담당 의사는 진주에게 사람에게 기억은 연료라는 이야기를 남긴다.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은 고급 휘발유를 넣은 자동차처럼 쌩쌩 달리지만 나쁜 기억을 가진 사람은 어느 순간 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살면서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을 남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 중후반부에 이르러 복자는 "엄마는 다 잊아뿐다"라는 말을 남긴다. 분명 복자의 삶은 척박하고 외로웠다. 학교를 끝내 마치치도 못하고 오빠의 공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이후에도 딸 진주의 유학비 마련을 위해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대주는 남성과 재혼을 하며 그 가정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그 모진 고통 속에서도 복자는 나쁜 기억은 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건져냈다. 일을 마치고 늦게 돌아가도 기다리고 있는 딸의 환한 미소를 잊지 않았으며 딸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을 삶의 동력으로 삼았다. 복자는 귀신인 자신을 보지 못하는 진주에게 "엄마는 다 잊어버렸는데 왜 너는 기억하냐. 괜찮다"며 토닥거린다.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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