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2000명 늘려도 필수의료 회생 어려워” 의대 교수들의 호소

의대 교수들 "2000명 증원 현실성 없어”

의정갈등 장기화…일선 병원들 도산 위기

연세의대 교수들, 환자들에 호소문 전달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전임교수를 1000명 늘린다고요? '낙수과'는 지금도 교수는 커녕 펠로(전임의) 구하기조차 힘듭니다. 산부인과는 빅5 병원조차 펠로우를 못 구해요. "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산부인과 A교수는 정부가 2027년까지 의대 전임 교수를 1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의대 입학 정원을 당장 내년부터 2000명 늘린다는 것 만큼이나 현실성 없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의대 교수를 시켜준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예과 2년, 본과 4년을 합쳐 의대 6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의 전공의 수련이 기다린다. 아무리 짧아도 전임의 1~2년, 임상교수 1~2년 과정을 거쳐야 교수 임용이 가능한데, 남학생의 경우 군복무 3년이 추가되니 30대 중후반을 훌쩍 넘기게 마련이다. 논문 점수 등 교수 임용을 위한 자격요건을 갖추기도 녹록지 않다. 어렵게 교수 임용이 된들 개업한 의사들보다 수입이 많지도 않은 데다 수술, 외래진료 등 기본 업무 외에도 응급 수술, 강의, 당직 일정 등을 소화하고 연구 실적까지 채워야 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A교수는 "제가 전공의 수련을 받았던 20년 전만 해도 펠로, 전공의들이 백업을 해주니 어느 정도 지원자가 있었다"며 "지금은 교수가 되도 주 80시간(전공의 상한 근로시간)보다 훨씬 많이 일한다. 산부인과처럼 전공의마저 없으면 일주일에 며칠씩 야간 당직까지 서야 하다보니 아무도 (교수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4.10 총선 이후에도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일선 병원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빅5는 물론, 어렵사리 버텨온 사립대병원들이 머지 않아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빅5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한달간 511억 원의 손실을 보면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병원 종사자들의 위기감은 턱 밑까지 차올랐다.

빅5 병원의 경우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비중이 전체 의사의 40% 내외였다. 건강보험 제도에 묶인 의료수가가 낮다보니 그동안 전문의 대신 인건비가 낮은 전공의의 노동력에 의존하며 박리다매식으로 수익을 보전해 왔던 실정이다. 수련을 받는 학생 신분인 전공의들은 병동과 수술실, 응급실 등에서 환자 진료를 보조하며 주당 80시간 넘게 근무해 왔다. 전공의들이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지 두달 여 만에 대다수 병원들이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된 배경이다.



대다수 의대 교수들은 사직 의사를 밝히고도 사직서 수리가 되지 않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5일이면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달을 채운다. 민법상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자칫 상황이 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연세의대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호소문. 사진 제공=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 8일부터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환자분께 드리고 싶은 의사의 마음-2024년 봄'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전공의 사직 등으로 의료현장의 인력이 부족해 길고 긴 터널 같은 시간이 무겁게 흐르고 있는데 대학병원 교수 사직까지 발표되고 있어 얼마나 불편하실지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의료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정부, 사회와 소통하려고 절실히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적었다. 필수의료 의사들은 처음부터 부족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의료 수가 체계의 심각한 문제로 진료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다 보니 필수 분야를 떠나 비필수 분야로 옮겨 가는 것이라는 설명도 담겼다. 전체 의사가 많아도 필수 의사는 부족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의사 수를 늘린들 필수 의사를 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악화될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교수들은 급격한 의대 증원 추진을 두고 "질적으로 저하된 의사를 키워내면 부실 의료 피해가 국민에게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준비 없는 2000명 증원은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의대 교수가 되는 과정도 짧아도 15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