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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집단휴진' 앞두고 반대 목소리… 휴진신고 전체 4% 그쳐

[의료계 집단휴진 분수령]

보건의료노조, 진료변경 거부 "왜 남은 사람들이 욕받이가 되나"

임현택·박단은 온라인서 설전벌여… 의정 물밑협상 움직임 주목

의료계 집단휴진을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집단휴진 계획 철회 요구 성명서가 게시되어 있다. 성형주 기자




이달 17일 서울대병원, 1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의 의료계 집단 휴진 예고에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 18일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체의 4.02%에 불과해 투쟁 동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의협 회장과 전공의 대표는 주도권을 놓고 설전을 벌이며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요구안을 제시할 경우 언제든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휴진일까지 막판 협상을 통한 분위기 전환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다만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지만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으며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방침이다.

14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의협이 집단 휴진을 예고한 당일인 18일 휴진하겠다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의료기관은 1463곳으로 전체 휴진신고명령 대상의 4.02%로 집계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10일 의료법에 따라 총 3만 6371개 의료기관에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했다. 복지부는 진료명령을 내린 전체 의료기관에 18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휴진신고를 한 곳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당일 진료해야 한다.

의협은 이날 정부에 18일 집단 휴진을 앞두고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전공의 행정명령 전면 취소, 정부·의협 간 일대일 협의체 구성 등의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초 계획대로 무기한 휴진을 진행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의협은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 개혁에 어느 때보다 거세게 반발하는 만큼 유례없는 규모의 휴진이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들이 14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의료대란 해결 및 의사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의협의 주장과는 달리 의료계의 집단 휴진을 바라보는 의료계 안팎의 시선은 극도로 싸늘하다. 이에 따라 집단 휴진 실제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서울 ‘빅5’ 대형 병원 내 의대 교수들의 휴진이 공식 승인된 사례는 없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병원장이 휴진 불허 방침을 세운 만큼 내부 시스템에서부터 연가 결재가 막혀 있다. 휴진에 불참하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중증 환자가 많아 휴진은 못 한다. 환자를 두고 어딜 가겠나”라며 “현장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간호사, 병원 직원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점도 변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필수의료를 살리자면서 당장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을 팽개친 채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휴진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집단 휴진에 따라 발생하는 진료 변경 업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노조 관계자는 “4월에는 전체 휴진이 아닌데도 1만 건 넘는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며 “휴진은 의사가 일방적으로 하는데 왜 남은 사람들이 욕받이가 돼야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집단 휴진 불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모인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위원장 홍승봉)는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기에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 안 된다”며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의협 등에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며 “삭발하고 단식하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국 아동병원 120여 곳이 속한 대한아동병원협회 역시 전날 “의협 투쟁에 공감하지만 환자를 두고 떠나기 어렵다”며 진료 유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분만병의원협회도 진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임현택(왼쪽)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의협과 전공의 단체의 갈등도 다시 불거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이제 말이 아닌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여전히 전공의,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나”라고 공개 저격했다. 이에 임 회장은 지지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의협이 전공의 문제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16일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면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와 40개 의대 교수, 전공의단체 간 협의체 구성 등 물밑 협상 움직임이 주목된다. 복지부와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최근 전의교협과 전공의 단체가 함께 하는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다. 실제 구성 여부는 미지수지만 계속해서 대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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