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지원이 원칙이지만 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를 통해 이미 연장한 건데 규정을 넘어 계속 지원하기엔 문제 소지가 있습니다.”
지난달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희생자의 유족에 대한 지원 중단 통보를 하며 화성시가 내놓은 설명이다. 유족들은 “사실상 장례를 빨리 치르고 떠나라는 말로 들린다”고 토로했다.
지난 9일 화성시는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를 제외한 유족에게는 숙식 지원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참사 희생자 전원의 장례 절차가 아직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시의 결정에 유족들이 농성에 나서고 시청 공무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 첫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원스톱 지원’을 표명하며 유족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슬픔에 잠긴 사고 현장에서 유족들이 작은 희망을 얻는 듯 했지만 사고 수습이 한창이었던 때 들려온 시의 지원 중단 소식으로 현장은 혼란의 도가니가 됐다.
문제는 법이었다. 재해구호법상 ‘유족’은 ‘사망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로 규정돼 있어 이외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 또 행정안전부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는 유족(또는 이재민)에게 숙박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간으로 7일을 명시하고 있다.
다행히 화성시가 이틀 만에 친인척 및 지인 유족들에게도 차별 없이 이달 31일까지 지원을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이후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국내에서 일하는 '취업 자격 외국인(전문인력·단순기능인력) 수는 52만 2571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산재 사망자의 수도 전체에서 10% 가량을 차지한다. 국내서 일가친척없이 나홀로 일하다가 산재를 당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번 아리셀 참사에서 나타난 유족 차별 논란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참사가 터진 직후에는 시장, 도지사, 대통령이 저마다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족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다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제는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시스템 안에서 품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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