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증산할 것이라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다시 한 번 급락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경기침체 우려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만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한 결과다.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국제금융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가격은 배럴당 63.12달러로 마감해 전장보다 1.13달러(1.76%) 하락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도 전장보다 2.21달러(3.66%) 내려 배럴당 58.21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날 WTI 선물 가격은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선물 가격의 지난달 한 달간 낙폭(18.56%)도 2021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4월 한 달 동안 15%가량 내렸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방침을 철회하고 이달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에 증산을 제안할 것이란 소식에서 비롯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적인 공급 감축으로 석유 시장을 지탱할 뜻이 없다며 저유가를 장기간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회원국 중 다수는 오는 6월부터 산유량을 더 늘리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1분기 경제가 0.3% 후퇴한 상황에서 원유 수요는 약화하고 공급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린 셈이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계절 조정 기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 -0.3%를 기록했다고 예비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 2.4%에서 크게 둔화한 수치다. 미국 분기 GDP가 역성장한 것은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이 발표한 미국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36%만 지지 의견을 냈고 56%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제 분야 지지율 36%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2기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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