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그저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전역에 위치한 사전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의 열띤 투표 참여 열기에 힘입어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역대 대통령 선거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이뤄진 사전 투표에서는 출근길 직장인부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전 투표소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에 차례를 기다리다가 길어지는 대기 시간에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전 투표소에서 만난 한 투표 관리인은 “이 투표소가 사람이 붐비는 곳은 아닌데 굉장히 많이 왔다 갔다”며 “확실히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면서 잠시 주춤했던 대기 행렬은 점심 시간이 되자 시민들로 다시 붐볐다. 회사들이 밀집해있는 여의도 사전투표소에서는 시민들이 서있는 줄 옆으로 ‘관외 선거인 기준 약 30분 소요 예상’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투표를 마치기까지는 무려 50분 가까이 걸렸다.
30대 직장인 여성 박 모씨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 투표하러 왔다. 줄이 길지만 언제 또 이렇게 해보나 싶다”며 “투표율을 보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 아예 첫 날에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제각기 달랐다. 서울 여의도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최 모씨는 “후보별 공약에서 큰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아서 각 후보가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떤 지에 대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이 모씨는 “대구 출신이라 ‘찐보수’지만 계엄에 대한 국민의힘의 책임을 고려해 투표할 후보를 골랐다”며 “경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기준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시민들의 입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서울 응암제2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50대 여성 박 모씨는 “계엄 이후 정권 심판과 정권 교체를 원해왔다”며 “시급한 문제는 내란 종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남성은 “투표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윤석열 그 놈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지난 3년 간 힘들었던 것을 말해야 하나. 젊은 사람들은 텍스트로 접했겠지만 (나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때 공포를 피부로 느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으로 경제 문제 해결을 꼽았다. 김태윤(53) 씨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라며 “지속된 내수 침체로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는 경제를 차기 대통령이 잘 해결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30대 중반 김건호 씨도 “차기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랏돈을 너무 많이 쓰고 표심을 노린 공약을 내놓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21대 대선 사전투표는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68개 사전투표소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12.34%로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의 동시간대 사전투표율보다 1.86%포인트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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