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천개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전·현직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가며 혐의를 다져오던 특검은 지속적으로 조사를 거부해온 ‘의혹의 정점’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31일 문홍주 특검보는 KT 광화문 웨스트 빌딩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30일 오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했고, 법원은 31일 오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며 “특검은 익일 오전 9시 특검보가 검사 수사관을 대통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발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가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한 바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구인해 하겠다며 직접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문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기한은 8월 7일까지며, 구치소의 도움을 받아 윤 전 대통령을 실제로 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문 특검보가 수사관 1명을 대동하고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도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출석 요구를 묵살하며 버티기에 들어가자 구치소 측에 강제 인치를 지휘하는 등 조사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이에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곧바로 구속기소했다.
김건희 특검도 마찬가지로 조사에 비협조적인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등 의혹을 들여다보는 내란 특검의 경우 계엄 직후 경찰과 공수처가 해온 수사 내용을 일정 부분 넘겨받았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을 바로 재판에 넘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의 경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명 씨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수라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강제로 조사실로 데려온다 해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지난 29일에 특검 사무실로 방문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불발됐다. 이에 특검은 30일에 재차 소환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윤 대통령 측은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앞으로도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서울구치소는 윤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1일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현장점검에서 서울구치소 의료과장은 “개인적·주관적 증세까지 제가 다 알 수 없기에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조사나 재판 등에 있어 큰 문제점이 없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서울구치소장은 내란 특검이 지휘한 강제인치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절차에 따라 본인에게 통보하고 수차례 출석하도록 면담을 통해 설득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지시해 인치하도록 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은 이날 불법 공천 개입 의혹의 ‘키맨’인 명 씨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명 씨는 취재진 앞에서 “저도 진실이 궁금하고, 왜 기소돼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오늘과 내일 특검에서 진실과 사실이 뭔지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의 청탁을 받고 지난 2022년 진행된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1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에게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공천을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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