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한국 정부 협상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될지 불확실했다며 긴박했던 협상 전후 상황을 전했다. 또한 협상단은 한국의 협상안이 담긴 가로세로 1m 크기의 패널과 광우병 시위 사진 등을 미리 준비해 해당 사안에 대한 미국 관계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30일(현지 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개최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불과 약 4시간 전에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라고 느꼈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김 장관은 "저희가 모의고사 비슷하게 서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하는) 롤 플레이를 했다"며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답할지 저희 나름대로 굉장히 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협상단을 이끈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게 진짜 오늘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계획을) SNS에 올리면서 이게 이제 현실화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면 다른 나라 협상단과 직접 협상하지 않지만, 한국을 굉장히 중요시해서 각료급인 한국 협상단과 직접 협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음은 구 부총리, 김 장관, 여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소개해달라.
A. 구(구윤철 부총리): 협상하는 시간은 한 30∼40분 정도로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없었다.
저희는 상대방의 어떤 협상 전략을 사전에 수집을 많이 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많이 해서 아주 원활한 협상이 됐다. 특별한 문제 없이 잘 끝났다.
김(김정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라고 느꼈다. 저희가 모의고사 비슷하게 서로 트럼프 대통령 역할 롤 플레이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말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투박하게 굉장히 직설적이지 않은가.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답할지 저희 나름대로 굉장히 많은 시나리오 준비했다. 여러 사람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답하면 좋은지 조언을 구했다. 예를 들면 그 자리에서 복잡하게 설명하면 안 된다. 가급적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라고 언급한다든지 다양한 조언을 듣고 임했기 때문에 저희 셋이 나름대로 역할 분담했고 그런 부분이 협상하면서 도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여한구 본부장):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에 무슨 말 했냐면 본인은 보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면 다른 나라 협상단과 직접 협상하지 않는데 한국의 경우 사실 각료급인데 특별히 직접 협상했다는 건 한국을 굉장히 존경하고 한국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걸 방증하는 거다. 그런 말을 했다.
Q. 우리가 가져간 안은 3500억달러보다 낮았나?
A. 김: 네, 그렇다.
Q.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 방미 시에 새로운 투자 금액을 발표하게 된다고 했는데 설명해달라.
A. 김: 새로운 투자 부분은 우리 기업의 투자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방미 시 주제는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내 정상회담 관련해서 굉장히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 다음 주에 만날까'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만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과정에 대해서도 굉장히 높은 평가 해줬다. 그러면서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간 회담에 대해 바로 옆에 있던 국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A.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성사는 언제 알았나. 참모들도 있었나.
Q. 구: 처음에는 미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저희는 언제 만나는지 모르고 누구랑 만나는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이게 진짜 오늘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면서 이게 이제 현실화하는구나 알게 됐다. 회담 과정에서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했고 트럼프가 물으면 다른 장관들이 답변했다.
A.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정한 게 있나.
Q. 구: 저희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으로 수정하고 이런 거는 없었다.
A. 철강 관세와 관련해 무관세 쿼터 논의가 있었나.
Q. 여: 전체 협상 기간에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품목별 관세의 인하 내지 철폐를 지속해서 미국 측에 요청했다. 자동차 관세는 우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있기 때문에 12.5%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합의를 발표한 이후에 미국의 자동차 노조나 업계의 반발이 심해서 사실 15%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우리는 지속해서 요청해서 15%를 확보했다.
철강은 사실 일본도 EU도 어떤 예외 조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오늘도 철강에 대해 다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인하 필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했지만, 철강에 대해서는 미국의 굉장히 강한 입장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50%를 계속 유지하는 게 미국 정부 방침이다.
A. 환율 관련 논의가 있었나.
Q. 구: 환율 관련해서는 이번 협상에서 별도로 논의되지 않았다.
A.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의 대미 투자 수익 90%가 미국인에 돌아간다고 했는데 구체적 구조가 어떻게 되는가. 투자 타임라인은 트럼프 임기 내에 완료되나.
Q. 김: 3500억 달러 타임라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구체적 협의가 필요하다. 90%~10% 룰(수익 배분 비율)은 미국측과 일본측의 생각에 견해차가 있다. 다만 저희가 이해하기로는 그 나머지 부분이 미국에 재투자하는 거로 이해하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미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 펀드도 출자, 대출, 대출 보증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3개 사이의 비율은 정해져 있지 않다.
A. 한국기업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할 때 법적인 제한이 있는데 미국이 규제나 법 개정 의지나 약속이 있었나.
Q. 김: 미국에서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할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관련된 규제나 이런 내용에 대해서 법률까지 포함해서 (투자를) 유치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그렇게 갈 걸로 지금 예상한다. 조선업에 투자하는 1500억달러는 우리가 주도해서 펀드를 만들어서 우리 국내 기업들이 여기에 투자하거나 근로자를 교육하거나 하는 부분에 계속 쓰일 예정이다.
구: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투자를 빨리해달라고 요청했다.
Q. 조선업 투자 협상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달라.
A. 김: 미국이 조선에 대해 수요가 있다는 것은 출발 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저희가 미국에 올 때 가로세로 1m 정도의 큰 패널을 특별하게 제작해서 준비했다. 첫 미팅 때 미국 상무부 장관이 그걸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 상무장관과 첫날 미팅하고 나서 내용을 구체화하면 좋겠다고 해서 뉴욕으로 갔다. 뉴욕에서 저희가 협상하다가 상무장관이 스코틀랜드로 가게 되는 일정이 생겼다. 저희가 협상 내용이 조금씩 진전되다 보니 미국 측에 제안했다. 당신이 시간 괜찮다면 스코틀랜드 가서 계속 협상하면 좋겠다고. 상무장관이 흔쾌히 시간 내줬고 협상 이어가면서 MASGA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있었던 (협상) 내용이 굉장히 컸고 세상일이라는 게 지성이면 감천인데 스코틀랜드에서 두차례 정도 협상했다. 스코틀랜드 일정에서 협상의 어떤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Q. 러트닉 상무장관이 일본은 협상에 도움을 줬는데.
A. 김: 러트닉 장관이 저희에게도 스코틀랜드 갔을 때 많이 해줬다. 만날 때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답변해야 하는지 굉장히 조언해줬다. 그리고 우리 기업 분들이 오셔서 저희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 우리가 투자한 지역구의 상원의원이나 주지사를 만나서 이야기해줬다. 그런 부분이 특별히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여: 상무장관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본격적으로 우리나라도 딜을 시작한 그런 시점은 상무장관이 일본 타결 이후 그렇게 연락이 오면서 그때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Q. 이번 합의에서 상호호혜적인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A. 구: 대표적인 게 조선업이다. 이게 한국에도 굉장히 좋다고 보인다. 미국에도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다. 이 분야가 한국이 협상을 빨리 종결하게 했고, 다른 나라보다 내용적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게 하게 했다. 조선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굉장히 급속한 상황에서 미국하고 동맹함으로써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김: 조선 관련 내용이 우리 기업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져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많은 조선 선박 수요를 우리 기업이 앞으로 미국과 함께 시장을 가져갈 기회가 창출된다는 의미다.
Q. 농축산물은 개방 요구가 있지 않았나.
A. 여: 미국 측의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는 굉장히 거셌다. 2주 전인가 한국에서 농산물 개방 이슈가 본격적으로 언론화됐는데 미국도 한국에서 실제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서 아마도 한국의 민감성을 현실로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고 그게 도움 됐다고 생각한다.
김: 저희가 지난번 광우병 사태 때 있었던 (시위 인원이) 100만명 이상 된 사진이 있지 않나. 그 사진을 준비해 미국에 보여줬다. 여 본부장이 준비했는데 그런 게 우리 한국 상황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 됐지않았나 생각한다.
Q. 오늘 방위비 언급 없었나.
A. 구: 그렇다.
Q. 알래스카 LNG 사업 논의는 어떻게 됐나
A. 김: 오늘 여기서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Q. 공급망이나 수출통제 관련 중국 견제한다는 내용이 있었나.
A. 김: 중국을 규제하거나 공급망을 그렇게 한다든지의 논의는 없었다.
Q. 앞으로 추가 합의하는 단계가 있나.
A. 여: 여태까지 합의 타결한 국가들을 보면 어떤 정형화된 방식이 없다. 모든 국가에 공통된 건 굵직굵직한 프레임워크 차원에서 합의하고 여러 구체적인 내용을 협상해나가는 과정이 따로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오늘은 프레임워크 차원에서 합의했고 구체적 내용은 구체적 협상을 통해 계속 진행될 것이다.
Q. 비관세장벽 논의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하나.
A. 여: 앞으로도 여러 가지 새로운 혹은 다른 형태의 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비관세장벽에 대한 압박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과로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는데 안심할 건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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