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9일 신규 원전에 대해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사실상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돼 에너지 정책을 맡게 되면 ‘탈원전 시즌2’를 부를 수 있다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탈원전주의자는 아니다’라면서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조차 재논의를 거쳐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모순적인 행태를 보였다. 올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다.
신규 원전 공론화는 사실상 원전 건설 포기와 같다. 원전은 지역과 주민 수용성이 매우 낮은 발전 시설이다. 게다가 정치와 이념이 발목을 잡기 일쑤다. 전력 수급의 법정 계획인 11차 전기본 역시 신규 원전 건설 규모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며 계획 수립 1년 8개월 만인 올해 2월에서야 확정됐다.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된다면 겨우 숨통이 트인 원전 생태계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33년 신한울 3·4호기 준공 이후 새 공사 발주가 없다면 수출도 위태로워진다. 또 11차 전기본은 2038년 첨단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10.3GW 규모의 신규 전력 공급 설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신규 원전 계획을 포기한 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김 장관은 답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산업과 직결된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에 맞춰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 오르는 전기요금은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 미래 전략산업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잘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러올 ‘그리드플레이션(Gridflation)’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구상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분리하면서 발생할 부작용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정책 관련 조직 개편을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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