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사는 A씨는 아침 출근길을 나서다 주·정차 뺑소니를 당했다.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차 앞부분이 누군가 긁어 잔흠집이 잔뜩 생겼다. 곧바로 경찰 수사를 요청했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았다. A씨는 관리사무소에 CCTV를 요청해 직접 봤지만 쉽게 해결 할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사건 종결을 요청했고 “가해자는 도망가면 그 뿐이다”라며 원통해했다.
주·정차 차량에 물적 피해를 입히고도 조치 없이 줄행랑 치는 뺑소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가해자를 잡아낼 방법도 마땅치 않은 터라 시민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주정차 뺑소니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발생 현황을 보면 △2020년 6709건(검거 3170건) △2021년 6649건(검거 3179건) △2022년 7430건(검거 4101건) △2023년 8507건(검거 4743건) △2024년 8399건(검거 4721건)으로 매년 6000 건 이상 발생했다.
하지만 사건 가운데 절반가량만 처벌로 이어져 피해를 본 시민들은 수리비와 보혐료 부담까지 떠안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도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처벌 수준이 너무 낮아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물적 피해를 낸 뒤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날 경우 불과 2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해진다. 차량에 따라서 처벌이 약해지기도 한다. 승합차 13만원, 승용차 12만원, 이륜차 8만원이다. 수십~수백만원의 수리비를 지불할 바엔 우선 도망치고, 걸려도 범칙금이 낮으니 도주가 되려 합리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찰 수사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뺑소니 여부는 운전자가 사고를 인식했는지,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증거로 따진다. 차에서 내려 확인하거나, 접촉 후 주춤거린 정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해자들 대부분 접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관계기관이 비협조적일 거라는 회의론도 적잖다. 경찰당국은 현재로선 성숙한 시민의식이 최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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