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매 환자 10명 중 9명이 운전 적성검사 이후에도 사실상 면허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면서 치매 환자 운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한국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판정을 이유로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심의를 받은 환자는 123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3.1%(779명)는 ‘운전 가능’ 판정을, 32.2%(398명)는 ‘유예’ 판정을 받아 면허를 유지했다. 유예 판정을 받으면 1년 뒤 재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를 합치면 치매 환자의 95% 이상이 수시 적성검사에서도 면허를 유지한 셈이다. 실제로 2023년에는 대상자 1376명 중 93.5%(1286명)가, 2022년에는 913명 중 95.1%(868명)가 면허를 유지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치매 진단서를 제출한 환자를 대상으로 운전적성판정위원회를 열어 운전능력을 평가하고 있으며, 출석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합격’ 판정을 내려 면허가 유지된다.
한편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빈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건수는 3만 9614건으로,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한국소비자원·보험사 통계에 따르면 같은 연령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비중은 전체의 2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해외에서는 치매 환자나 인지 저하와 관련해 운전면허 관리 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한 사례도 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 기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전문의 진단을 거쳐 면허 취소나 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은 치매 진단을 받은 운전자에게 운전면허청(DVLA)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후 운전 평가 등을 거쳐 면허 유지 여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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