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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라이더 등 주52시간 보장 길 열지만…수입 되레 줄어들 수도

 [노동정책 쇼크]

■근로자 추정제의 4대 맹점

②근로자성 입증 소송 남발땐

영세기업 대응할 방법 없어

③자료요구권·직권조사 강화

영업비밀까지 유출 가능성

④사실상 해고 어려운 고용시장

기업 채용·서비스 위축 우려도

한 배달 라이더가 주문 상품 배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플랫폼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는 이른바 ‘근로자(노동자) 추정제’ 입법이 추진되면서 산업 현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근로자성 입증 책임이 사업주로 넘어가면 영세 사업장일수록 소송과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고 노사 갈등 심화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입법으로 근로자로 추정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87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① 주 52시간 벽에 수입 줄 수도…선의의 정책 ‘역설’


20일 경영계와 학계에 따르면 근로자 추정제로 노무제공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근기법상 근로자는 4대 보험뿐 아니라 최저임금, 연장·야간·휴일수당, 근로시간 제한(주52시간), 주휴수당, 퇴직금, 부당해고 구제 등 다양한 보호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히 ‘권리 보장 확대’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임금 체계와 운영 방식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골프장 캐디처럼 ‘건당 수입’ 기반으로 일하는 직군은 시간 단위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하는지, 또는 현 구조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어떻게 정산할지부터 혼선이 예상된다.

일부 특고·프리랜서 중에는 근기법상 근로자 전환을 원하지 않고 현재 고용 형태를 유지하려는 수요도 존재한다.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등이 적용되면 오히려 기존보다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추정제 도입 이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고·프리랜서를 줄이는 방식의 사업 재편(고용 축소, 외주 구조 변경 등)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제도 도입이 현장 혼선을 키우고 노동시장 전반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②근로자성 입증 소송 남발…영세기업 노무 대응 비상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근로자성 입증 소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지금까지는 노무제공자가 출퇴근 기록, 업무 지시 등 근로자성을 스스로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 소송을 제기해야 했지만 추정제가 시행되면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노무제공자가 부담하던 입증 책임을 사실상 떠안게 되고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방어 비용과 행정 대응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무제공자가 근로자성 소송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노사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전체 중소기업 중 근로자 1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 비중은 90%를 넘는다”며 “이들 기업은 소송 여력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③근로자성 조사 확대…영업비밀까지 내놓은 판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추정제와 함께 근로감독관의 자료요구권 및 직권조사 강화를 추진하는 점도 기업에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위해 감독관이 요구할 수 있는 자료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기업은 사건 대응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자료 제출 요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요구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노동계는 배달업체 특고가 적정 수당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차 알고리즘 공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배달업체 종사자가 노동부에 근로자성 사건을 제기할 경우 사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달업체에 매우 민감한 영업 기밀인 알고리즘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④규제는 강한데 유연성은 부족…고용 되려 줄일수도


노동학계 일각에서는 근로자 추정제가 한국 고용시장 구조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부가 참고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도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 기업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우리처럼 근기법상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보호가 크지 않고 해고도 상대적으로 유연해 ABC 테스트를 제도적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며 “반면 한국처럼 사실상 해고가 어려운 환경에서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도입된 뒤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있다. 스페인은 2021년 음식 배달 라이더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딜리버루는 같은 해 11월 약 3800명의 라이더를 해고하고 스페인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규제 강화가 플랫폼 산업의 고용과 서비스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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