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 "해고 더 어렵게" … 이와중에 한목소리 압박
사회 사회일반 2020.05.26 17:39:18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가운데 노동계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골자로 한 해고금지 강화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쇼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관련법까지 고쳐 ‘해고를 더 어렵게’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양대노총은 26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코로나 대응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동의 과제’라는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와 기업을 향한 노동계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은 공통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을 일부 개정해 해고 문턱을 더 높이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경영상 해고요건을 엄격히 할 것을 주장했다. 양도·인수·합병 등은 긴박한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제외해야 하며 기업이 근로자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정 규모 이상 대량해고 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민주노총 역시 근로기준법을 고쳐 현행 경영상 해고요건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영세사업장의 해고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노총은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을 포함한 전 국민 고용보험, 취약계층 생계보장 강화 등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이탈 여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책임 있는 자세로 끝까지 임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현 위기를 각자 조직의 입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노동자 입장에서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고 밝힌 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은 밀도 있게 대화를 추진하고 이른 시일 내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재계를 압박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코로나로 기업 어려운데…勞는 고용유지만 강조 '마이웨이'
사회 사회일반 2020.05.26 17:24:40지난 20일 노사정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뜻을 같이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이다. 그러나 노사의 의견은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일자리 위기에는 공감했지만 고용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 노사의 이 같은 입장은 일주일이 지난 26일 양대 노총이 참석한 ‘코로나 대응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동의 과제’라는 정책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은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해고 문턱을 높이자고 요구하는 등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노동 유연성을 높여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쉬운 해고’를 주장하는 경영계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이다. 앞으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접점을 못 찾고 난항을 겪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어려운 해고’ 주장한 양대 노총=먼저 한국노총은 크게 5가지 요구안을 내놓았다. 한노총은 기존 입장처럼 총고용 유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해고를 최소화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한해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나 특수고용종사자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직접 맞닿는 취약계층까지 고용보험 울타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원청 기업의 납품 단가 보장, 기술 갈취 방지,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총고용 유지와 사회안전망 전면 확대라는 두 가지 원칙 아래 8가지 세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긴급 명령으로 해고를 막고 생계소득 지원을 강화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기업들 역시 재원 마련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일자리 정책을 새로 수립하고 국가방역체계 강화 및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고 요건과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을 고쳐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경영상 해고를 엄격하게 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자를 우선 고용하는 등의 조항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시 해고 금지,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는 앞서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요구사항이다. 경영계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안까지 내놓은 것은 경영계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영계는 그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영상 해고는 물론 저성과자 등에 대한 평시 해고가 가능한 일반 해고의 문턱까지 낮출 것을 주장해왔다. 경영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월 말 경영계가 요구하는 입법 과제를 담은 ‘경제 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국면에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고용보호규제 강화보다는 기업이 탄력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는 게 고용 유지 차원에서도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사 양보와 대타협 가능할까=코로나19는 미증유의 위기로 더 이상 과거의 해법으로는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사의 타협적 자세와 생산적인 논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다 해묵은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눈앞의 해법을 놓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결단과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곳은 저임금·저숙련 노동 현장”이라며 “결국 코로나 해법이란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양대 노총이 먼저 임금 동결 혹은 삭감, 근로시간 유연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야 쉽게 말해 해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고를 법으로 막아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하겠다는 게 골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용을 통해 최대한 소득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이고 전방위적 기업 살리기로 탈출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라며 “기업이 투자를 늘려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생산한 게 소비로 실현되는 순환구조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병행해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한 이번 사회적 대화는 1999년 외환위기 직후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탈퇴한 뒤 21년 만에 이뤄지는 만큼 기대가 크지만 시작부터 경영계가 수용하기 쉽지 않은 카드를 노동계가 들고 나오면서 향후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에 민주노총이 중도에 나가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나가자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허진·한민구·심기문기자 hjin@@sedaily.com -
[사설]노사정 대화, 기업 압박으로 흘러선 안된다
오피니언 사설 2020.05.21 00:05:00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양대노총과 경영계·정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가 20일 시작됐다. 노사정은 이날 서울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설치해 이르면 이번주 실무협의 기구를 구성한 뒤 집중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사정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노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해고금지를 포함한 고용유지의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 인상 자제와 노동시간 유연화를 촉구했다. 조기에 양측 합의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를 하루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시위성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 곳간을 열라”고 외치면서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 현실은 마냥 앉아 기다려도 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올 들어 4월까지 실직자 수가 벌써 207만명으로 외환위기 때를 넘어섰다. 그동안 취약계층의 타격이 컸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정규직 부문의 실업이 본격화할 태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경고했고 IMF도 경기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난 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경영계는 일자리 지키기에 최선을 다하고 노동계는 임금동결과 노동시간 유연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자칫 노사정 대화가 기업을 압박하는 자리로 변질되면 안 된다. 기업이 무너지면 결국 일자리만 잃게 될 뿐이다. 나아가 이번 노사정 대화를 일정 시점에 마무리하고 공식 회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지속적인 대화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
정세균 "일자리 상황 심각... 노사정 뜻 최대한 빨리 모으자"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5.20 15:00:53정세균 국무총리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처음 구성된 노사정 대표자 첫 회의에서 “일자리 상황이 심각하니 최대한 빨리 뜻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20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국민의 삶이 대단히 어렵다”며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1998년과 2009년 위기 때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논의에 임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정 총리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제가 노사정위원회 간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총리로서 전례없는 위기를 맞아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게 되니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는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4월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약 48만명이 줄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내수 서비스업에 이어 수출 제조업까지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노동자의 일자리와 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24조원 규모의 두 차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3차 추경을 준비하는 등 지금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노사정 모두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에 대해서도 미리 견제를 했다. 정 총리는 “노사정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으나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면 작은 결실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에 서서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선을 둬야 할 곳은 ‘조직 내부’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아울러 “코로나19 라는 비상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노사정 대화의 결실이 발판이 돼 앞으로 모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상생과 신뢰의 노사 문화를 다지고 업종과 지역의 노사대화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우리의 코로나19 방역 모델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는 것처럼 경제와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이번 노사정의 대화와 협력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의사당역 1번출구] 취업촉진법·고용법은 제·개정 성큼…근기법·최임법 개정안은 폐기 코앞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05.13 07:30:00저소득층 구직자에게 매달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구직자취업촉진법 제정안과 예술인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다음 주에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약 2주 밖에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경영계 일각에서는 ‘친노동’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되는데 ‘친경영’ 법안은 통과되려면 하세월이 걸린다고 푸념한다. 13일 당무에 복귀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와 만나 본회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총괄수석부대표와 통합당의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양당의 원내대표는 회동을 통해 본회의 날짜를 오는 19~21일 가운데 하루로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구직자취업촉진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가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법안은 이변이 없는 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를 조속히 시행하겠다.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히며 국회에 조속한 법안 처리를 당부한 지 약 일주일 만에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되는 것이다. 구직자취업촉진법 본회의를 통과하면 저소득층 구직자는 내년부터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가결되면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구직자취업촉진법은 중위소득 50% 이하의 18~64세(18~34세는 120% 이하)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정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만 69세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의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3개월간 지급되고 있다. 재원은 구직촉진수당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되는 정부의 일반회계, 실업급여는 고용보험기금이다. 기금을 형성하는 고용보험료는 현재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고용시장에 꽁꽁 얼어 붙어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구직자취업촉진법의 제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구직자취업촉진법의 제정으로 도입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사실상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취업 지원 프로그램 참여 대상과 혜택을 일부 확대한 것이라는 점도 비판론자의 주장에 힘을 뺐다. 지난해부터 4·15총선 직전까지 국민취업지원제가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미래통합당이 최근 그 입장을 찬성으로 바꾼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는 고갈 위기에 처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이슈가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절벽에 내몰린 예술인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당위가 더 힘을 발휘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 두 법안의 일사천리 통과에 있다기 보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조용한 폐기에 있다. 정부가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이후 경영계는 줄곧 탄력근로 단위기간의 확대를 주장해왔다.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여야는 한발 더 나가 수차례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번번이 그 약속은 깨졌다. 급기야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시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여야는 법안의 처리를 위한 동력을 잃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경우 심도 있는 논의도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계류안)은 총 89개다. 내용은 다양하다.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결정구조 이원화, 매 1년이 아닌 2년에 한번 최저임금 결정 등이다. 더 큰 문제는 21대 국회가 열린다손 치더라도 이 두 법안의 처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법안의 발의야 폐기된 법을 참조해 법안을 만들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이 녹록치 않다. 우선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7월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그때까지는 최저임금법을 건드리기 힘들다.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인상률이 낮을 경우 노동계의 반발은 극심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노동계를 한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여당은 노동계의 주장에 반하는 법안의 처리를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법이 처하게 될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계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논의의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는 한 요인이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보면 노동 현안과 관련한 언급이 별로 없었다”며 “슈퍼 여당이 얼마나 경영계 목소리를 들어줄 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
"文대통령, 경제위기 극복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에 職 걸어야"
경제 · 금융 정책 2020.04.20 16:10:43“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에 바로 나서야 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우리 경제 생태계는 붕괴 수순에 들어갈 겁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타협에 직(職)을 걸어야 합니다.” 20일 서울 역삼동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4·15 국회의원 총선 이후의 한국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서로 고통을 나누는 협력 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하며 문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생태계를 혁신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V자 또는 U자 반등을 하느냐, 아니면 L자 침체를 이어가느냐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국회도 지금은 경제가 정치보다 상위개념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우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3월이 생존을 위한 ‘공포’의 단계였다면, 4월 이후로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는 ‘붕괴’의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경제 중대본 체제를 가동하라고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면서 “당장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꾸리고 정부와 노조·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며 ‘오월동주(吳越同舟)’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에 이어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 등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부터 동북아시아 전략 연구기관인 니어재단을 이끌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경제 생태계 붕괴 막아야 정 이사장은 한국 경제의 상황을 공포 단계를 서서히 벗어나 산업 위기발 붕괴 초입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2·3월에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심리로 사람들이 주식 등 자산을 투매함에 따라 증시가 폭락했다”며 “이에 따라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장에 자금을 뿌리며 두려움을 잠재웠지만, 지금과 같은 붕괴 단계에서는 자금 투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이 내세운 일차적 답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경제를 정치의 상위개념으로 두고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이슈나 진영의 이익을 위한 여야의 여러 가지 목표가 있다”며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거대 여당이 파워그룹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정치권력의 행사를 연말까지 유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도 저항세력으로 남으면 안 되고 서로가 대안 제시 마련에 몰두하면서 같은 배에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여야가 정쟁을 걷어치우고 300석을 하나로 모으는 국론 통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정 이사장은 두 번째 대타협의 주체로 한국은행을 꼽았다. 그는 신용등급이 조금 낮은 채권이어도 기업의 줄 도산을 막기 위해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원을 지내기도 한 그는 IMF 위기 당시를 거론하며 한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정 이사장은 “1998년 IMF 위기 때도 한은이 저신용 채권 매입을 꺼렸고,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특성상 정부 보증채와 우량 회사채 위주로 인수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비우량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심사 조건부로 한은이 인수해 우선 기업의 부도를 막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중앙은행·국책금융기관·시중은행이 모두 한마음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가 내세운 세 번째 대타협의 주체는 노사다. 산업 위기가 가계 부문으로 전이되는 대량 실업난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 존속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필수적인 만큼 임금 삭감 등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그가 말하는 타협은 직장 내 자리를 유지해준다고 하면 사기업·공기업은 물론 금융권 노동조합 등 노동자그룹이 자발적으로 임금의 30%를 삭감하거나 일정 수준의 잉여인력 해고에 동의하는 모습 등이다. IMF 위기 때 재무부 차관이었던 정 이사장은 정리해고를 조건으로 내걸고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그는 이를 ‘지속 가능한 위기 극복’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을 모두 유지하면 좋겠지만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일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가 운영자금을 지원해주고 세금도 깎아줘 기업의 영업을 존속시켰더니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이 예전과 같은 임금을 받아가면 기업은 다시 생존의 어려움에 빠진다”며 “위기가 끝날 때까지 서로가 희생하며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주52시간 정책 등 수요 억제정책 폐기해야 정 이사장은 코로나19발 경제위기의 원인을 총수요 부족으로 분석하며 이를 억제하는 정책들을 잠정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공급망이 무너졌지만 이에 못지않게 수요도 함께 사라지면서 경제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가둬놓는 ‘임모빌리티(immobility·정지)’의 상황”이라며 “경제가 순환하지 못하며 산업·가계의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진 마당에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 정부가 법인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을 올리고 주 52시간을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이어갈수록 수요는 살아나기 어렵다. 그는 “경제 주체들의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을 하나씩 다 달아놓고 돈을 뿌리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에 돈을 풀면서 오히려 총수요를 억제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기존 정책 중 수요를 막는 것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산업별로 탄력적으로 시행하게 하고 최저임금은 동결해 고용감소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방향이다. 그는 “기업이 부도나고 개인이 파산하려는 마당에 세금을 높이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감세정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기업 경영 곳곳에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는 규제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시장경쟁 환경의 보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 세계 공급망이 유기체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사회에서 한계기업이나 사양산업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도산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 이사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나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지대추구 행위 등이 혁신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모두 규제”라며 “원격의료 활성화나 공공 운수 생태계의 변화로 평가받았던 ‘타다’ 서비스 등 서로 다른 이해가 상충하는 시장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총대를 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침체의 돌파구로서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고용이 창출된다고 해서 모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계기업·사양산업에서 이어온 고용을 혁신 부문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개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난 극복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정 이사장은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 분담 등 사회적 대타협과 기존 정책 방향 선회 등을 한 달 이내에 이끌어내지 못하면 경제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하며 국난 극복 컨트롤타워 설치와 대통령의 결단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한 것은 위기가 오니까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국민 지지율을 기반으로 고통을 각 경제주체에 분담시켜 시장구조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포퓰리즘에 빠져 고통분담을 결단하지 못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아놓고도 경제가 망가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꼬집었다. 국난 극복 컨트롤타워가 설립돼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야·노사가 한배에 타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통합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고 하거나 기존 정책을 전환하려고 하면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정 이사장은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경제회복으로 선언하고 컨트롤타워가 관련 사항을 일괄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정치·정책 프로세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정치·정책 프로세스’란 정부의 정책을 정치적으로 매듭짓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난 극복과 관련한 논의를 정쟁 차원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에 의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 내에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업의 부도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개로 뛰게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고통 분담도 저항에 부딪힐 수 있지만 대통령이 국가 경제를 위한 결단을 강조하고 국민 앞에 나서서 각종 정책들이 정치적 세리머니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공동체의 이익과 진영의 이익이 충돌할 때, 진영의 이익을 버릴 수 있는 국가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문제가 사회문제로 변하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점도 정부의 역할론을 부상시킨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빈부 격차 등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펴 예산을 쏟아부어도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영역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저성장과 양극화가 동시에 일어남에 따라 실업난이 심화하면서 경제 권역 내에서 생활하는 주체들이 숫자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권역 내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생존해야 하는 경제 주체들의 문제는 더 이상 경제 영역에 포함되지 않고 사회 영역에 포함돼 큰 정부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이 오월동주의 선장이 돼 대타협이 이뤄지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리=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48년 충남 당진 △1967년 배재고 △1971년 고려대 상학 학사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 △1998년 제1대 재정경제부 차관 △1999년 제2대 산업자원부 장관 △2003년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재단법인 니어재단 이사장 -
금융노사정, '코로나19'에 특별연장근로·경영평가 유예 합의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4.06 10:20:27금융 부문 노사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노조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사용자는 한시적으로 경영평가를 유보 또는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했다. 노사정은 코로나19 위기가 금융뿐 아니라 국민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이번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금융 노조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유연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사용자는 한시적으로 경영 평가를 유보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실적평가를 완화하고 금융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면책하기로 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 업종인 금융노사가 주도적으로 뜻을 모아준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에 한걸음 더 나갈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 노사정이 사회적 책임 실천과 금융소비자 감염 방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함으로써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영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행연합회장)도 “우리 금융 노사정이 힘을 합쳐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코로나19 후폭풍에 노사정 살얼음판
사회 사회일반 2020.03.26 16:12:55휴업수당의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건수가 두 달도 되지 않아 2만 건을 넘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력 감축 등에 따른 대량 실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 안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노동계는 일단 ‘총고용유지’ 요구에 집중하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단위 사업장의 임단협, 일부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협상에 대해서는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과 해고 사태가 본격화할 경우 최저임금, 고용안정 요구 등과 얽히며 사측이나 정부와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에 노사정 관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 25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2만254곳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중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비율이 전체의 93.9%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여행업·외식업 등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영세사업장에 타격이 집중된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용자가 경영난으로 휴업하더라도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는 경우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중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지난 1월 29일부터 지원 요건에 코로나19로 조업이 중단된 사업장을 추가 반영했다. 더구나 코로나 19가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에 영향을 미치고 대기업에도 전방위적인 고용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최근 산하 사업장에 보낸 임단협 지침에서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기본급 기준 12만304원으로 정했지만 지난해 실제 평균 인상액인 2만576원(총 조합원 18만 명 중 13만 명 대상, 1월 21일 기준)보다 올해 인상액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인상 요구액은 교섭 요구이니 줄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임단협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중심의 소규모 사업장 뿐만 아니라 제조업·대기업에서도 위기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고용부가 지난 1월부터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상 이유를 포함하자 ‘주 52시간 근로제의 근간을 흔들지 말라’며 강경히 반발했던 양대노총은 최근 ‘총고용유지’를 요구하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노조에서 사측의 특별연장근로 협상 요구에 응했지만 민주노총에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유연근로제는 양대노총에서 강하게 반대했던 부분인데 수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부의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요청이 이달 안으로 예정돼 있지만 양대노총의 인상 요구도 쏙 들어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고용부터 불안한 상황에서 인상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주휴수당 등 최저임금 제도를 고치자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물밑에서만 돌고 있는 ‘구조조정’이 실제 계획으로 발표되는 순간 노사 관계는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감이 몰려들면 기업들은 현대차의 사례처럼 신규 채용을 자제하고 추가 근로를 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결과 잘려 나가는 것은 정규직이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새롭게 채용되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특별연장근로 요청도 빗발칠텐데 제도를 남용하는 사업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잠했던 근로시간·최저임금·고용안정성 문제가 한꺼번에 튀어나오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노사관계를 사안별로 해결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최저임금도 아직은 논의가 되고 있지 않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많다면 동결을 한다든지 근로시간·최저임금 등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꺼번에 제도를 뜯어고친다면 저항이 생기고 극심한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기업 어려운데…민주당, ILO 비준 등 勞에 '선물보따리'
정치 정치일반 2020.03.10 16:21:5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 경영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함께 친(親)노동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재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고 증시 급락으로 자금조달 길마저 막힌 상황에서 민주당의 친노동정책 공약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민주당과 한노총이 이날 내놓은 공약은 하나같이 노동계 친화적이다. 우선 노동 관련 공약 중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공약은 현행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상의 기준을 확대하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588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배우자까지 합할 경우 1,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겨냥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역시 497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들에게도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가 각각 50만명·2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들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 비준을 추진해 ILO 8개 기본 협약 중 아직 비준이 안 된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관련 협약’ 비준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흐름을 같이한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ILO 기본 협약 비준 확대를 위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도 실업자와 해고자는 산별노조를 포함한 초기업 노조에는 가입이 가능하고 기업별 노조에서도 단체교섭 등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이를 확대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내 비정규직 규모(748만명)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두 배”라며 “상시, 그리고 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자들이 기업내 또는 기업 간 임금 수준 확인을 위해 ‘임금 분포 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성별과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재계는 민주당의 친노동정책 발표가 나오자 큰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소상공인의 부담만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당장 인사와 노무관리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이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상식”이라며 “아무리 총선 정국이라 해도 유권자의 표만 의식한 정책을 내놓으면 그 뒷감당은 소상공인이 하게 될 게 뻔한데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부의 ‘친노동’ 시그널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컸다. 경제인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경제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노동 존중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친노동정책 발표는 기업과 시장참여자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 “특히 이번 노동 관련 총선 공약 대부분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업 현실과 맞지 않아 법제화가 되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기업 경영과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가정신 위축 걱정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과 환율·금리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기업 경영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친노동정책만을 발표한 것은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더욱이 고용 악화 문제에서 이를 해결한 경제주체인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는 일련의 정책으로 기업의 고용 여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재계 관계자도 “기업 경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부분이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이번 친노동정책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며 “지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와 사가 합심하고 친기업정책이 쏟아져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총선 노동정책은 노와 사를 나누고 결국은 기업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용·김민형·변재현기자 kimi@@sedaily.com -
'코로나 국난' 앞에서 손 잡은 노사정
사회 사회일반 2020.03.06 16:42:46노사정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하는 경기불황·고용불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0일 파업하기로 한 민주노총 철도노조도 투쟁계획을 연기했다. 노사가 대립을 일시 중단하고 손을 맞잡은 것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상생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6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선언’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당분간 대규모 행사 및 집회 등을 자제하기로 했으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이달부터 시작하는 임금 및 단체교섭 시기와 기간을 탄력 조정하기로 했다. 재계는 자가격리 중인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보호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해고 등 인원조정 대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및 휴직 등의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재정지원을 강화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전 조직적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공도선언이 경제와 노동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노사정 상생과 협력의 흐름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사정이 힘을 모아 합의문을 마련한 것이 이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철도노조는 10일로 예정된 파업을 이날 전격 철회했다. 철도노조 조합원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당분간 쟁의행위를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대화는 사회의 신뢰자산을 쌓는 것으로 이는 국가위기 때 빛을 발하게 된다”며 “어떠한 상황 변화에서도 꿋꿋하게 사회적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 재난에 노사가 따로 있겠느냐”며 “경사노위에서 사회적·국가적 위기 타개를 위해 힘을 보태자는 취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변재현·박준호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오랜만에 노사정 합의 낸 경사노위… 노사, 선원 일자리 마련에 협력키로
사회 사회일반 2020.02.20 16:00:10해운업계 노사와 정부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선원의 정규직 일자리를 위해 올해부터 공동으로 10억원을 출연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데 합의했다. 경사노위의 업종별·의제별 위원회 차원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결과물이 나오기는 11개월만에 처음이다. 경사노위는 20일 산하 해운산업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해운산업의 지속가능발전과 선원일자리 창출’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노사정 대표는 회의 직후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합의 선언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한 것은 지난해 3월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등을 담은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낸 이래 처음이다. 그 동안 경사노위에서는 국민연금 개편 방안이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논의했으나 노사정 간 의견 차이로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경사노위 측은 이번 합의문에 선원일자리사업 시행 방안을 비롯해 화물 확대 및 신규 선박의 건조와 고용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고 전했다. 선원일자리사업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한국선주협회가 앞으로 10년간 매년 각 5억원씩 출연해 총 10억원을 조성해 선원들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선주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면서 국내 선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며 일자리 문제가 대두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 선원들의 임금 격차는 최대 3,000만원에 이르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차이를 선원일자리사업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보전하는 대신 내국인 선원을 고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사정은 화물의 확대와 국내의 고용 창출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전환해 가기로 했다. 이를테면 가스·원유 등 해외 전략물자를 구매해 들여올 때 계약 평가에 고용창출 효과를 지표에 포함하는 식이다. 새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투자사업에 지원할 대상을 선정할 때도 한국 선원의 승선율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신설키로 했다. 해운산업위원장인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이번 합의를 통해 줄어들던 국내 선원의 정규직 고용이 점진적으로 증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운산업 재건이 더욱 힘차게 추진될 것”이라며 “청년 선원들의 취업 기회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신년인사회서 '사회적 대화' 중요성 나란히 강조한 노사정
사회 사회일반 2020.01.08 16:53:26노동계, 경영계, 정부 대표들이 8일 열린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사회적 대화’를 통한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창구로 한 대타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합원 수 기준 제1노총으로 올라섰지만 경사노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을 겨냥한 발언으로, 특히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직접적으로 민주노총의 참여를 촉구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0년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사회적 대화가 가능한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한 해”라며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이제 응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신년인사회 자리에도 민주노총이 없다는 게 대단히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경사노위는 한국노총과 경총 등이 만들어낸 법적 기구”라며 “(민주노총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두 기관을 중심으로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일자리 확대, 고용안전망의 강화, 일터 혁신과 노동자의 역량 제고 등 모든 것은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노사정의 미래를 바라보는 양보와 협력만이 짙은 안개를 벗어나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개편안,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등 그간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사안에 대해 “경사노위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인사말에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오늘날의 노사관계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경사노위가 문을 열고 있다. 이 기구가 노사 대타협을 이룩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에 임하며 자기 생각만이 옳다는 아집은 버리고 국가와 사회를 걱정하는 자세를 지니는 한편 무책임한 자세를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위원장으로서 마지막 공식 행사에 모습을 보인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신년인사회 같은 이런 자리가 의미가 있다. 노사정이 각오를 다지고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대한민국이 좀 더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동안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를 위한 중기중앙회와의 합의, 한상총련과의 ‘99% 상생연대’ 등 대화의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오늘의 경제소사] 스웨덴 번영 낳은 노사정 대타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9 17:29:28북유럽은 부유하다. 다른 북유럽 국가보다 평균소득이 다소 떨어진다는 스웨덴이 약 6만달러선. 세계 10위권이다. 외형 소득은 노르웨이나 덴마크보다 다소 처지지만 여러 측면에서 스웨덴 사회는 건강하다. 북해유전 같은 천연자원의 선물이 없어도 스웨덴은 고소득과 첨단기술을 자랑한다. 자동차에서 전투기까지 생산하는 만능 공업국이기도 하다. 경제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정 자본주의를 어느 나라보다 앞서 실험하고 성공한 국가다. 스웨덴식 경제는 정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미래의 대안으로도 손꼽힌다. 스웨덴은 애초부터 잘나갔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거대한 자원도 축적된 자본도 없던 스웨덴은 20세기 초까지 ‘북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다. 유럽 최빈국으로 실업률이 40%까지 치솟고 기업인들은 파업에 진저리를 쳤다. 가난과 굶주림을 피하려 국민들은 이민선에 올랐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스웨덴 인구의 3분의1에 가까운 사람들이 미국행 편도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이 아니라 군대가 막는 과정에서 1931년에는 임산부를 포함한 5명이 죽는 사고까지 터졌다. 곧 망할 것 같던 스웨덴은 1938년 12월20일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의 강권으로 경영자총연합회(SAF)는 노조가 파업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산별노조를 수용하고 고용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살트셰바덴호텔에서의 노사합의에 이르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불신에 빠진 노사가 말씨름만 되풀이할 때, 사회민주당 정부가 적극 나섰다. 지지 기반인 노조에 파업금지법을 만들겠다고 압박하고 사측에는 직장폐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살트셰바덴 협약은 노사 모두에 승리를 안겼다. 사측은 노조의 경영 참여를 주저했으나 막상 책임이 주어지자 파업이 거의 사라졌다. 장외투쟁의 에너지가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며 사회까지 바뀌었다. 기업은 성장의 과실을 세금과 기부를 통해 사회에 내놓아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선순환구조가 자리 잡았다. 군나르 뮈르달 같은 세계적 석학들도 증세와 정부 부분의 공공투자 확대정책을 연구하며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정착을 거들었다. 한국판 살트셰바덴 협약이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힘센 노조일수록 기득권을 지키려 사측과 야합하는 경향이 짙다. 학계와 언론은 경제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거대기업은 상생모델보다는 스웨덴 기업의 가업승계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살트셰바덴 협약 이전의 스웨덴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
안정 택한 경사노위…'도로 노사정위' 되나
사회 사회일반 2019.09.20 17:30:25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상임위원으로 고용노동부 관료를, 비정규직 대표 근로자위원으로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위촉하며 2기 진용을 갖췄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출발한 경사노위가 ‘도로 노사정위’가 된 셈이지만 파행을 거듭했던 1기와는 다르게 ‘안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사노위는 2기 위촉직 위원 11명이 위촉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위원장에는 문성현 위원장이 유임됐다. 위원장을 보좌하고 부득이한 경우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상임위원에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위촉됐다. 안 실장은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지난 1990년 고용노동부의 전신인 노동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1월 기획조정실장까지 거친 정통 관료다. 한국노총이 위촉하는 근로자위원에는 청년 대표로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가, 비정규직 대표로는 문현군 전국노동평등노동조합위원장 겸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선임됐다. 여성 대표는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몫의 사용자위원으로는 각각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재위촉됐다. 공익위원으로는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명예교수·김선현 오토인더스트리 대표이사·황세원 LAB2050 연구실장·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도로 노사정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고용부 출신의 관료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경사노위 초대 상임위원으로 학계 출신 박태주 당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위촉된 것은 사회 전반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 역시 1기 때는 김병철 청년유니온 등 이전까지 시민운동에 집중했던 인물이 위촉됐다면 2기 위원인 문 대표는 경사노위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공공 거버넌스에 참여한 경험이 많고 문 부위원장은 한국노총 내부 인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회적 대화에서 정부와 한국노총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도로 노사정위라는 비아냥을 감수하고서라도 ‘안정’을 고려한 것”이라며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안이 본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상황과 유사한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임 비정규직 대표 근로자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민주노총 성향이 강했다”며 “새 근로자위원을 볼 때 아예 민주노총의 색깔을 빼버리겠다는 선언 같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노사정 6인 대표자 회의]4개월째 마비 경사노위 "이대론 안돼"…전면 물갈이 승부수
사회 사회일반 2019.07.26 17:24:50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4개월 이상 마비상태에 빠진 사회적 대화의 정상화를 위해 위원장을 포함해 본위원회의 전면 물갈이를 추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위원 3인이 본위원회를 계속 보이콧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들의 해촉을 건의하는 동시에 위원장 등 위촉직 위원 9명도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승부수가 사회적 대화를 살리는 ‘인공호흡’이 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경사노위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자 6명이 모인 가운데 대표자회의를 열어 본위원회 위원 재구성 등 전면개편을 대통령께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성현 위원장은 회의 이후 브리핑을 열어 “현재 상황을 돌파할 방안으로 최종적으로 당연직 위원 5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음주 중 상황을 정리해 대통령에게 대표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사노위 본위원회 위원은 총 17명이다. 이 중 사퇴 의사를 밝힌 본위원회 위원은 문 위원장과 박태주 상임위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경영계 계층별 대표 3인 및 공익위원 4명이다. 노동계 계층별 대표 3인은 사퇴를 거부했다. 대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이들의 해촉을 건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수 위원의 불참에 따른 운영의 전면 중단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 조항의 개정을 포함한 전면 제도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경사노위가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진 배경은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본위원회가 4개월 넘게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출범하며 본위원회를 연 이래 한 번도 본위원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2월 탄력근로제 개편안이 노사정 합의로 마련됐지만 계층별 대표 3인이 이에 반발해 본위원회를 보이콧했다. 현행법상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각각 절반 이상이 불참하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3월 두 차례 본위원회가 열리지 못했고 4월에는 서면의결 형태로 안건 처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석 달 가까이 시간이 흘러 이달 초에는 본위원회를 예정했다가 회의 운영에 대한 위원들 간 이견으로 발표 6시간 만에 연기하는 일도 있었다. 문 위원장은 사퇴서 제출에 대해 “본위원회가 열리지 못한 데 대한 공동 책임을 전반적으로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위원을 해촉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엄중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위촉한 대통령이 해촉을 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노동계 계층별 대표들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사임서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 대표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경사노위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고, 계층별 대표를 비롯한 모든 위원들이 이런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사임을 거부했다”며 “3명 모두 위원에서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