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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흑인 차별, 밖으론 아프리카 의료지원…中의 '두 얼굴'
국제 경제·마켓 2020.04.15 19:05:42중국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흑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나붙는 등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아프리카인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프리카 국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은 의료물품을 지원하며 입막음에 나섰다. 15일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흑인은 입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됐다. 이 안내문을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중국 내외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반발이 커졌다. 결국 맥도날드차이나는 성명을 내고 사과하며 해당 안내문을 제거하고 광저우 매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해외 역유입 우려가 커지면서 아프리카인에 대한 차별 논란이 빚어진 와중에 벌어졌다. 광저우 보건당국에 따르면 아프리카 출신 다수가 거주하는 광저우에서 지난 13일까지 총 111명의 아프리카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19명은 해외유입 사례였다. 이와 관련해 흑인이 집주인에게 쫓겨나거나 임의로 격리되는 등 차별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아프리카인은 경찰이 숙소에서 자신들을 쫓아냈고 상점·식당 등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적도 있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주재 아프리카대사들은 13일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내 아프리카인 낙인찍기와 차별 상황에 대해 항의했다. 광저우 주재 미국영사관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하는 특별공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중국은 아프리카인에 대한 대우 개선을 약속하고 코로나19 관련 의료물품을 아프리카에 대량 공급하며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이 기증한 의료용품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공항에 도착했다. 지원물품에는 N95 마스크 1만장과 의료용 마스크 5만장, 보호가운 2,000개와 고글 등이 포함됐다. 리난 주남아공 중국대리대사는 “중국과 남아공이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이겨내자”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푼이라도 아쉬운 아프리카 국가들은 일단 중국의 지원을 환영하고 있다. 이날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은 “중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우려에 대처할 수 있는 중국의 헌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공감]아버지에게 짓밟힌 흑인 소녀의 편지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0.03.25 17:26:14“나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손을 대는 것마다 망할 거야.” 그가 웃었어. “네가 뭔데?” 그가 말했어. “너는 누구를 저주할 만한 사람이 못 돼. 널 봐. 너는 흑인이고, 가난하고, 못생겼고, 여자야. 염병,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으면 꿈꾸는 모든 일이 실패할 거야.”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씨가 말했어. “아무래도 네가 덜 맞은 것 같다.” “나를 때리면 당신은 그 두 배로 고통받을 거야. (중략) 나는 가난하고, 흑인이고, 못생겼고, 요리도 못 해.” 귀를 기울이고 있는 세상 만물에게 어떤 목소리가 말했어. “하지만 나는 여기 살아 있어.”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 2020년 문학동네 펴냄)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앨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치 칼을 꽂듯이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전한다. “이 일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해.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어.” 열네 살 흑인 소녀가 강간당했다. 그것도 아버지에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으므로, 소녀는 하느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은 소녀가 응답 없는 신에게 처절하게 때론 찬란하게 써 내려간 편지뭉치이다. 하느님은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 새로운 ‘신’들이 머물기 시작한다.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는 여자들, 그녀를 대신해 싸우는 여자들. 그 신들과 함께 그녀도 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듯이 절규한다. 나는 살아 있노라고, 누구의 노예도 아니라고. 살아 있는 내게 손찌검하는 자는 손대는 것마다 망할 것이요, 내 고통의 곱절을 느끼며 모든 일에 실패할 것이라고. 최근 N번방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여성이면서 아이였던 이들을 노예로 삼은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컬러 퍼플’의 저주는 아직 유효하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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