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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안 가리고 전방위 타격 받아…반도체 빼면 경기회복 '속빈 강정'
산업 기업 2021.06.07 18:12:16말 그대로 3중고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파장은 기업의 고용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매출이 고용과 함께 동시에 감소한 상장사가 전년보다 100개 이상 늘어났다. 최근 일부 시장의 업황이 개선되며 경기회복 기조가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린 소수의 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기업이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치명타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서울경제가 한국경제연구원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703개), 코스닥(1,208개) 상장사 1,911곳 중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종업원 등 3대 지표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기업은 총 461개로, 지난 2019년의 342곳보다 119곳 늘었다. 비율로는 2019년 17.9%에서 지난해 24.1%로 껑충 뛰었다. 이 중 코스피 상장사는 133개에서 189개로, 코스닥 상장사는 209개에서 272개로 증가했다. 각 산업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할 기업이 잇따라 ‘3중 타격’을 입은 것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매출액, 영업이익, 직원 수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 현재의 수익성,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가 모두 하락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업의 규모를 확장해가는 기업은 단기간 영업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 또 생산구조의 혁신을 통해 매출보다 영업이익의 증가를 목표로 하는 기업도 있다. 여기에 일자리는 기업의 핵심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의미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측면에서 지표가 감소했다는 것은 단순히 기업 규모의 축소를 넘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중 타격’을 입은 상장사는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았다. 코스피 상장 기업을 놓고 보면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반도체·가전 산업 등을 제외하고는 삼성물산·삼성SDS·에쓰오일·효성중공업·에어부산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3중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최근 일부 개선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저 효과가 있다”며 “코로나19의 여파로 일부 비대면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렸을 뿐 산업 전반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
한미반도체, 인천 4개 공장 완성..."연매출 6000억원 가능"
산업 기업 2021.06.07 13:54:52한미반도체는 인천광역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 내 마이크로 쏘 전용 신공장을 준공하며 4개 공장 체제를 완성했다고 7일 밝혔다. 회사 마이크로 쏘 신공장은 6,581㎡(약 2,000평)의 부지에 지상 3층 건물로 준공됐다. 40개의 워크베이와 대형 클린룸, 정밀측정실, 최신 패킹 시스템 등 첨단 설비를 갖췄다. 반도체 장비 조립, 테스트, 납품 등 일괄 공정이 가능하다. 한미반도체는 기존 병목현상 구간이던 반도체 장비 테스트 라인을 증설하면서 생산 능력을 크게 늘렸다. 연간 약 1,320대의 장비 생산이 가능하고,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한 후공정(OSAT) 업체 장비 수요 증가에 선제적 대응 능력을 갖추게 돼 연매출 6,000억 원이 가능한 설비를 보유하게 됐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최근 2년동안 약 590억원을 투자해 총 4만773㎡ (1만2,355평) 규모 부지에 4개 공장으로 구성된 반도체 장비 생산 클러스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1980년 설립된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이어 올해 최대 실적 경신이 기대된다. 최근 일본에 전량 의존하던 반도체 패키지용 마이크로 쏘 장비를 개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강해령 hr@@sedaily.com -
민주당, 이재용 가석방 무게두나…"'반도체 전쟁' 현실에 공감대"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1.06.07 11:03:58더불어민주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기류변화가 뚜렷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부회장의 사면논의는 소위 전세계 기술패권 반도체 전쟁 중에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필요한 중요 시점에서 총수 부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경제적인, 국익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 일정 정도 공감대가 있다는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송영길 당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한 부연이었다. 고 수석대변인은 “지난주 민심경청보고 때 (송대표가 이 부회장 사면론을)법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논의가 어렵다고 했다가 대표께서 수정발언했다”며 “바로 잡은 내용이 이미 유죄판결 받아 복역중이니 (사면)논의 대상이고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송 대표는 지난주 민심경청보고때 이 부회장이 사법판결이 나지 않아 사면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가 정정했다. 이를 고 수석대변인은 재차 설명한 뒤 “송 대표가 정정하셨고 가석방은 요건이 갖춰지면 취할 수 있는 조치 아니겠냐는 그런 취지”리고 송 대표의 인터뷰 발언을 설명했다. 사법정의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 수석대변인은 "특정인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서 그걸 다 국민들이 용서해준다는 그런 차원의 사면은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가 처한 세계 경제전쟁 속에서의 필요성 때문에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유죄가 확정돼서 복역중인 대상에 대해서 국민 화합차원이나 여러가지 사회적인 공감대 기반해서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인 사면 형태인데 지금 이 논의는 그거하고 좀 궤를 달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의 이 부회장 가석방 가능성 언급을 두고 "당 대표가 말씀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우리 법의 정신을 그동안 실무에서 잘 따르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가석방의 폭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
대만 반도체 업체 직원 확진으로 이틀간 생산 중단
국제 국제일반 2021.06.05 17:14:10대만에서 반도체 공급업체가 직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반도체 공급 차질로 자동차마저 생산에 타격을 받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중국 온라인 매체 제멘(界面) 등에 따르면 대만의 징위안 전자는 생산을 48시간 중단하고 전면 소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징위안 전자는 세계적인 칩 테스트업체다. 인텔과 삼성전자 등이 고객사다. 대만 반도체 업체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문을 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정부는 북부 먀오리 공장에서 일하는 징위안 전자 직원 67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확진을 받은 직원 대부분은 필리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장 직원 7,0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만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날 대만의 신규 감염자는 511명으로 전날(472명) 대비 39명 증가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
"반도체의 힘"...대만,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5.46%로 상향
국제 정치·사회 2021.06.04 19:24:38대만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당초 예측치보다 상향된 수치다. 4일 대만중앙통신(CNA) 등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 예산담당 부처 주계총처는 올해 GDP 성장률 예측치를 지난 2월 발표했던 4.64%보다 0.82% 포인트 높은 5.46%로 발표했다. 대만의 올해 GDP 성장률 예측치는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3.83%에서 상향 추세이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2010년 10.25%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11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만의 지난 1분기 GDP 성장률도 당초 추정치인 8.16%보다 높은 8.92%로 나왔다. 대만에서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이 확산 중이지만, 재택근무 등으로 대만산 전자제품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또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 TSMC 등 대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계총처는 올해 수출 증가율 예상치를 기존 9.58%에서 20.4%로 대폭 상향했다. 주계총처는 "코로나19가 3분기에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수출 위주의 제조업 생산활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경제 상황은 여전히 좋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
시스템반도체 학부생 키운다더니…2년간 수료생 '0'
산업 기업 2021.06.02 18:35:54한국 시스템 반도체의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학부생부터 맞춤형 인재로 길러내겠다던 정책이 2년이 지나도록 ‘공염불’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정책은 ‘대한민국 반도체 비전 선포’를 뒷받침할 내용으로 발표됐으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는 부처 간 협의도, 예산 확보도 실패했다. 2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9년 6월 25일 강원대를 비롯한 전국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스템 반도체 설계전공 트랙과정’을 도입하고 산학관 운영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교육과정은 전자공학과 등 기존 반도체 유관 학과에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과목을 추가 개설하고 3학년 이상 학생들이 이수했을 경우 팹리스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에 바로 실전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도 연계해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아울렀다. 협약 체결 당시 산업부는 정승일 차관이 대학 총장들과 만나 사진을 찍고 “2021년 이후부터 매년 200명 이상의 반도체 설계 특화 인력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해가 두 번이나 바뀐 지금 이들 대학에는 해당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없다. 협약식에 참석했던 학계 관계자는 “차관과 총장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만 남았다”고 했다. 중소·중견 기업인 팹리스나 소부장 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도 바뀌지 않았다.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는 부처 간 협의가 꼬인 탓이 컸다. 산업부는 산업 인력 양성을 책임지지만 막상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인 학부생은 교육부 소관이다. 이 문제를 두고 두 부처는 설왕설래하다 결국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추구하는 정책적 가치가 다르다 보니 어느 부처에 예산을 배정하느냐를 두고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도체 업계가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이런 교육과정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산업부에 강력히 요청해 시작된 것이지만 결국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육과정의 출범을 고대했다고 밝힌 A대학 모 교수는 “대학 총장들까지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정책이었지만 결과물이라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대학들은 대통령도 약속해서 정부를 믿고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일회성 쇼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해당 교육과정 지원이 무산된 후 산업부는 학부생 설계인력 양성을 위한 별도 정책을 추진해 추경으로 학부생 1,700여 명을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올 4월 15일 내년까지 반도체 분야 인력 4,800여 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산업 인력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설계전공 트랙과정도 신설 정책으로 포함됐다. 해당 교육과정은 2년 전과 동일한 목표와 방식으로 추진되며 오는 2022년부터 설치될 예정이다. 소관 부서는 교육부, 총괄은 산업부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
차세대 D램 출시 앞두고…반도체 'EUV 인재' 확보전
산업 기업 2021.06.01 18:30:38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치열한 극자외선(EUV) 기술 인력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변수가 많은 EUV 공정에 대응하며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도 ‘K반도체 전략’을 통해 EUV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국내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으나 EUV 기술 인력을 양성할 전향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EUV 공정 핵심 소재 경력 연구원 모집에 나섰다. 지난해 EUV 노광 장비 연구 인력을 채용한 SK하이닉스는 관련 공정에 쓰이는 마스크와 펠리클 소재 연구 인력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마스크와 펠리클은 EUV 노광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마스크는 EUV 빛이 웨이퍼에 회로 모양을 찍어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소재다. 펠리클은 마스크를 보호하는 덮개다. 마스크 오염을 최소화해서 노광 공정 수율을 높이는 역할이다. 기존 노광 공정에 쓰였던 빛인 불화아르곤(ArF)과 달리 EUV 빛은 모든 물질에 흡수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빛의 흡수를 방지하는 독특한 성분이 필요하다. 특히 펠리클은 반도체 라인에 당장 도입할 만한 기술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채용은 전반적인 EUV 노광 공정 개발과 함께 EUV 장비 내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변수를 잡아내기 위해 관련 소재 인력을 보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신규 팹 M16에서 10나노급 4세대(1a)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 유력 소재 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포토레지스트 전문가도 영입하는 등 EUV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이다. EUV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회사는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2019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EUV 공정을 도입한 뒤 7나노 이하 파운드리를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연구소 상반기 경력 공채에서 EUV 공정에 활용할 마스크 연구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 학계와의 강력한 네트워크로 EUV 기술 연구자를 일찌감치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도 우수 인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EUV 연구 인력을 꾸준하게 확보 중이다. 2023년에 7나노 EUV 공정을 양산에 도입할 예정인 인텔은 대량 양산(HVM)용 EUV 기술 연구 전문가를 찾는 채용 공고를 내걸었다. 이처럼 각 반도체 회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EUV 인력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차세대 반도체 전쟁에서 EUV 공정의 성공 여부가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EUV 노광은 범용인 ArF 공정 대비 14분의 1의 짧은 파장(13.5㎚)으로 균일하고 반듯한 회로를 찍어낼 수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변수가 많다. 전혀 새로운 빛과 포토레지스트, 노광 장비 등을 도입하다 보면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EUV 인력 확보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차세대 EUV 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EUV 기반 기술을 익힌 인력 인프라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hr@@sedaily.com -
시스템반도체 불모지 한국서 스타트업 대규모 투자 '시동'
산업 기업 2021.06.01 14:36:59반도체 설계 불모지 한국에서 팹리스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며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에서 설계한 칩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서 양산되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1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8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투자 유치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투자는 네이버D2SF, DSC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등 기존 기관 투자가가 모두 참여했다. 이밖에 IMM인베스트먼트, 아이온자산운용 등 신규 기관도 새로 주주로 합류했다. 퓨리오사AI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AI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17년 설립 이후 4년 간 AI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글로벌 AI반도체 벤치마크 대회인 'MLPerf'에서 아시아 스타트업으로 유일하게 결과를 제출하는 성과를 냈다. 다음 달에는 수년 간 개발해 온 실리콘칩을 처음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퓨리오사AI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최첨찬 미세 공정 기반 실리콘 개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글로벌 스케일의 양산 칩 개발이 가능하게 팀 규모와 역량을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2022년 하반기 목표로 출시할 차세대 칩 개발 프로젝트에는 1,000억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강력한 서버향 AI칩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뿐 아니라 세미파이브, 리벨리온 등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반도체 설계 플랫폼 스타트업 세미파이브는 2019년 설립 후 한달 만에 1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340억원 펀딩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세미파이브가 맺은 설계자산(IP) 라이선스 계약만 25건 수준이다. 또 다른 AI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 역시 지난해 말 카카오벤처스, 신한캐피탈에 투자를 받으며 칩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칩 설계 초기 단계지만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AI코어 설계를 마무리 하고 금융회사, 데이터센터 등에 특화된 시스템온칩(SoC)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투자를 이끌어내며 설계 자산을 늘리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더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있지만 아직 설계 자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의 보유 설계 자산은 삼성전자보다 3~4배 더 많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 파운드리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팹리스 등 반도체 생태계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위주 산업도 한층 더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될 것"이라며 "실패 가능성도 높지만 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 당국에서도 대규모 투자와 투자 회수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
“ ‘최강’ 메모리 반도체도 불길한 징조…탁월한 인재 키워야 ‘초격차’ 가능” [청론직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5.31 18:28:31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를 국가 인프라로 규정했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반도체 기술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정작 반도체가 기둥 산업인 우리나라의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우리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어느덧 미국에 따라잡히기 일보 직전이다. 그동안 공들인 시스템 반도체는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다.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존에 없던 신(新)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탁월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을 31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만나 국내 반도체 산업 현황과 초격차 기술 확보 전략에 대해 들었다. -차량용 반도체가 품귀를 빚으면서 반도체가 세계경제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데. △반도체 패권 경쟁은 사실 오래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수십 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중국 견제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것은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수요 등에 맞춰 정보통신기술(ICT)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가 더 늘었다는 뜻인가. △차량용 반도체를 보자. 자동차 한 대를 만들려면 반도체가 수백 개 필요하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 들어간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차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ICT 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반도체 부품은 다른 부품과 달리 하루아침에 대체할 수 없다. 그 안에는 수많은 공정이 있고 각각의 공정은 저마다 정교하게 통제돼야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최고의 기술이 집약되고 축적돼야 한다. 지금 제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도 당장 얼마 뒤에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도 시스템 반도체의 일부다. 시스템 반도체는 왜 중요한가. △시스템 반도체는 논리 연산과 데이터 처리 등을 주로 수행한다.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한 것은 산업 전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카메라·전화기·냉장고·밥솥 등 거의 모든 전기 제품에 들어간다. 시장 규모로 보면 시스템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의 2배 정도 된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메모리 반도체 쪽을 공략했다. 시스템 반도체 쪽을 키우지 않은 이유가 뭔가. △초창기에는 시스템 반도체를 하려고 했다. 그 예가 손목시계용 집적회로(IC) 칩이다. 같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두 분야에 모두 씨앗을 뿌렸는데 메모리 쪽은 싹이 잘 트고 시스템은 잘 트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수율(합격품 비율)이 기업 경쟁력이다. 우리는 정부 지원도 받았지만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수율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지금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면 추격이 가능한가. △반도체 투자를 시작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당장 시스템 반도체 분야 인력을 보면 미국·일본·대만에 비해 격차가 있지만 지속적인 인재 양성이 추진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이 된 것처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시스템 반도체는 각각의 제품에 따라 설계도 다르고 집적 공정 레시피가 따로 있다.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와의 격차는 줄었지만 작은 차이가 경쟁력 차이를 만들고 시장 지배력을 좌우한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과 인력이다. 자본 관점에서 보면 대만의 TSMC의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투자 규모에서 한국은 두 번째 수준인 만큼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재다. 가장 앞서가는 미국을 보면 시스템 반도체 인력이 엄청나게 많다.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뛰어난 인재도 많다. 중국의 인력도 워낙 많으니까 그 안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재는 왜 부족한가. △반도체 분야에서 능력을 갖추려면 기초 과목을 잘해야 한다. 현재 고교에서 물리I보다 물리II를 선택하는 학생이 훨씬 적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는 물리II를 배운 학생과 배우지 않은 학생이 섞여 있는데 둘의 학력 차이가 크다. 학부 과정에서는 반도체 연구에 필요한 기초 과목을 가르친다. 공학수학·전자기학·확률·통계·컴퓨터기초·프로그램언어 등 배워야 할 과목이 워낙 많아 여기에 반도체 관련 과목을 많이 넣기는 어렵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 고급 인재로 성장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인력 3만 6,300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로 1,500명을 배출하고 반도체 장비 기업과 연계한 학과 신설로 학사 인력 1만 4,400명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또 석·박사급 전문 인력 7,000명과 실습 인력 1만 3,400명도 키운다. 이 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실무급에서 석·박사급까지 단계별로 인력을 배출하는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탁월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아쉽다. -어떻게 해야 탁월한 인재를 키울 수 있나. △탁월한 인재는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려면 이런 인재가 있어야 한다. 특정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깊이를 더한다면 탁월한 인재가 될 수 있다. 현재 박사 학위까지 받으면 대개 교수가 되거나 기업체로 간다. 이런 길도 좋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인 박사 졸업생들에게 일정 기간 자기 분야를 더 파고들 수 있는 특별한 ‘박사 후 과정’ 프로그램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방법도 있는가. △반도체는 회로·소자·공정·장비·설계·아키텍처·운영체제(OS)·테스트 등 여러 분야가 있다. 가령 집적회로 쪽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학생에게 세계 최고의 테스트그룹에 참여해 연구할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뛰어난 융합형 인재를 만들 수 있다. 기업에서는 소자팀·공정팀·회로팀 등 팀 간 트러블이 있는 경우가 있다. 뛰어난 융합형 인재가 있다면 이런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 단 융합형 인재를 키울 때는 한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 경우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한 분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두 분야를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스템 반도체의 정점은 CPU인데 우리가 CPU를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과거에 코리안 CPU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 일본도 있었다. 그런 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아성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어야 한다. 또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잘 돌아가는지, 여러 OS에 잘 맞는지 등 보편성도 따져야 한다. 이런 관문을 통과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CPU 분야에서는 미국이 독보적이다. 중국도 이 점을 인정하고 인공지능(AI)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우리가 여전히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불길한 징조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세계 최강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모든 사람들이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최강이라고 말하는 사이 인력 양성도 등한시하고 국가 예산 배정도 줄였다. -그래도 현재까지 세계 최강인 것은 맞지 않나.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 기술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양산 기술의 핵심은 수율이다. 선행(첨단) 기술에서는 더 이상 1등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낸드 메모리 셀 소자를 176층까지 쌓아올리는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했고 올 1월에는 1알파(α) 4세대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둘 다 세계 최초다. 발표만 놓고 보면 마이크론이 앞서 있다. -선행 기술에서는 오히려 추격당한 것인가.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을 유지하려면 기술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탁월한 인재를 확보하는 길밖에는 없다. -정부는 최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반도체산업지원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거기에 어떤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하는가. △반도체 기업은 위험 물질을 많이 다룬다. 불산·염산·황산·비소·수소 등 온갖 위험 물질이 다 있다. 기업이 위험 물질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데도 사고는 난다. 이럴 때 가혹한 처벌을 받아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행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규제를 완화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e is… 1966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 마이크로시스템 기술랩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수했다. 원광대와 경북대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현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다. 공학한림원 젊은공학인상, 녹조근정훈장, 경암상 등을 수상했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
"中에 반도체 기술 유출 안돼" …매그나칩 매각 저지 나선 美
국제 국제일반 2021.05.31 18:11:05미국 규제 당국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31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성명을 내고 “미 재무부는 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대신해 e메일을 보내 인수 관련 안내문을 제출하고 CFIUS의 공식 검토를 받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 증시에 상장돼 있고 최대주주가 미국계인 오크트리캐피털펀드인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미 당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차량용 전력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삽입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 등을 주로 생산한다. 지난 2004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에서 독립해 설립됐다. 이 회사가 올 3월 자사주 전량을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털(WRC)에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바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계 PEF라는 점 때문이었다. 반도체·OLED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매그나칩의 본사와 생산 시설은 한국에 있다. 최대주주는 미국계 오크트리캐피탈펀드이고 201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기술 유출 우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합병(M&A)이 최종적으로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매그나칩의 주력 분야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아 공식적으로 각국 규제 당국의 독과점 심사를 받을 이유가 없는 데다 매그나칩 기술력이 하이테크로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매그나칩반도체가 이날 성명을 통해 “미 재무부가 미 CFIUS를 대신해 e메일을 보내 인수 관련 안내문을 제출하고 CFIUS의 공식 검토를 받도록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중국계 사모펀드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이번 M&A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승인을 거부했던 ‘브로드컴·퀄컴’이나 ‘칭화유니그룹·마이크론’ 등의 사례와 달리 매그나칩은 시가총액이 10억 9,8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매그나칩은 글로벌 OLED 스마트폰 DDIC 시장에서는 30%가 넘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이 정도의 시장점유율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필수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재무부가 나선 것은 적성 국가인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영역을 조금이라도 확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미국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일본 장비 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려고 한 것을 중국 당국이 비토한 것에 대한 반격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도 미국 당국의 이번 요구로 인수가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커졌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샹리강은 “CFIUS가 인수를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CFIUS가 독점력이나 국가 안보 등처럼 애매한 이유를 제시하거나 승인을 아주 오랫동안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인수한 해외 기업의 자원과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제품을 스스로 생산할 능력을 갖춰 미국 제품을 살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인 푸량은 “CFIUS가 이번 합병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해치지 않거나 합병 후 매그나칩반도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등의 특정 조건을 붙여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미국의 재검토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이런 거래를 통해 미국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CFIUS가 합병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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