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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택시 역차별' 논란에…2,000억 펑크난 추경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1.07.28 18:08:39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지원금(희망회복자금)을 최대 2,000억 원 늘려야 할 처지에 몰렸다. 여당과 정부가 포퓰리즘에 중독돼 앞뒤 가리지 않고 재정을 푼 결과가 형평성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28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개인택시 기사에 대한 지원금 증액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2차 추경안에서 개인택시 기사가 회사 소속인 법인택시 기사보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서 개인택시 기사(15만 명)는 매출이 10~20% 떨어진 구간으로 분류돼 1인당 평균 50만 원을 받을 예정이다. 법인택시 기사(8만 명)에게 지급되는 80만 원보다 30만 원 낮은 금액이다. 이에 형평성을 문제 삼아 항의가 빗발치자 민주당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각종 지출 부담을 지는 개인택시 기사는 ‘사업자’로 분류돼 법인택시 기사보다 다소 많거나 비슷한 지원금을 받아왔다. 당초 정부는 추경안의 민생지원금 지급 대상에 월급 근로자인 법인택시 기사를 제외했다. 이번 추경이 ‘전 국민+소상공인’ 지원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지원 대상을 넓히며 법인택시, 마을·시외·고속버스(5만 7,000명), 전세버스(3만 5,000명) 기사에게 1인당 80만 원을 주고 전 국민 지원금 1인당 25만 원도 중복 지원하기로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법인·개인택시 기사 간의 형평성 문제를 정부나 국회 어느 쪽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을 피해 개인택시를 포함해 매출 10~20%가 떨어진 구간에 포함되는 사람들(55만 명) 전부에게 30만 원을 추가 지급하려면 최대 2,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당장 거액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 정부는 예비비도 거의 바닥 나 올해 1차 소상공인지원(버팀목플러스) 때 미지급된 1,000억 원을 가져다 쓰거나 지원금은 그대로 두고 개인택시 기사의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도록 별도 예산 사업을 편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논란을 감수하고 지원금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 계획을 짤 때는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돈을 투입하도록 집행안이 설계돼야 하는데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창간기획] 호봉제 없앤 풀무원, 3년뒤 임금·매출은
사회 사회일반 2021.07.27 18:00:20지난 2018년 풀무원은 ‘판도라의 상자’로 여겨졌던 임금체계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생산직의 5단계 직급 가운데 중간인 ‘1급’에 직원들이 몰리면서 공평한 승진 기회가 줄어들자 직급의 개념을 역할 중심으로 바꿨다. 이와 동시에 재직 기간이 아닌 능력 중심의 승격 관리를 위해 직상급자 평가를 도입했다. 특히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불리는 호봉제를 노사 합의로 폐지했다. 풀무원 노사의 결단은 국내 노동시장 환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풀무원도 1980년대 설립 때부터 생산직은 호봉제가 기본이었고 2000년 직급의 자동 승격을 요구하는 노조 파업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풀무원 노사는 한 발씩 양보했다. 결과는 노사 윈윈으로 나타났다. 노사가 임금체계를 대수술한 2018년 풀무원의 영업이익은 402억 원으로 2017년 대비 24% 급감했다. 하지만 2020년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460억 원으로 회복됐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연봉은 5,500만 원에서 6,100만 원으로 11%나 올랐다. 풀무원의 사례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박우성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풀무원 노사는 서로에 대한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성공 사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풀무원의 사례는 국내 노동시장의 문제를 노사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잘 보여준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시장의 환경과 노사 시스템이 급변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공장 시대에 멈춰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여전하고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명 철밥통을 만든 제도를 바꾸는 게 노동 개혁의 본질”이라며 “노동 개혁이 이뤄져야 임금과 생산성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
반도체 인력만 매년 1,500명 '구멍'…"新 10만 양병 서둘러야"
산업 기업 2021.07.27 17:54:25총성은 울리지 않지만 파괴력만큼은 통상적인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술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와 배터리를 시작으로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등 여러 분야에 참전해 생존을 위한 경쟁을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전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지속적인 인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까지 엔지니어 등 기술 인재 영입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전력(戰力) 확보가 절실한 기업의 현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 LG와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에 포진해 있는 배터리 분야는 ‘인력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봐도 좋을 만큼 연구개발(R&D)과 생산관리 분야 인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9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배터리 R&D를 해온 석·박사나 박사후과정(포스트닥터) 연구원을 대상으로 최고 경영진과의 대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의 R&D 비전을 소개하고 조직 문화와 인사 제도를 설명하는 이 행사에서는 채용 상담도 함께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현 대표이사 사장과 김명환 사장, 김흥식 최고인사책임자 등 회사 핵심 경영진이 코로나19로 한층 까다로워진 국경의 벽을 넘어 미국을 향한다는 점에서 핵심 인력에 대한 기업의 집념이 드러나는 행사이기도 하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도 이에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회사 공식 행사에서 “배터리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인력 블랙홀이 됐다”며 생산 인력과 연구 인력을 확충하는 일이 곧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뛰어난 인재 채용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며 R&D 인력 수시 채용에 힘을 쏟는 모습도 관찰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초격차 기술의 배경에는 인재가 있다고 보고 인력 네트워크를 풀가동해 R&D 연구진을 영입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주춤한 상태지만 예전에는 고위 임원들이 미국으로 출장을 갈 경우 박사 또는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기술 인재를 연구실로 직접 찾아가 발굴해오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위 임원의 한 해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에 인재 발굴에 관한 내용이 있었을 정도로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거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유별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국내에서는 필요한 규모의 인력을 충분히 뽑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고 석·박사 과정 연구생을 이끌어줄 수 있는 교수들까지 탄탄하게 확보하는 것은 한두 기업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로 배터리 분야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석·박사급 연구 및 설계 인력이 1,000여 명, 학사급 공정 인력도 1,800여 명이 부족한 상태이며 반도체 역시 해마다 1,500명 이상을 충원해야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반면 한국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세계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자본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전 세계 R&D 인력이 모여든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은 1946년에 만들어진 ‘풀브라이트 장학금’이라는 훌륭한 무기가 있다. 게다가 반도체·배터리·AI 등 유망 산업의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는 만큼 기술 인재들이 유학을 갔다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도 자신들의 문화에 친숙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1902년부터 창설돼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으로 알려진 영국의 로즈 장학금, 1953년부터 현행 체제와 유사한 선진 연구 지원 사업을 펼친 독일의 훔볼트재단 장학 프로그램 등은 각각 영국과 독일로 전 세계 인재를 끌어오는 자석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인재를 대상으로 한 장학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도 2010년 글로벌 인재 교류 프로그램인 글로벌 코리아 스칼러십을 만들고 지원에 나섰지만 역사가 짧아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인재를 양성해내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민관 협력을 통해 해외의 우수한 두뇌를 유치하는 ‘신(新)10만양병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율곡 이이가 주창했던 10만양병설의 개념을 차용한 이 주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저서에서 언급하며 주목받았는데, 안보와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수준 높은 인력과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들여야 하며 인재 역시 국내뿐 아니라 외국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외국의 기술 인재를 확보하려 할 때 재외동포 등 혈연을 매개로 접근하는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어 정책적 시야를 넓히고 인재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산업 혁신 인재 2만 3,000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비롯해 인력 양성을 위해 2,442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해외 기술 인재를 포섭하겠다는 설명은 들어 있지 않았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기술 이민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던 독일이나 일본·영국 등도 정보기술(IT) 인력 확보와 4차산업 기반 마련을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빗장을 풀고 고급 인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기업이 모셔오려는 외국의 기술 인재가 한국에서 활동하기 수월하게 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떠나는 외국인 일손…이민정책 개선 시급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1.07.27 17:53:16강원도에서 밭농사를 짓는 A 씨는 요즘 반쯤 일손을 놓은 상태다. 김장 배추 파종 시기가 다가왔지만 일꾼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평년 7만~8만 원이던 하루 일당은 15만~16만 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동네 노인 일손은 하루 7만~8만 원을 주는 공공 일자리에 뺏긴 지 오래다. 일당은 상대적으로 작아도 하는 일이 별로 없어 노인들이 밭일 대신 공공 일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수십만 원의 소개비까지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경제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감염병으로 노동 서플라이체인이 막히며 농어촌은 물론 중소 제조업이나 건설업도 인력난을 겪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건설 현장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베트남어 등 최소 3개 국어로 작업 시작 및 종료 등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게 기본이 됐다. 안종석 조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소수의 관리자와 다수의 단순노동자가 존재하는 피라미드형으로 짜인 가운데 내국인의 단순노동 선호도가 크게 줄고 있는 만큼 이를 이민 등으로 채우지 못하면 중소기업이나 농촌에서 더 이상 일할 사람이 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외국인 취업자 수는 84만 8,000 명에 달해 저숙련 산업의 외국인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문 취업 인력은 지난 2012년 4만 7,000명에서 지난해 3만 9,000명으로 도리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이민정책은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 여성들에 대한 정책으로 인식되며 사회적 통합 관점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정부 정책도 2008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신설한 후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한국 관료 사회의 고질병인 부처 영역주의가 이민정책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이민정책은 법무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외교부 등이 각각 출입국 및 국적 신청, 여성 결혼 이민자 정책, 외국인 노동자 정책, 외국 국적 동포 정책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허점이 속출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질병관리청은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해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차별 없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숙소 생활을 하는 이주 노동자 사이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재외 동포 비자 소지자 및 미등록 외국인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합법 체류 외국인조차 질병관리청의 예약 대상자 명단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민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거주자·외국인의 출입국과 불법체류자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해 통합적인 이민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이민청을 만들어 국민·거주자·외국인의 출입국 및 복지 전반과 사증, 체류, 동포, 불법체류자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게 한 이스라엘이 대표 사례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외국인 인력 도입 정책을 한군데로 모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 인재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영주권 취득 문턱을 낮추는 등 전문 인력 유치를 위한 이민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고용주 없이도 영주권을 주고 일본이 1년 만에 영주권 취득을 허용하는 식이다. -
"공정한 성과보상 최우선 돼야"…기존 노조에 돌직구 던진 MZ
사회 사회일반 2021.07.27 17:44:54올해 노동계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 노동조합의 등장이다. MZ 노조는 공정한 경쟁에 따른 차별화된 보상을 전면에 내걸고 평생 직장과 기존 노조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MZ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는 올해 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삼성전자 노조도 구성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MZ세대 노조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노동조합 운동의 시작이자 근간이 공장 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치 못했던 제3지대에서 출현한 새로운 형태의 노조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접 고용 논란처럼 청년층의 공정을 중시하는 문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존 노동 시스템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는 MZ세대의 불안감이 노조 설립으로 분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취업 포털 사람인이 MZ세대 직장인 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조가 필요한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 60%가 ‘조직 문화 개선’을 꼽았다. 노조가 해야 할 일 1위(69%)도 ‘개인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 마련’으로 나타났다. 기존 생산직 노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인 정년 보장은 후순위로 밀렸다.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MZ세대 노조의 등장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의 ‘2021년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국정 운영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느끼는 국민(19세 이상 1,000명 대상)은 문재인 정부에서 35.2%로 2007년 노무현 정부(28.5%) 조사 때보다 높았다. ‘정부가 노조 편을 든다’고 생각하는 답변도 12.7%에서 26.3%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 같은 흐름은 평생 직장 개념이 점차 사라지는 세태와도 연결된다. 사람인이 지난 4월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0%가 2개 이상 일자리를 뜻하는 세컨드 잡을 갖거나 쇼핑몰 창업 등을 원한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공채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한다. MZ세대 노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아직 조직 규모가 적어 사측과의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MZ세대 노조의 지향점은 합당한 보상인 만큼 양극화 해결, 저임금 노동자의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MZ세대 노조가 우리 노동시장에 뿌리 깊게 박힌 연공제의 부작용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공제가 공정한 보상이냐는 늘 논란거리다. 이는 연공제를 강조해온 일부 기성 노조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에서 ‘노조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했다’가 49%였다. 반면 ‘앞으로 누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조합원의 이익이라고 답한 비율은 5.5%에 그쳤다. 67.2%는 ‘전체 근로자의 이익’이라고 답했다. 박우성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라는 울타리 안에서 연공 중시와 능력 중시라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나타난 것”이라며 “(MZ세대 노조는) 기업 스스로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노동' 눈앞인데 法·제도는 역주행…"생산성 중심 손질을"
사회 사회일반 2021.07.27 17:43:14“사업장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다릅니다. 일할 때 일하고 금전 보상을 충분히 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게 핵심 과제입니다. 스타트업과 삼성이 어떻게 같은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정하겠습니까.”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27일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에 맞춰 노동 규범도 효율화,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세기 제조업 시대에 만들어진 전근대적인 노동 규범(법·제도)을 21세기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며 “현행 (노동) 법·제도는 획일적인 강행 규정이 너무 많은데 근로시간 편성과 같은 노동 규범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스마트팩토리가 주도하는 미래의 노동이 일자리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기존 노동에 얽매인 낡은 법·제도는 여전하다. 정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친(親)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와 개정 노조 3법 시행 등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일과 삶을 바꾸는 미래 노동이 성큼 다가왔는데 정작 낡은 옷을 입고 역주행하는 컨베이어벨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일자리 빠르게 줄어드는데 노사 갈등은 여전=한국은행은 지난 2002년 전체 기업 중 19.0%를 차지한 신생 기업 비중이 2018년 11.7%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고령화는 생산능력과 고용 창출 능력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이 같은 추세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신산업의 등장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와 기계, 금융 및 보험, 도소매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실생활에 밀접한 10개 업종의 근로자 833만 명 가운데 133만 8,000명(16.1%)이 일자리 전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2024년이 되면 이 가운데 일자리 70만 6,000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고민해야 할 노사 관계 지표는 개선 신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 협력 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에 머물러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임금 근로자 1,000명당 근로 손실 일수는 연평균 38.7일로 일본의 193.5배다. ◇파업 대체 근로 금지 국가는 OECD에서 한국이 유일=풀무원처럼 노사가 양보해 새로운 경영 여건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현행 법과 제도가 노사 양쪽 모두에 비판을 받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더뎌 협상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올해 제정된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사근로자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가사 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그동안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규정 하나를 바꾸는 데 무려 70년이나 걸렸다. 경영계가 주장해 온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도 낡은 노동 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파업은 노동조합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부산의 한 기업에서 일어난 파업 탓에 들어온 거북선·금속활자 같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 핵심 과제는 “노사 균형 맞추기”=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기울어진 친(親)노동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주 52시간제 확대, 개정 노조 3법이 시행됐고 내년 1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경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능력제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고용 유연성 제고가 시급해졌지만 법·제도나 사회적으로 논의할 테이블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해고도 어렵지만 퇴사자가 다른 기업에 재취업하기 어렵고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빈약하다”며 “고용 유연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 강화하면 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우성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 위기 상황에서 기득권만 따진다면 미래 세대는 견디기 어렵다”며 “연금 재정(고갈) 문제로 일할 수 있는 나이를 70세까지 확대하려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고령화·저출산 사회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가예산 5%, R&D에 책정…중장기 과제 집중 투자"
산업 IT 2021.07.26 18:07:24국가 연구개발(R&D) 100조 원 시대를 맞아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R&D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선도 국가 제품을 벤치마킹하던 ‘패스트 팔로어’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R&D는 민간에 맡기고 민간이 투자하기 힘든 우주·해양·핵융합 등 중장기 과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 R&D 규모가 27조 원으로 30조 원에 육박함에 따라 그동안 예산 핑계로 시도하지 않았던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53%로 세계 2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이른바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오명을 써왔다. 실제 국내 연간 R&D 투자 대비 특허 건수는 12위, R&D 대비 기술 수출 총액은 30위, 연구원 1인당 논문 수(SCI 기준) 및 인용도는 33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정부 예산 배정에 유리한 단기 성과에 치중한 결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술 활용성보다는 성공률 높은 단기 기술에 집중하다 보니 막대한 R&D 투자에도 정작 핵심 소재에 대한 원천 기술조차 없어 일본의 수출 규제 결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 연구소만 4만 2,000여 곳이고 삼성전자(005930)의 연구비가 1년에 20조 원이 넘는 등 기업들도 충분히 능력을 갖췄다”며 “이제 단기 성과 중심의 과학기술 개발은 민간 기업에 넘겨주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원천 기술 연구 및 우주, 해양, 극지, 핵융합 등 빅 사이언스 분야에 정부가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R&D 규모 지속 확대 △중장기 로드맵 마련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을 필수 실행 요소로 꼽는다. 김 원장은 “미중 무역 전쟁 등 기술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고 과학기술 중심 사회로 바뀌면서 국가 R&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가 R&D 투자에 국가 전체 예산의 최소 5% 이상을 일정률로 배정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R&D 사업의 중장기 전략적 투자와 부처별 사업의 연계를 위해 ‘범부처 국가 기술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국가 R&D 사업의 과제기획·선정평가 체계 분석’ 보고서는 “현재 부처별로 소관 분야 기술 로드맵이 수립되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한 국가 전략 기술, 중점 과학기술, 중장기 R&D 투자 전략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에 합류한 것처럼 장기적인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글로벌 톱 레벨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창간기획] 속자생존 시대…기업을 '춤추게' 하려면
산업 기업 2021.07.26 18:06:19서울경제신문이 창간 61주년을 맞아 정부와 정치권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기업을 춤추게 하라(DANCE)’다. 거미줄 규제를 완화하고(Deregulation),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고(Animal spirit),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고(New growth engine), 기업과 소통하고(Communication),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야(Encouragement) 한다는 엄중한 화두를 던진다. 기업 없는 국부(國富) 창출은 그야말로 모래성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은 운명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니라 속자생존(速者生存·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남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DANCE’ 없이는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는 이의 첫걸음이다. 지난해 출범한 21대 국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1,300여 개의 규제 법안을 세포분열하듯 찍어냈다. 역대 최다 수준이다. 미 국무부가 최근 ‘2021 투자 환경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 부족과 자의적 해소, 국회의 규제 양산 등을 거론하며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한 것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기업의 야성적 충동이 사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경쟁국 정부와 의회는 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첨단 분야에서 속자생존하기 위해 제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시설 투자에 대규모 세제 지원을 단행하고 있다. ‘기업=적폐’라는 화석화된 도그마에 빠져 있는 우리와는 천양지차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경제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향후 2~3년간 1,450억 유로를 반도체 분야에 쏟아붓기로 했다. 국내 정치권이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기업 목소리에 귀를 막은 ‘맹탕’ 반도체특별법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기업과 소통하는 한편 반기업 정서도 해소시켜야 한다. 기업과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갈라치기’ 정책으로는 갈등과 분열만 양산시킬 뿐이다. 국가 혁신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파견법·상법·공정거래법 등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안재욱 경희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기업이 있었기에 우리 경제가 선방했다”며 “기업이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中 비중 줄이고 신남방 개척 "공급망 위험 분산해야"
산업 기업 2021.07.26 18:03:4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자국 중심주의 확산과 미중 갈등의 심화로 인한 글로벌가치사슬(GVC)의 변화는 우리 기업에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GVC 재편에 맞춰 우리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원자재 조달 및 수출 등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은 자국 중심의 가치사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코로나19로 공급망 단절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효율성 중심이던 기존 가치사슬 관점에서 벗어나 안전, 위기 관리, 복원력을 갖춘 공급망 확보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사슬의 최우선가치가 저비용·적시 생산에서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와 위험 분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철강, 의약품, 전기차 부품 등에 바이아메리칸법안을 적용하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유럽도 독일·프랑스·영국 등 제조업 강국을 중심으로 자동차·항공우주·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지역 가치사슬 구축에 나섰다. GVC가 북미, 유럽연합(EU), 아시아태평양, 중국 중심으로 지역화 또는 자국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생산 및 조달을 다변화하고 있다. 애플은 미중 통상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생산 시설의 30%가량을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샤프 등도 일부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포드 등은 멕시코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에 나섰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 사드(THAAD) 사태에서 보듯 특정 국가에 편중된 무역구조로는 강대국 간 갈등 고조 등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각 지역 가치사슬에 다양하게 참여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수출·수입·투자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VC에 적극 참여하더라도 국내 산업과 일자리 유지를 위해 핵심 제조 시설이나 연구개발(R&D) 시설은 국내에 계속 둘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함께 리쇼어링 정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ACE' 키워야 포스트 코로나 주도…수소 등 디지털 접목 확대를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1.07.26 18:00:2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 분야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이른바 ‘ACE(Always Connected Economy·언제나 연결돼 있는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며 각국의 공급망 재편 및 친환경 기조 강화로 새로운 무역 질서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은 자국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산업의 맥이 끊기지 않는 상시적인 연결에 국가 투자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가 투자 전략의 핵심을 ‘ACE’로 규정한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은 △탈중국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기반 경제 체제 구축 △환경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 중시 등으로의 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수석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판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양상이 다자 협력을 통한 대중 압박으로 바뀌었을 뿐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국수주의 행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통상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산업·통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또 다른 ‘초격차’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통상’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망 재편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우리만의 핵심 기술력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외신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각국은 자국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진 반도체가 이 같은 글로벌 산업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미국이 올해 초 관련 산업 육성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오는 2030년까지 1,450억 유로를 투입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 또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한 ‘중국 제조 2025’를 꾸준히 추진하며 글로벌 패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생산 라인의 내재화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기차, 그린수소 등 미래 핵심 산업으로 패권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글로벌 이동 제한 등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코로나19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에 되레 속도가 붙게 됐다”며 “각종 변이 바이러스 등이 향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각국이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 같은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또한 올 들어 ‘K반도체 전략’과 ‘K배터리 전략’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경제 주도권 쟁탈전에서 미국·중국·유럽 등 강대국에 점차 밀려나는 모습이다. 실제 삼성전자·현대차·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신설·증설 계획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의 우리나라 관련 투자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은 국내 대비 인건비도 높고 인력의 숙련도도 낮지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해외 현지 공장을 증설해야 한다”며 “결국 국내는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하는 ‘마더팩토리’로의 변신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신규 산업 육성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산업 전문가는 “5세대(5G)와 AI 등 디지털 관련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해당 기술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환경·노동·외교 등의 이슈가 서로 간 다층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 변수를 모두 고려한 정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탄소 중립 이슈만 하더라도 발전·운송·산업 등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만 각 부문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특히 산업 내에서도 주요 섹터별 영향이 달라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이항구 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 간의 경계가 없어지는 데다 각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해야 하는 만큼 개별 기업이 해당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각 부처나 협회 등으로 쪼개져 있는 주요산업 진흥이나 대응 업무를 한 곳에 통합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美·中 분쟁' 유탄 피하려면 '초격차'만이 해법
산업 기업 2021.07.26 17:55:22무역 분쟁을 계기로 본격화된 미중 패권 경쟁이 기술 전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중의 패권 전쟁 속에서도 한국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자동차·조선 등에서도 기술력의 ‘초격차’를 통해 지정학적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각자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한국을 추격해오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건재하다고 보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뒤쫓고 있는 대표적 국가가 중국이었는데 미국에서 중국이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제재하는 바람에 한국에는 격차를 벌릴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1.2%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가 28.8%로 그 뒤를 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공급망 강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독립을 추구하지만 범용성과 성능이 뛰어난 한국의 D램은 필수적으로 사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산업의 기술 격차를 통해 복잡한 국제 정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가령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연이어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전기차, 수소차, 친환경 선박 등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수소차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차를 중심으로 수소 관련 기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날로 강화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수소 선박도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가 초기 연구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할 경우 탄소 중립 등 외교적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가 생긴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이 적극적 투자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을 경우 국제사회에서는 ‘이 기업이 아니면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생겨 지금처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포스트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稅 혜택 늘리고 인력 양성 주력을
산업 기업 2021.07.26 17:54:12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 산업이다. 확실한 성장 모멘텀까지 지니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래 반도체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자동차가 급부상하면서 2차전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의 약진으로 향후 2차전지가 한국의 국부를 책임지는 ‘포스트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곳곳에서 나온다. 그러나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5년 뒤 2차전지 시장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어렵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의 70%를 차지한 것처럼 압도적인 독과점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성장 모멘텀은 상당히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10나노(㎚·10억 분의 1m)급 D램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자율주행·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은 물론 노트북PC·태블릿 등 비대면 사업 증가로 인해 앞으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칩 성능 고도화와 동시에 면적을 줄인 새로운 반도체 콘셉트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연산과 저장 기능을 동시 수행하는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 반도체, D램 속 트랜지스터를 층층이 쌓는 3차원(3D) D램 등이 대표적이다. 또 생산된 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패키징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 기기를 마치 두뇌처럼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시장도 나날이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 규모,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정부에서 각종 세제 혜택과 인력 양성 정책으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미국과 대만 등 반도체 선진국 지원에 비해 국내 정부의 반도체 정책은 열악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R&D 센터 건립 등 인프라 지원을 위해 법규 간소화와 인센티브, 인력 공급을 파격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업이 國富 원천이자 안보 방패…대만 'TSMC 실리콘실드' 배워야
산업 기업 2021.07.26 17:50:45198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불리던 대만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늙어가는 나라로 평가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은 둔화됐고 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조선’처럼 자국을 ‘귀신섬’이라 부르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미중 패권 전쟁과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는 동시에 미중이 모두 구애하는 전략적 국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TSMC·U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판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차이잉원 정권은 이에 발맞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테크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했고, 동시에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으며 미국과의 밀월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한 국가의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책임지는 글로벌 질서가 공고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아무리 패권을 휘둘러도 독보적 기술 앞에서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같이 분명한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 내부에서 기업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야박하고, 증세와 규제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출범한 21대 국회만 해도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1,300여 개 규제 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쏟아내 역대 최다 규제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최근 ‘2021 투자 환경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 부족 및 자의적 해석, 국회의 규제 양산, 주52시간제 등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면 다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인식부터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이 독보적인 역량을 갖춰야 ‘이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무너진다’는 인식이 생겨 미중 패권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규제를 하더라도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기업 성장을 발목 잡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와 SK·LG 등의 배터리 경쟁력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확고한 한미 경제 동맹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로 미국과 중국을 모두 사로잡는 ‘실리콘 실드(silicon-shield·반도체 방패)’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삼성전자 역시 D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의 독보적 경쟁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는 내연 자동차에서 전기차·수소차로 가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포스코는 철강 사업만 할 줄 알았더니 수소와 미래 에너지로 사업을 재편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열악한 기업 환경 속에서도 이런 성과를 보이는 기업에 힘을 북돋기는커녕 정치는 지지층의 이익만 대변하는 4류·5류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에서는 선진국들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와 자국 산업 육성 노력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업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비롯해 얽히고설킨 국제 관계를 풀어나가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금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기업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을 발효하는 등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등 반도체 내재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마이크로칩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이른바 ‘마이크로칩 산업 동맹(industry alliance)’을 추진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반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거나 상계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도체 관련 특별법 제정을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정쩡하고 생색만 내는 기업 지원책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본격화할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기업 환경을 개선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우리나라에, 또 외국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BTS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의 전 세계적 인기만 봐도 우리나라 미래는 기업들이 밝히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반면 극성 노조처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집단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집단들이 우리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희망 잃은 MZ세대, 공정한 '성장 사다리' 원한다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1.07.25 18:23:48MZ세대로 불리는 1990년대생 10명 중 6명(60.6%)은 자신들의 자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 폭등, 취업난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무능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진 결과다. 이에 따라1990년대생 여성 90.7%는 ‘결혼=출산’이라는 공식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동안 상식으로 여겨졌던 ‘취직→결혼→출산’이라는 삶의 경로가 한국 청년들의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61주년을 맞아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 사회의 불임(不姙)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29.6%)은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앞으로 출산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도 40.4%나 됐다. 특히 직접 출산의 부담을 져야 하는 여성의 비(非)출산 의향은 51.7%에 달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0.84명까지 떨어져 전 세계 최저수준을 보였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들의 탈(脫)이념화도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생 2명 중 1명(47.4%)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평가했다. 또 가장 중요한 정치의 덕목으로 도덕성(11.4%)이나 개혁성(3.6%) 대신 국정 운영 능력(35.2%)과 공정성(20.8%)을 꼽았다. 진보나 보수 등 정치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더 능력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의미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10%는 진보 진영의 국정 운영 능력에 실망해 최근 5년 내 정치 성향이 보수로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창간 61주년을 맞은 서울경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리셋 더 넥스트(reset the next)’를 우리 사회의 미래 과제로 제시한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되는 1990년대생의 3대 키워드인 탈정치, 실용주의, 소(小)인구화를 포용해가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셋’ 버튼을 누를 기성세대들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도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세대의 성장 문법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리셋이 없으면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온 1990년대생들의 요구를 두고 젊은 층이 퇴행한다고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며 “이들은 단순히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것 이상의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지난 19~20일 전국 1990년대생(22~31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웹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는 ±4.4%포인트였다. -
베이비부머 은퇴 눈앞…"노인에 맞는 일자리 시급"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1.07.25 18:05:18한국 사회가 인구절벽을 맞이했지만 아직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초고령화가 급가속 페달을 밟기 전까지 아직은 10여 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인구학계에서는 앞으로 남아 있는 10년을 인구문제에 대응할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가 은퇴하는 오는 2030년 이후에는 1,600만 명이 넘는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발간된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 생산과 소비를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인 25∼59세 인구를 ‘일하는 인구’로 따로 분류하면서 현재 약 2,608만 명인 이들이 2027년까지는 2,500만 명 밑으로 완만하게 내려가지만 이후에는 2031년까지 올해 대비 315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부터 인구절벽을 지나 인구 재앙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고령사회에도 지속 가능한 국가 시스템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한 후에는 체질을 개선하고 싶어도 사회적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재앙은 특히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지금도 중소기업에서 청년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임직원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에 달했다. 대기업 22.6%과 비교해 크게 높았다. 특히 조선과 철강·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금형, 용접 등의 뿌리산업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숙련공 대다수가 50~60대인 상황 속에서 이들이 은퇴하면 기술 전수의 맥이 끊길 위기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도 부담없이 은퇴한 노년층을 고용하고 노인 역시 가볍게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노인을 위한 파트타임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멸 위기인 지방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은퇴한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를 공급하자는 제안도 있다. ‘횡성형·밀양형 일자리’처럼 지역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 은퇴한 노년층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의 저자인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귀향을 꿈꾸는 베이비부머가 분명 다수 존재한다”며 “밀양·함양 등 지방 도시의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에 3일 정도 일하고 15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든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닭장 같은 아파트 대신 노년층이 선호할 만한 타운하우스를 지어 저가에 임대한다면 은퇴할 베이비부머의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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