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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 어쩌나…이창용 "물가 꺾일때까지 금리인상"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21 18:02:04한국은행이 불과 한 달 만에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넘게 상향 조정한 것은 최근 대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등으로 올해 물가는 2008년(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하겠다”며 사실상 다음 달 13일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기·환율에 가계부채 등 지표를 살펴보고 금융통화위원들과 상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전격적으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만큼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물가 정점을 올해 3분기로 예상한 만큼 최소한 7월과 8월까지 금리를 올려 사상 초유의 4연속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지난달 전망치(4.5%)를 한 달 만에 고쳤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불과 4주 동안 대외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으로 환율과 민간 소비가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2008년 물가 급등기 때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글로벌 금융 불안에 환율이 올랐으나 최근에는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나타나는 달러 강세로 원화 약세 흐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으로 외식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상승세도 확대됐다. 국제 식량 가격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외식물가는 내년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1% 오르면 외식물가는 3년 동안 0.14% 상승한다. 2008년 3분기(5.5%) 이후 처음으로 분기 단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 총재는 “시장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물가 수준이 5% 중반일지 6%를 넘어갈지 예단하기 이르다”면서 “다음 금통위까지 아직 3주의 시간이 있는 만큼 새 정보를 보고 (연말 금리 수준 등)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텝 단행 여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 총재는 “빅스텝은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경기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과 가계 이자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의) 양과 속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나오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함께 적절히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이후 한은도 빅스텝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스텝을 단행한 뒤 8·10·11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감안하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
물가 중심 통화정책 강조한 이창용 “빅스텝, 물가만 볼 수 없어”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21 11:36:49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세가 꺾일 때까지 최소한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했지만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여부는 시간을 두고 금융통화위원들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이날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상황 설명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4.7%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환율이나 수요 회복 등 여건을 봤을 때 과거 물가 급등기인 2008년(4.7%)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이 총재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금통위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유가가 금통위 직전 109달러 수준에서 6월 들어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해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 폭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위험이 우세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발 공급 충격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전망기관들도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국제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글로벌 공급망도 회복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으면 빅스텝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빅스텝을 하느냐 안 하느냐라는 것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환율에 주는 영향도 봐야 하고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대출도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까지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과 상의해서 적절합 조합을 만들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하겠다는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이고 양과 속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적절히 판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갈 가능성은 판단하기 이른 시기라고 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한은은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해외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이나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물가 수준이 5% 중반일지 6%를 넘어갈지 예단하기 이르다”라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
[뒷북경제] 빅스텝 하자니 경기·부채 걱정, 안 하자니 물가가 고민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18 14:00:00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빅스텝(0.50%포인트) 여부를 선택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미 시장 관심은 7월 13일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올릴지 말지가 아니라 빅스텝을 할지 말지로 옮겨갔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빅스텝을 한 적 없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한미 금리가 같아진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다음 금통위까지 3~4주가 남았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시장 반응을 보고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은에서 처음으로 빅스텝 불씨를 지핀 장본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입니다. 한은은 앞서 연말 기준금리가 2.50~2.75%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올해 남은 네 번의 금통위에서 모두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한은은 7·8월과 10월·11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4~5월부터 최대 6번 연속 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례적인데 유독 빅스텝만큼은 조심스럽습니다. 한은이 빅스텝을 고민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기 둔화 가능성입니다. 9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빅스텝 질문에 “물가가 조금 더 오르고 있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경기 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생긴 부작용, 중국 경기 둔화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이유로 경기 측면을 고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한은(2.7%)보다 낮출 만큼 경기 둔화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를 들 수 있습니다. 1분기 가계부채는 1752조 7000억 원입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까지만 해도 196.2%였는데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4분기 220.8%로 급증했습니다. 민간신용 증가율은 10%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대출의 78%(잔액 기준)가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도 큽니다. 한은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그만큼 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가계 이자 부담이 3조 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빅스텝이라면 한 번에 6조 6000억 원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빅스텝으로 기업 대출 금리도 급격히 상승한다면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 경영 어려움이 가중돼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도 한은이 빅스텝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물가 때문입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가장 높습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한 번에 1.4%포인트나 높였습니다. 이는 2008년 7월 전망한 4.8%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일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각각 123.58달러, 122.11달러로 120달러를 넘었습니다. 두바이유도 118.94달러(10일)까지 올랐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폭이 확대된 만큼 월 단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큰 상황입니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은 한은이 전망한 4.5%보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주목해야 합니다. 일반인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3%로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경제주체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비용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서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은은 이미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잡기 위해서는 빅스텝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방지해야 합니다. 한미 금리 역전도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미 연준(1.50~1.75%)과 한은(1.75%)의 정책금리는 같습니다. 미 연준이 다음 달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정책금리는 2.0~2.25% 또는 2.25~2.50%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2.0%가 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됩니다. 미 연준이 연말 금리를 3.4%까지 예상해 한미 금리 역전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될 수 있습니다. 금통위서도 어느 정도 내외금리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만 한은은 과거 한미 금리 역전 사례 등을 봤을 때 급격한 자금 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 달 회의까지 금통위 내부에서는 빅스텝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5월 금통위부터 이러한 조짐이 감지됩니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민간부채의 상환 부담 증가, 취약부문 부실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나 여러 지표를 점검해 본 결과 아직 감내할 수준”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빅스텝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대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금통위원도 있습니다. 해당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총량 지표뿐 아니라 과거 성장 추세에 비해 크게 뒤처진 부문의 회복 여부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총재가 다음 회의까지 3~4주 동안 각종 지표를 보고 빅스텝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만큼 당분간 물가나 성장 지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달 29일 나오는 6월 기대인플레이션과 다음 달 5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6월 소비자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올지 봐야 합니다. -
[사설] 미국發 고강도 긴축 파고, 정교한 복합처방으로 넘어라
오피니언 사설 2022.06.17 00:01:01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돌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1.00%에서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1981년 이후 최악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최대 폭 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다. 연준은 7월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조치로 현재 1.75%인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 정책금리 상단(1.75%)과 같아졌고 다음 달에는 금리 역전 현상마저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해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고 원·달러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7%대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자산 버블 붕괴 속에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가 시한폭탄으로 돌변해 연쇄 부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당국은 진퇴양난의 복합 위기에 몰린 셈이다. 재정·통화·금융 수장들은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물가 안정에 주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해외발 요인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 이럴수록 세제 지원과 공급망 관리 등을 통해 물가 및 서민 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외환시장의 안전판으로 작용할 한미 통화 스와프도 서둘러 추진해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고 해외 자금 이탈을 막아야 한다. 금리를 어느 정도 올리면서 가계 부채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방파제도 쌓아야 한다. 지금은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 폭탄, 경기 침체의 삼각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정교한 복합 처방이 절실한 때다. -
주담대 금리 7% 시대 열렸다…"연내 8%까지 오를 듯"
경제 · 금융 은행 2022.06.16 17:25:57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5대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상단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우리은행의 5년 혼합형(5년 후 6개월 주기로 금리 변동) 주담대 금리는 5.41~7.09%, 5년 변동형(5년 후 5년 주기로 금리 변동) 상품은 4.79~7.07%로 고정형 상품 모두 상단 금리가 7%를 넘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주담대 고정금리 7% 시대’가 현실화된 배경은 주담대 상품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발작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직전 3영업일 금융채 금리의 평균을 고정형(혼합형) 주담대의 금리로 산출해 가산금리를 더한다. 이에 따라 이날 금리는 13~15일까지 금융채 AAA등급 금리(민평 평균 기준)의 평균인 4.006%가 기준이 되는 가운데 3일간 금리 상승 폭은 0.123%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전날 금융채 금리는 올 들어 처음 4%를 넘어서면서 4.082%를 기록했다. 금융채 금리는 대내외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을 받으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의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다 보니 국내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채 금리도 덩달아 무서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채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다음 주에라도 고정형 주담대 상단 금리가 7.5%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 4곳의 고정금리도 빠르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4.33~6.533%다. 이미 하나은행이 판매하는 고정형 상품 금리(5.233~6.533%) 상단이 6% 중반대인 만큼 7% 기록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압박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만약 서울에서 13억 원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원리금 균등(대출 기간 30년) 방식으로 최대 4억 4000만 원을 대출받을 경우 대출 금리가 연 4.33%일 때는 매달 원리금 220만 3348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금리가 7%로 높아지면 부담해야 할 대출금은 72만 3983원 늘어난 292만 7331원이다. 차주들의 대출 선택권이 좁아진 점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지금처럼 대출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변동금리와 최대 약 2%포인트 가까이 금리 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의 변동형(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4.28~5.26%로 고정형과 비교했을 때 상단 금리가 1.83%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 때문에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주기가 짧아 금리 변동 불확실성이 큰 변동형 주담대로 소비자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이미 같아진 한미 금리…한은, 사상 첫 '빅스텝' 밟나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2.06.16 17:24:25미국이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다음 달에도 연거푸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가면 미국 금리 수준이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한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수입 물가 자극 등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이에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통해 잇따라 금리를 올려 연말 3.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가파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가계부채와 기업 조달 비용 급증으로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어 통화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이 15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상단 기준으로는 양국 금리 수준이 이미 같아졌다. 더욱이 이달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는 양국 금리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문제는 미 연준이 다음 달에도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점이다.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더라도 바로 2주 뒤 미 연준이 빅스텝만 밟으면 미국(2.25%) 금리는 한국(2.00%)을 추월하게 된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중인 미국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면서 올해 말로 예상했던 양국 금리 역전 시점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연준이 이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될 경우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연준 위원들이 올해 말 금리 수준이 3.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만큼 금리 역전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보다 높은 금리를 좇아 이동하는 국제 자본의 특성상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이 불가피하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한국에 대한 자본 투자가 줄고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과거 세 차례의 금리 역전 시기에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됐던 만큼 기우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가장 최근 금리가 역전됐던 2018년 3월부터 2년간 외국인 자금은 주식에서는 이탈했지만 채권 투자가 늘면서 313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2018~2019년과 달리 지금은 환율이 1300원 가까이 치솟고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금리 역전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에 점차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은은 1950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빅스텝을 밟은 적이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한은도 사상 첫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말까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연말 기준금리는 3.0%에 도달하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금통위까지 3~4주간의 시장 반응을 보고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며 “금리 격차보다는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 6월과 9월 중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한 바 없다”고 답했다. 한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경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가계와 기업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가 19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 기업 역시 조달 비용이 늘면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13년만에 주담대 금리 7% 돌파…영끌족 비명 커지나
경제 · 금융 은행 2022.06.16 10:08:24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5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7% 금리가 등장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우리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상단 금리는 모두 7%를 넘었다. 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5.42~7.10%이며 5년 주기로 금리가 변하는 5년 변동 주담대는 4.80~7.08%다. 주요 시중은행 중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최근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나 한꺼번에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빅스텝 조정이 불가피 하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국내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채 금리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금융채 AAA등급 금리(민평평균 기준)는 4.082%로 14일(3.977%) 보다 0.105%포인트 더 올랐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빠르게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하나은행 주담대 상단 금리도 6%를 넘어선 상황이다. ‘7%주담대’가 현실화 된 만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美 자이언트 스텝에…이창용 “빅스텝, 시장반응 보고 결정”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2.06.16 09:28:09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통위 회의(7월 13일)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과 달리 한은의 경우 기준금리를 정하는 통화정책 결정회의가 이달에는 열리지 않고 다음 달 13일에나 예정된 만큼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 달 미국이 빅 스텝만 밟아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는 한은도 7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경제·금융 수장 한자리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우려"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2.06.16 08:53:30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연방준비제도가 15일(현지시각) 연방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것을 두고 “앞으로 긴축 가속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대응책을 논의했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이 모여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것은 4개월 만이며, 새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추 부총리는 물가 문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추 부총리는 “물가에 더욱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공급 측면의 원가 부담 경감,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다각적 대응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채권시장에서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긴급 바이백,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등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건전성 등 잠재적 위험요인 관리와 관련해서는 "금융회사 건전성·유동성과 금융업권 간 취약한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시스템 리스크 사전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의 빅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가 3∼4주 남아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때까지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에 대해 이 총재는 "최근 여러 금융시장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어 관계기관과 앞으로 계속 논의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빅스텝 놓고 달아오르는 한은…7월 금통위까지 최대 쟁점 부각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15 06:00:00“빅스텝(0.50%포인트)이 필요한 시기인가?” 먼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빅스텝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7월 13일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예상보다 빠른 물가 상승세에 기대인플레이션마저 잡으려면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빅스텝을 하더라도 물가 안정보다 경기 둔화 우려가 크고 가계부채가 1900조 원에 육박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는 반대 목소리도 팽팽하게 맞선다. 이와 같은 대립은 한은 내부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빅스텝이 ‘퍼펙스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맞서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지 판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먼저 한은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해야 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6월 9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 당시 박종석 부총재보는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경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나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경기 둔화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0.25%포인트씩 하는 것이 아직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빅스텝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다음 날인 6월 10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 창립기념사를 근거로 빅스텝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총재는 “우리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더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이 그동안 빅스텝 배제 이유로 선제적 금리 인상을 들었는데 더 이상 선제적이지 않다면 앞으로 빅스텝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은에서 빅스텝 불씨를 처음 지핀 것도 이 총재다. 그가 기존 한은 문법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만큼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빅스텝 역시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이 총재가 창립기념사에서 ‘선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발언하며 정책 운용의 ‘민첩성’과 ‘유연성’을 함께 언급했고, 한국의 물가 상승세도 기대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꽤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통위 내부서도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속도만큼은 의견이 극명히 갈린다. 14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모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한 금통위원은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중장기 시계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발언해 금리 인상 속도를 강조했다. 발언 강도가 더 센 금통위원도 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민간부채의 상환 부담 증가, 취약부문 부실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나 여러 지표를 점검해 본 결과 아직 감내할 수준”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빅스텝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금통위원도 등장했다. 해당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되 향후 경기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총량 지표뿐 아니라 과거 성장 추세에 비해 크게 뒤처진 부문의 회복 여부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빅스텝 논쟁은 한은 내부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경제 관료 출신 몇몇 인사들은 언론 인터뷰나 기고 등을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초과 수요가 아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 만큼 금리를 올려도 물가 억제 효과 없이 경기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을 선택한 일반 투자자도 빠른 금리 인상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이 총재가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 달 동안 발표 예정인 각종 경제지표를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16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b 연준)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정책금리가 1.50~1.75%가 된다면 한국은행 기준금리(1.75%)와 같아진다. 국내 물가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 이달 29일 한은은 6월 소비자동향조사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발표한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3%를 기록했다. 금통위원 다수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시장 예상보다 강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음 달 5일은 통계청이 6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한다. 5월 소비자물가는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은 상태인 만큼 6%대 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한은의 올해 물가 전망치가 4.5%로 높아졌음에도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
“선제적 통화정책 필요” 금통위원 추가 금리 인상 시사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14 16:58:00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만장일치 결정한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금통위원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방 압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빠르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커졌다. 한은이 14일 공개한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중 4명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금통위원 한 명은 당시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냈지만 경기 여건을 봤을 때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금통위는 임지원 금통위원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6명이 참석했다.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 금통위원은 “5%대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내년에도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 경로가 전망되는 데다 미국과 주요국들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물가 전망을 4%대 중반으로 큰 폭 상향 조정했으나 최근 소비 여건의 빠른 개선세, 원자재 곡물 등 대외 물가상승 요인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상방 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따른 국내 경기 회복세는 아직 감내할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경기 및 물가 전망, 금융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를 낸 금통위원도 있었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되 향후 경기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총량지표뿐 아니라 과거 성장 추세에 비해 크게 뒤처진 부문의 회복 여부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립적인 입장을 보인 금통위원은 “향후 물가 전망 경로상 불확실성은 큰 편이며 특히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여러 측면에서도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하면서도 “통화당국은 실물경제의 회복세를 현저히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물가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
이창용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조직문화 필요…고객 마인드 갖춰라”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10 08:00:00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제72주년 창립기념사를 통해 “서로 존중하면서도 업무에 관한 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조직 내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밝혔다. 이 총재는 ‘수직적 내부지향적 조직문화’를 ‘수평적 외부지향적 조직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총재는 “상사의 업무 지시가 불명확하거나 비합리적인데 다른 의견을 건의하기보다 윗사람 생각을 짐작해 맞추려고 애쓰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면 업무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조사역이 저와의 점심 자리에서 ‘지난번 총재님 연설문은 실망스러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경직된 위계질서를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격의 없는 토론을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는 한은 정책서비스 최종 수요자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경제 주체인 만큼 수요자 중심의 ‘고객 마인드’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수요자 중심의 고객 마인드가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보고서를 만들어도 외부 사람들은 알 수도 없고 찾지도 않는 내부용 보고서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한은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행여 정책적 함의나 대안 제시가 불러올 논쟁을 피하려 하지 않았는지, 현황에 대한 단편적, 기술적 분석으로만 끝내려는 경향은 없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과감하게 권한을 하부 위임한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개개인이 자기 책임 하에 본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봅시다”라며 “개개인 인사자료에 근무한 부서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구체적 성과를 기록해 평가 정보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가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이는 현 시점에서 더이상 선제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
회의에 또 회의…느슨했던 한국은행에 긴장감을 주는 이창용 [조지원의 BOK리포트]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09 08:00:00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을 꺼려 ‘한은사(韓銀寺)’로 불렸던 한국은행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8년 동안 근무했던 이창용 총재가 다양한 소통 방식을 한은에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취임하고 50여 일 동안 한은에는 새로운 회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전례 없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등장했다. 먼저 한은은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을 주제로 ‘서베일런스 미팅(surveillance meeting)’을 진행하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로 총재가 일했던 IMF에서 따온 방식이다. 보안이 필요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다른 회의체와 달리 부서장급 임직원으로 참여가 제한돼 있다. 추후 팀장급까지 참석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기준금리나 물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베일런스 미팅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참석자들이 예상외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해서 내심 놀랐다”라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도 새로 생겼다. 2일 처음 진행된 타운홀 미팅은 ‘경영 인사 혁신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한은 조직 전체가 알아야 하거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주제에 제한이 없다. 2주에 한 번씩 열렸던 집행 간부 회의는 참석자를 늘려 확대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한은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 의견을 내는 공간도 만들었다.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 분석과 견해를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첫 타자로 한은 핵심 부서를 이끌고 있는 홍경식 통화정책국장과 김웅 조사국장이 나섰다. 한은 임직원이 개인적인 의견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지만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는 통화정책국장이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홍 국장은 통화정책을 숙제로 비유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와 같은 블로그 역시 IMF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IMF는 임직원의 개인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총재에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도 만들었다. 매주 금요일 4시부터 5시까지는 ‘총재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한은 직원은 누구나 혼자 또는 여럿이서 총재를 만나고 싶다고 신청할 수 있다. 이 총재는 한 팀당 20분씩 매주 세 팀씩 만난다. 주제도 제한이 없다. 누가 총재를 만났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비밀에 부친다. 직접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총재만 볼 수 있는 익명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다. 총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건이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총재 스스로도 조직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지난달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고 나온 자리에서 한은이 여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에 대해 “배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참석해 “커뮤니케이션을 조심하겠지만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서로 간의 소통 방식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알고 지냈던 삼성전자 임원에게 직접 연락해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은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하면 외부 인사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측은 삼성전자 임원과 만난 것도 반도체 경기와 환율 등 경기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늘어나는 회의에 조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가 취임하고 처음 단행되는 7월 정기 인사에서 조직 개편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총재는 11일 진행되는 한은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조직 개편 방향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
한국은행이 물가가 심각하다고 본 4가지 이유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5.28 10:15:37한국은행 물가 전망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은 조사국은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발표했습니다. 이전 전망치 3.1%보다 1.4%포인트나 한 번에 올려잡은 것입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가 연간 2%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향 조정입니다. 2008년 7월에 물가가 당해연도 4.8%가 되리라고 본 지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전망입니다. 물가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한은이 한국개발연구원(KDI, 4.2%)이나 국제통화기금(IMF, 4.0%)보다 높은 수치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입니다. 한은이 크게 올려도 4%대 초반 정도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첫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줬습니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기보다 물가 상방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크게 예상돼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중장기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 등 물가 걱정을 잔뜩 늘어놓았습니다. 금통위 역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향후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표현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드러낸 제시한 것입니다. 그동안 금리 인상에 회의적이었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주상영 금통위원조차 금리 인상에 손을 들 정도입니다. 4월과 5월 금통위의 금리 인상은 모두 만장일치였습니다. 도대체 물가가 어떤 상황이길래 한은이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강조하는 것일까요? 26일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김웅 한은 조사국장이 설명한 4가지 이유를 토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을 살펴봤습니다. ① 원유 의존도 높은데 국제유가 급등 먼저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단연 에너지 가격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높은 오름세를 기록 중입니다. 한은이 2월 물가 전망을 할 때까지만 해도 원유 도입 단가(기간 평균)를 85달러로 봤는데 이번엔 102달러로 20% 높였습니다. 한은이 2월 물가 전망치를 발표하는 날(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당시로써는 유가가 이 정도로 급등할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른 만큼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국장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산업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에 취약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중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습니다. GDP 대비 원유소비량이 가장 많고, 1인당 원유소비량은 4위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경제 규모(10위) 대비 원유소비량(7위)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국제유가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② 한 해 농사 망쳐…애그플레이션 길어진다 두 번째는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입니다. 기상이변으로 주요국 곡물 생산국의 생산량이 영향을 받은 데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곡물 가격 불안은 지난해부터 감지됐습니다. 그러던 것이 유럽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영향이 커졌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OA)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3월 159.3포인트로 전월 대비 12.6% 상승해 집계를 시작한 1990년 1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한은은 전체 곡물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60% 정도 오른 것으로 파악했는데 밀이나 옥수수 등 일부 품목 상승률은 더욱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곡물 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곡물 가격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다시 외식 가격을 통해 개인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연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더라도 곡물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물가에 영향을 계속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파종도 못 하고 수확기도 놓쳤기 때문에 한 해 농사를 망쳐서 1년 이상 넘어가는 문제로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총재도 “곡물 가격이라는 것이 경작하고 공급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올라가면 상당한 정도로 오래 지속한다”며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이 지속하면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물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들불처럼 번지는 인플레에 5월 물가 5% 넘어 세 번째로는 물가 상승세가 여러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품목만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앞서 한은이 1월 조사한 결과 근원물가 전체 품목 309개 가운데 2% 이상 상승한 품목 개수는 150개로 집계됐습니다. 4개월이 지난 만큼 물가 확산은 확산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국장은 “물가가 천천히 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광범위한 품목에서 오르고 있다”고 했다. 결국 한은과 정부 모두 다음 달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가 5%를 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르면서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어떤 품목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다양한 품목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물가 상승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석유류 제품이 4.4%포인트 감소한 반면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이 각각 1.7%포인트, 1.6%포인트 상승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기름값뿐 아니라 공공요금부터 식자재까지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기대인플레이션이 제품 가격 상승과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④ 거리두기 풀리자 대면 소비 폭발 마지막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회복입니다. 물가 상승 원인은 크게 수요 측 요인과 공급 측 요인으로 분류됩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병목 등에 기인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도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억눌려 있던 대면 소비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물가 상승에 수요와 공급 요인이 각각 어느 정도씩 반영됐는지 정확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수요측 물가압력이 크게 반영되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6%에서 4월 3.1%로 0.5%포인트 올랐습니다.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를 올해 연간 3.2%로 전망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2차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높이는 동시에 물가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반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하방 요인은 뚜렷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기 회복세가 지금보다 더 꺾여서 수요가 줄어드는 정도입니다. 물가 상방 요인으로 거론됐던 국제유가나 곡물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된다면 물가도 진정되겠지만 불확실성이 큽니다. 결국 정부가 공공요금을 낮추거나 유류세를 감면하는 등 정책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든 전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연말 이후 점차 완화되고 중국이 하반기까지 간헐적으로 코로나 봉쇄조치를 시행한다는 전제로 이뤄진 것입니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중국 봉쇄조치도 장기화한다면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은은 물가 하방 요인보다 상방 요인이 더 크다고 보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
“금리상승기 예·적금도 전략을 가져야” …2.5% 파킹통장도 등장[S머니]
경제 · 금융 재테크 2022.05.27 18:03:05“2월 연 2.5% 예금에 3000만 원을 넣어놓았는데 갈아타는 게 좋을까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으로 돈이 쏠리는 역(逆)머니무브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주식·가상자산에 이어 부동산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빨라지는 역머니무브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만큼 자칫 고심 끝에 고른 예·적금 상품이 불과 두세 달 만에 성이 차지 않는 저금리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급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섣불리 기존 상품을 해지하기보다 만기까지 끌고가라”면서도 “새로 가입 시에는 가급적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 전략도 중요하지만 예·적금도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30일 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도 수신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상품과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인상 폭은 0.4%포인트로 기준금리 인상 폭을 웃돈다.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하루 만에 대형은행들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 대폭 인상 계획을 밝힌 것은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인 은행예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가 심화하면서 은행들 간 금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두세 차례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3주 만에 은행에 12조 원 뭉칫돈=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에 돈이 몰리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709조 70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97조 7321억 원)과 비교해 3주 만에 약 12조 원이 증가했다. 예·적금 금리 오름세도 확연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 평균금리는 1.71%로 1년 전(0.84%)보다 0.87%포인트 올랐다. 이 중 정기예금을 금리 수준별로 나눠보면 지난해 3월 1% 미만 ‘제로’금리가 무려 78.7%에 달했다. 그러다 같은 해 9월 1% 미만은 28.6%로 줄고 1% 이상~1.5% 미만이 대세(55.8%)로 떠올랐다. 올 3월은 1.5% 이상~2.0% 미만이 절반 이상(52%)이며 2.0% 이상도 22.9%에 이른다. 이후 4월과 5월 수신 금리의 인상 속도가 더 빨라져 이제는 2.0% 이상 예금이 보편화됐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처럼 금리 상승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연초에 가입한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와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예·적금을 해지하고 더 높은 금리의 상품에 재가입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물음이 줄을 잇는다. 이서윤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부장은 “가입 시점에 설정한 만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기 6개월~1년짜리 상품에 가입한 지 1~2개월 이상 지났다면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가입한 지 1~2주 이내라면 과감하게 갈아타라”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부지점장도 “중도 해지 시 적용되는 이자율을 고려하면 기존에 있는 상품들은 만기까지 가져가라”면서 “(예·적금 상품의 특성을 감안해) 묵직하게 예정했던 혜택을 잘 챙겨가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권했다. ◇방망이 짧게 잡고 현금 비중 늘릴 때…파킹통장도 잘 활용해야=전문가들은 하반기(7~12월)를 앞두고 1~2월과 다른 재테크 전략을 제안한다. 이 부장은 “3개월물과 6개월물 간 금리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시기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정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만기가 짧을수록 유리할 수 있다”면서 “여유가 있다면 조금씩 현금 비중을 늘려두면 자산 가격 급락 시 바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부지점장은 “은행별로 고액자산가나 신규 고객에게 우대하는 등 서로 다른 특징이 있으니 이를 잘 파고들면 고금리 혜택을 챙길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각 은행이 제시하는 우대금리와 충족 요건을 잘 따져보고 최고금리가 같다면 기본 금리가 높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올 1~4월 더디게 오르다가 최근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2.78%로 한 달 만에 0.22%포인트 상승했다. 대형저축은행 중에는 업계 1·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파킹통장’ 금리도 따라 오르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이 23일 출시한 하이보통예금은 3000만 원 이하 예치금에 대해 최고 2.5%의 이율을 적용한다. 산업은행도 이달 초 KDB 하이 비대면 입출금통장의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예·적금 금리 상승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면 이런 고금리 파킹통장에 잠시 돈을 맡겨봄 직하다. 3개월·6개월·1년 등 회전주기에 따라 변경된 금리가 적용되는 회전식 예금 상품도 금리 상승기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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