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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원전 수출 발판 마련"…한수원, 첫 SMR 국제행사 연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6.26 18:29:10한국수력원자력이 올 하반기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의 국내외 전문 기관·기업 등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연다. 한수원이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을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4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SMR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한수원도 한국형 SMR 수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9월 4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한수원 SMR 국제 콘퍼런스’를 열기로 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혁신형 SMR 기술 개발 기반 구축을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SMR 수출을 촉진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해 미국 전력연구원(EPRI)과 세계 중수로 운영사모임(COG), 덴마크의 용융원자로 개발사인 시보그 등 해외 유수의 원전 기관과 기업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수원 외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전력기술·두산에너빌리티·현대엔지니어링 등 업계와 연구원은 물론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원자력 전문가들도 함께한다. 행사 기간에는 전 세계 SMR 개발 사례와 국내외 SMR 인허가 준비 현황 등에 관한 강연과 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새울원자력본부를 둘러보는 시간도 예정돼 있다. 한수원이 해외 기관을 대거 초청해 대규모 SMR 행사를 여는 것은 미래 원전으로 떠오르는 SMR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 핵연료 다발이 적어 방사선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원자로의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형태로 설계돼 사고 발생 시 각 연결 부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적다. 더구나 원자로를 아예 지하의 거대한 수조 안에 넣어 운영할 수 있어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사고가 나도 영향을 받는 비상 구역이 반경 300m에 불과해 주민이 대피할 일도 없다. 대형 원전의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의 반경은 16㎞ 안팎이다. 자연 순환 냉각 방식을 채택해 정전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SMR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주요국들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IAEA는 2050년 전 세계 SMR이 최대 1000기가량 설치되면서 시장 규모가 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밀려 SMR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탈원전 폐기’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원전 산업 육성을 공언한 새 정부는 2028년까지 SMR 개발·상용화에 3992억 원을 집중 투자하는 한편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들의 SMR 공급 역량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기술 분석·검증, 성능 인증 등을 지원하고 해외 마케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한수원 역시 국제 행사 개최를 통해 국내에서도 SMR 개발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한수원은 2028년까지 SMR 표준설계 인허가를 완료하고 2030년 해외에 첫 한국형 SMR을 짓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원자력 학계와 업계 모두 한수원의 SMR 국제 행사 추진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SMR 관련 행사들이 간간이 열리기는 했지만 탈원전 분위기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행사가 세계적 동향과 기술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국내 SMR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사업 측면에서 뉴스케일파워가 SMR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GS에너지 등이 투자한 뉴스케일파워는 SMR 모델 중 최초로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 심사를 완료했다. 이 원자로는 2030년까지 유타주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SMR 발전소 건설 및 가동을 확정했다. 빌 게이츠가 390억 원을 들여 설립한 테라파워도 2024년부터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서 345㎿급 SMR 건설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의 SMR 기술력은 대형 원전과 달리 아직 세계 수준에 비해 많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2012년 다목적 소형 원전 스마트(SMART)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증까지 획득했지만 탈원전 정책 여파에 발목이 잡혀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
尹 "원전 세일즈 백방으로 뛸 것"…진중권 "MB스타일"
정치 정치일반 2022.06.24 20:00:00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짓'으로 규정하고 "원전 세일즈(판매)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MB'(이명박) 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23일 전파를 탄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나와 전날 윤 대통령이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내놓은 발언을 두고 "산업적인 측면만 보고 있는, 낡은 사고방식인 것 같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비용문제인데 고준위 핵폐기물 방사장, 즉 처리장을 짓는 비용은 생산기업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내고 있다"며 "그런 것들을 합산하면 국제적으로는 (원전이) 그다지 돈 되는 에너지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뒷북을 치고 있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못 지으면 그린텍소노미(유럽연합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기준) 인정을 못 받아 수출도 못하게 된다"면서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기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는데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진 전 교수는 "거의 MB 스타일이다"라며 "(원전) 세일즈하겠다는데 그럼 한수원 직원이 되시지 왜 대통령이 됐는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 산업이 지금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아주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경남 창원에 위치한 원전 산업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전 원전 협력업체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가 5년간 바보같은 짓을 안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책 방향은 잡았다. 탈원전은 폐기하고 원전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방향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신속하게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산업 현장, 공장이 활기를 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해 "법절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제가 직접 챙기고 미래 원전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저와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
與 27일 ‘탈원전 및 전기료 인상’ 정책의총…한전 사장도 불러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2.06.24 14:11:37국민의힘이 27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탈원전 및 전기료 인상’에 대한 전문가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창원의 한 기업을 찾고 ‘탈원전 정책 폐기’ 의지를 다진 것에 발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27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회 본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정책의총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공지문에 따르면 이번 강의는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가 맡는다. 국민의힘이 강연 형식으로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첫 강연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반도체 특강’으로 14일 열렸다. 21일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교안보정책을, 23일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가상자산을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국민의힘이 한전 사장까지 소환해 공부 모드에 들어가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탈원전 폐기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22일에는 “지난 5년동안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사설] 獨 원전 3기 수명 연장 검토…원전 최강국 복원 서둘러라
오피니언 사설 2022.06.24 00:00:01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롤모델로 통했던 독일마저 올해 멈추려던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21일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3개 원전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비상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운영 중이던 원전 17기를 3기로 줄인 데 이어 이마저도 올해 말 가동을 중단하려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으로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 정상의 원전 기술을 가졌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완성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원전 산업 생태계가 고사 상태로 내몰렸다. 반면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에 올인해 중국산 태양광 업체 등의 배만 불리고 되레 환경 오염을 유발했다. 값싼 원료를 쓰는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면서도 전기 요금 인상을 막아 한국전력을 연 30조 원(올해 예상치)의 적자를 내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원전 산업 현장을 찾아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한 것이다. 전력 공급 예비율은 21일 벌써 12.2%까지 떨어져 안정 공급의 마지노선인 1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원전 최강국의 위상 복원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5년으로 예상되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점을 당겨 원전 업체들에 숨구멍을 터줘야 한다. 한빛 4호기 재가동과 이미 완공된 신한울 1·2호기 정상 가동도 서둘러야 한다. 이념에 매몰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또 한미 동맹을 원전 분야로 확대해 원전 수출 능력을 배가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전기 아끼면 캐시백…2027년까지 국가 에너지효율 25% 개선"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6.23 18:07:00‘에너지 안보’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 효율 증대를 통한 전력 소비 감축 방안을 해법으로 꺼내 들었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 과속 정책에 ‘에너지 믹스’가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올해 대비 25% 개선해 에너지 수입액을 14조 6000억 원가량 줄이고 탄소 배출량도 7800만 톤 낮추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이 같은 에너지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업계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의견을 더해 다음 달 중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확정한다. 대책의 핵심은 2027년까지 국내 에너지 소비량을 서울시 6년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2200만TOE(석유환산톤)가량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인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7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소비 중이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위해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에서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 산업 부문에서는 에너지 소비의 63%를 차지하는 다소비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협약을 진행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포상, 협력 업체 지원 시 보증·보조 등의 지원책도 내놓는다. 가정·건물 등 민간 부문에서는 전기 절감률 경쟁을 통해 보상을 제공하는 ‘에너지캐쉬백’ 도입을 추진한다. 또 연면적 3000㎡ 이상의 상업·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 강화를 위해 에너지 진단 권한 이양, 에너지 자립률 제고를 추진하고 지방세 감면에도 나설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단순 표시제로 운영되는 전기차 전비를 등급제(1~5등급)로 개편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중대형 승합·화물차(3.5톤 이상)에 대한 연비 제도 도입 및 차세대 지능형 교통망(C-ITS) 구축에도 나선다. 정부는 앞선 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4300여 개의 다소비 사업장 대상의 에너지 소비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도 진행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인 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새 정부는 이에 대응해 공급 측면에서는 원전 활용도를 제고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특징주] 尹대통령 적극 지원 의지에 원전주 강세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6.23 09:30:25윤석열 대통령이 원전 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 의지를 밝혔다는 소식에 원전주가 강세다. 23일 오전 9시 26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034020)(구 두산중공업)는 전거래일보다 4.98% 오른 1만 6850원에 거래 중이다. 한신기계(011700)(12.84), 우진(105840)(6.67%), 한전산업(130660)(4.89%), 한전기술(052690)(3.69%), 한전KPS(051600)(2.21%) 등도 상승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원전 산업 현장을 시찰한 뒤 지난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원전 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에서 원전 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 참석해 “만일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했더라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업계가)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며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업계 회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지시했다. 정부는 원전 협력 업체들에 925억 원 규모의 일감을 긴급 공급하고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원전 연구개발(R&D)에는 2025년까지 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붓고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관련 인재 확충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
한전의 30조 적자.. 이게 다 '러시아' 때문이다??[양철민의 경알못]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6.23 06:00:00올 연간 기준 30조원으로 추정되는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는 모두 ‘탈원전’ 때문일까. 사실 한전의 적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연료비 급등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글로벌 유가는 1년전 대비 2배 이상 치솟았으며 석탄과 액화쳔연가스(LNG) 가격은 같은 기간 3배이상 뛰었다.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이유가 러시아라는 지적이 ‘맞는 말’인 이유다. 그렇다고 탈원전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전 적자의 3분의 1 가량은 탈원전 탓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및 묻지마 신재생 보급 정책으로 값비싼 LNG 의존도가 늘어나며, 한전의 올해 손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만 6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전 정부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가 인상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전의 요금을 동결 한채 올 10월에나 연간 인상분을 모두 반영토록 했다. 정부는 이에 따른 한전의 손실만 5조원 내외로 파악 중이다. 매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1kWh당 ±3원)를 올해 두차례 동결한 것 또한 문재인 정부다. 결국 ‘오늘만 살았던’ 이전 정부 때문에, ‘내일도 살아야 하는’ 한전은 물론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는 모습이다.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만 6조 육박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은 간접 추정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월성 1호기(700MW)를 비롯해 신한울1호기(1.4GW)·신한울2호기(1.4GW)·신고리5호기(1.4GW) 등 총 4.9GW 규모의 원전이 올 1분기 가동 중이어야 하지만, 이들은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거나 조기폐쇄된 상황이다. 이들 원전의 빈자리는 값비싼 LNG 발전이 메웠다. 이들 원전 4기가 이용률 85%로 올 1분기 가동됐다 가정할 경우 9121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올 1분기 원전의 발전단가가 1kWh당 62.9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력을 원전으로 생산 시 5737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같은량의 전력을 LNG로 생산할 경우 LNG 발전단가가 223.5원이라는 점에서 2조385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원전이 LNG 발전을 대체했을 경우 올 1분기에만 1조5000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구조다. 탈원전만 없었더라면 단순 추정시 연간 6조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셈이다. 전기료 억누른 정부.. 한전 손실 5조 추가 늘어 올 1분기 전기료는 기준연료비 인상분 9.8원과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2원을 더해 1kWh당 11.8원이 인상돼야 했다. 반면 정부는 물가상승 부담을 이유로 1분기 요금을 동결했다. 당시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요금을 억눌렀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전기료를 올 2분기부터 1kWh당 6.9원 올리고, 애초 반영했어야 할 11.8원의 인상분은 4분기 부터 모두 반영토록 했다.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전기료를 전례가 없을 정도의 ‘고차함수’로 탈바꿈 시켰다. 그나마 한전은 4월부터 석달간 적용되는 전기요금은 1kWh당 33.8원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동결카드를 꺼냈다. 정부 내에서는 이 같은 요금 인상 시점 조정으로 한전이 입은 손실만 5조원 정도로 추산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경제부처의 맏형인 기재부가 요금 인상을 억눌렀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난 20일 발언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이 아닌, 전기료 동결을 주도했던 기재부가 성과급을 반납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文 공약 이행 위해.. 한전공대에 1.6조 투입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씀씀이도 이전 정권에서 늘렸다. 한전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에 향후 10년간 1조600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에너지 공기업 팔을 비튼다’는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전기료에서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전략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 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말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기도 했다. 빚을 갚기 위해 국내 부동산 및 해외 발전소 등 핵심 자산 매각에 나선 한전이, 한전공대에는 매년 수백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NDC 상향에.. 전력망에만 30.5조 추가 투입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전력망 투자 부담도 기존 대비 30조5000억원 늘려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전력 계통 혁신 방안’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30년까지 총 78조 원을 들여 전력망을 보강해야 한다. 기존에는 송·변전 설비 투자 23조 4000억 원과 배전 설비투자 24조 1000억 원을 합쳐 47조 5000억 원의 예산만 투입하면 됐지만, 이전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며 30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NDC 상향은 문 대통령의 ‘자책골'이었다는 비난이 여전하다. NDC 상향과 관련해 ‘부담은 해당 국가가, 수혜는 모든 국가가’ 입는다는 이유로, 주요 국들은 NDC 상향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친환경 선도국가’라는 허울좋은 이름값을 없기 위해 NDC 상향을 밀어붙였다. 이같은 NDC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발전 간헐성이 큰 신재생 발전을 급속히 늘릴 수밖에 없어, 이를 제어해 줄 전력계통망 부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전이 향후 계통망 구축에 투입해야하는 비용 30조원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추정치와 맞먹는다. 한전이 망 구축은 게을리하고 빚 갚기에만 올인할 경우, NDC 상향 등에 따른 영향으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근시안적 탈원전 정책에.. 후세대 부담↑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한다. 문 정부는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위험인 ‘회색코뿔소’도,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인 ‘검은백조(블랙스완)’도 모두 발생할 수 없는 변수로 치부한 채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실제 탈원전과 신재생 급과속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는 누구든 예측 가능한 회색코뿔소였다. 원전 발전 비중은 5년새 2.6%포인트 줄고, 그 빈자리는 발전 비중이 6.8%포인트 늘어난 LNG가 메웠다. 신재생의 발전 비중은 같은기간 2.7%포인트 늘긴 했지만, 기후나 시간대에 달라 좌우되는 간헐성 제어를 위해 LNG의 발전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 값비싼 LNG 사용을 늘림에 따라 전기요금을 당연히 인상해야 했지만, 문 정부는 ‘탈원전에도 요금인상은 없다’는 공약(空約)을 지키기 위해 요금을 억눌렀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는 ‘친환경 도그마’에 빠져 현실이 아닌 이상으로 점철된 정책을 밀어붙였으며 이에 반대하는 공무원은 좌천시키거나 적폐로 몰고 갔다”며 “한전의 실적이야말로 이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
무너진 원전생태계 살린다…올 925억 일감 발주 '긴급 수혈'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6.22 18:18:03정부가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황폐화된 원전 생태계 복구 작업에 본격 나선다. 정부는 원전 협력 업체들에 925억 원 규모의 일감을 긴급 공급하고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원전 연구개발(R&D)에는 2025년까지 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붓고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관련 인재 확충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정부는 긴급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원전 부품 업체 사이에서는 “당장 이자 상환액 조달도 버거운 상황에서 올해를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한숨이 여전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원전산업 협력 업체 간담회’를 개최하며 원전 산업 협력 업체 지원 대책 및 원전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의 이날 대책은 수주 절벽에 신음 중인 원전 업계를 대상으로 한 일감 및 자금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원전 예비품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설계 등을 위해 925억 원 규모의 일감을 원전 협력 업체에 긴급 공급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3년여 동안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공급한다. 원전 부품 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3800억 원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는 당장 기업들이 수주 보릿고개를 넘어서지 못해 도산하면 원전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R&D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나왔다. 정부는 올해에만 R&D로 6700억 원을,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3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핵심 기자재 국산화 개발 및 중소 협력 업체의 수출 지원을 하기 위한 해외 수요 연계형 R&D 투자도 늘리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상용화에도 2028년까지 3992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대기업도 상생 경영을 통해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원전 협력사 5대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협력사들에 △일감 지원 △금융 지원 △기술 경쟁력 강화 지원 △미래 먹거리 지원 △해외 진출 지원 등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이 같은 긴급 일감 발주 규모가 ‘탈원전’으로 감소한 원전 업계 전체 매출의 1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시행 전인 2016년 국내 기업의 원전 관련 매출은 5조 5034억 원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4조 57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원전 부품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긴급 발주한다는 925억 원 규모의 일감을 어느 업체가 수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입금을 통해 고정비를 메우는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원전 업체들 사이에서 향후 전망이 나아졌다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선수금을 받기 전까지 보릿고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조속히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더 이상의 기간 단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원전 수출 확대를 통한 원전 생태계 복구도 추진한다. 신한울 3·4호기 외에 국내에서는 원전 추가 건설이 힘들다는 점에서 해외 공략을 해법으로 내세운 모습이다. 정부는 체코·폴란드 등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수주 공략에 나서는 한편 단순 원전 건설 외에도 노형·기자재·운영·서비스 등 수출 방식을 다각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26일부터 엿새간의 일정으로 체코와 폴란드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에 나선다. 원전 수출과 관련해서는 민관 협력 컨트롤타워인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진단은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공기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기업이 총망라된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등으로 쌓은 민관의 노하우를 이번 추진단 설립을 통해 십분 활용할 방침이다. 주요 수출 전략국을 거점 공관으로 지정해 관련 전담관을 투입하는 식으로 ‘전방위’ 수주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고준위방폐물 융합대학원을 서울대에 만드는 방안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관련 분야의 석·박사 인력을 매년 20명 규모로 양성하기로 했다. 원전 생태계 복구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만큼 추가 지원책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예산에 맞게 적기에 시공하는 능력은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원전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원전 생태계 복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기자의눈] 에너지 정치화 끊어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6.22 17:56:31한국은 전기요금이 가장 싼 나라 중 하나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기요금이 1㎾h당 400~500원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11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낮은 전기요금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클라우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배경도 낮은 전기요금이 꼽힌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무한정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전기요금을 40~50% 인상했지만 한국전력공사는 속만 끓이고 있다. 올 1분기에 7조 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전기료 동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한전이 어쩌다 왜 이 모양이 됐나”는 불호령마저 들었다. 전력공기업 내부에서는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혼나는 모양새”라며 “솔직히 한전 적자는 정부가 만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전의 불만도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정권에 입바른 소리를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공기업의 경영 독립이 흔들려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전은 1994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민간 지분이 49%나 되는 기업이다. 경영진이라면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직(職)을 걸고 맞설 수 있는 전문성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결과 뒤에서만 욕하고 앞에서는 고개 숙이는 공기업 문화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한전은 피할 수 없다. 탈원전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원전 가동률은 턱없이 낮아졌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이며 단가가 높아졌다. ‘탈원전 탓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억지로 전기요금을 눌러 놓았다. 그 결과가 지금 한전의 경영 상태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13년간 1조 6000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한전 공대 설립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정치에 휘둘리며 벌어진 비용 증가분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공기업의 독립 경영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
[이슈 리포트]푸틴에 목줄 잡힌 EU…佛 '원전 어게인' 獨 '답없는 탈원전'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2.02.25 07:00:00유럽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은 주된 공급원인 러시아를 의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해의 바람이 멈췄다. 풍력발전량은 급속히 떨어졌다. 에너지 위기는 다시 화두로 등장하고 녹색 전환의 포스터 뒤에서 여러 에너지원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프랑스의 신규 원전 건설 발표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지속돼온 유럽 탈원전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이 포함된 것도 이 같은 선회가 일시적이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佛 2015년 원전의존도 70→50% 줄였지만 원자력 대안 못 찾고 다시 원전으로 복귀 마크롱, 68조 들여 신규 원자로 6기 건설 탄소 저감·원전 경쟁력 확보 동시에 챙겨 EU도 각국 상황 맞춰 '원자력 자율성' 인정 원전 주도국으로서 프랑스의 위상은 지난 2010년대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위축되면서 유럽의 탈원전 흐름도 거세졌다.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원전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5년 프랑스 의회는 원전 의존도를 70%에서 50%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노후화된 원자로 12기의 폐쇄 방침도 발표됐다. 동시에 프랑스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유럽형가압경수로(EPR)도 난항을 겪었다. 2012년 완공 예정이었던 플라망빌 원전은 계획보다 10년 이상 지연되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건설도 연기되며 막대한 금융 비용과 배상금을 부담해야 했다.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양대 축으로서 사업을 담당한 아레바는 결국 프랑스전력(EDF)에 흡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렇게 프랑스 원자력의 전성기는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원자력의 대안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2019년 원자력 비중 축소 계획을 오는 2025년 이후로 연기했다. 2020년으로 접어들며 새로운 원전 정책의 기조가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2년간의 연구를 거쳐 발표된 ‘에너지 미래 2050’ 보고서는 원자력 에너지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월 10일 500억 유로(약 68조 원)를 투자해 2050년까지 신규 EPR 원자로 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최대 14기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에 10억 유로를 투자해 2030년까지 원형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폐기물 처리 기술을 개선하기로 했다. 노후 원전의 수명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이 가능해졌다. 왜 프랑스는 원전으로 선회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탄소 저감의 필요성이다. 원자력 없이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프랑스는 안정된 저탄소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또한 프랑스의 원전 증설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발표됐다. 기후변화에 맞서 프랑스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라는 두 개의 방패를 들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프랑스와 유사한 원전 규모를 가진 중국은 향후 15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며 러시아 역시 주요 원전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원자력 기술 표준이 중국과 러시아에 주도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프랑스가 미온적 입장을 보인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기술적·제도적 우위를 급속도로 상실할 수 있다. 특히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EDF사에 충분한 재원을 제공해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재탄생”을 주창하며, 특히 신규 핵심 인력에게 미래가 있음을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원자력 에너지는 단순한 발전원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원전을 통한 에너지 자립 강화는 안보 및 군사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원자력 기술은 고도의 전략재다. 원자력 지정학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원자력은 안보와 수출, 기술이라는 차원에서 민감한 정치적 자산이다. 나아가 원자력은 핵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유지해주기도 했다. 프랑스의 원전 선회는 현재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에 기반하고 있다. 중도 진영의 마크롱 대통령뿐 아니라 중도 우파와 극우파도 친원전 정책을 지지하며 사회당 역시 원전에 강한 반대를 표명하지 않는다. 원전 지지 여론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재생에너지원의 공급 불안을 반영하며 최근 2년간 17% 증가했다. EU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단일한 지침 대신 각국이 상황에 맞게 사용하며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핀란드·헝가리·체코·루마니아·불가리아·크로아티아 등이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고 영국도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덴마크·포르투갈·스페인 등 탈원전 국가들은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를 우려하며 원자력 사용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獨 견고한 탈원전 기조 속 연내 원전 폐쇄 러·우크라 사태 '에너지 안보' 불안감 키워 가스 공급중단 우려에 원전 필요성 더 커져 독일은 녹색당이 연정 파트너로 들어온 신정부에서 견고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며 2022년 원전을 폐쇄할 예정이다. 그러나 탈원전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화석연료 비중과 탄소 배출을 단기적으로 증가시켰다. 녹색당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50%에서 8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정책과 상충할 우려가 있다. 또한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와의 갈등 상황으로 개통이 불확실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떠난 후 약화된 외교적 위상과 더불어 가스에 한쪽 손이 묶인 독일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기대했던 중재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 문제를 다시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혈관처럼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은 전쟁과 공급 중단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 주력 에너지원을 외부에 의존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성은 상존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안정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필요성이 유럽 내에서 새로 제기되고 있다. EU 분류체계에서 폐기물 처리와 사고 저항성 연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제시됐지만 원전을 유지하려는 회원국들은 기술적·제도적으로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의 원전 선회 정책이 글로벌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이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탄소 중립 전략에서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이어줄 교량으로서 원자력의 필요성은 보다 현실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비전으로서의 녹색 전환은 이제 실행의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엇보다 확고한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 탄소 감축을 핵심 목표로 정할 경우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적어도 교량 에너지원으로 인정받는 우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외에 다른 대안이 촘촘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실행 단계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차기정부, 안정적이고 기술 집약적인 스마트 원자력 정책으로 에너지 자립해야" 원자력 정책은 필연적으로 찬반론의 극단을 반영한다. 다시 냉전의 기운이 감도는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전 논의는 차기 한국 정부의 전략적 선택에서 유용한 시사점이 된다. 에너지 전환은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 전환 과정에서 안정된 기저 전력을 제공하고 탄소 감축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원전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단순한 설비용량 증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기술집약적인 ‘스마트 원자력 전략’ 마련이다. 아울러 미래 원자력 산업에 핵심 기술 및 연구 인력이 충원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 안보와 자립, 경쟁력, 그리고 환경에 대한 고려는 따로 분리되는 요소들이 아니다. 이를 담아내는 것은 정부의 균형 잡힌 에너지 시각과 정치적 역량이다. 이재승 교수는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이후 예일대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받았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장 모네 석좌교수로 선정되는 등 유럽 정치와 경제·에너지 안보, 유럽 및 동아시아의 지역 협력 분야 등에서 최고로 꼽힌다. 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과 아시아·유럽에너지정책네트워크(AEEPRN) 의장을 겸하고 있다. -
[최영기 칼럼] 다음 정부에 드리운 정치 리스크
정치 정치일반 2022.02.23 07:00:00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5년 내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생소했고, 간판 정책으로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분배 개선을 목표로 하는 ‘소주성’을 성장 정책으로 내세우다 보니 정책 메뉴가 마땅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제로, 근로시간 단축처럼 문 정부의 초기 정책들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 목표와 충돌하는 것들이 많았다. 여당 내에서조차 ‘을’들의 전쟁을 걱정하며 임기 3년 차에 새 경제팀을 꾸리고 궤도를 수정한 후에야 혼선을 수습할 수 있었다. 2019년 이후 정부 여당은 을들의 전쟁을 피하는 방법으로 재정을 풀기 시작했고 비판의 초점도 방만한 재정 운영과 국가 부채 규모로 옮아갔다. 정부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 구조 개혁이나 노동·교육·공공 부문 혁신은 제쳐두고 재정을 퍼부어 성장과 고용 관련 지표만 관리한다는 비판이었다. 코로나19 위기는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논란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대선에서 어느 때보다 뜨거워야 할 경제정책 공방이 보이지 않는다. 한바탕 격돌을 예상했던 21일의 경제 관련 TV 토론도 싱겁게 끝났다. 디지털 경제나 다음 정부의 재정금융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은 맛보기에 불과했고 그나마 토론의 주도권은 안철수 후보의 몫이었다. 사전 투표가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주요 후보들의 경제관을 알 수 없고 경제 관련 대표 공약조차 분명하지 않다. 국민의힘 후보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오답 노트는 갖고 있는지, 집권하면 어떤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캠프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규제를 풀어 기업을 뛰게 하겠다는 경제 원론은 지금 한국 경제가 당면한 국제 환경을 보거나 고질적인 생산성 위기를 감안할 때 너무 한가한 이야기다.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생산성 정체와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합의가 있었다. 지난 10일 한국경제학회도 정기학술대회에서 7대 정책 과제를 발표하며 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학회 집행부가 제시한 30대 과제 리스트를 놓고 63명의 패널이 투표를 통해 15개를 추렸고 정회원 1078명의 투표로 7대 과제를 뽑았다. 진영과 정치적 편향성을 걸러낸 학계의 총의를 모아 다음 정부에 정책 권고를 한 셈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생산성 정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총력 대응과 부동산 버블의 연착륙에 실패하면 악화일로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경고가 핵심이다. 문제는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다. 저생산성과 저임금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영세 서비스업의 합리화나 디지털 경제를 위한 노동·교육 개혁이라는 처방전을 갖고도 역대 어느 정권도 선뜻 나서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선 캠페인의 흐름으로 보아 다음 정부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면 다 죽는다’는 식의 전쟁 같은 선거를 치르고 나면 야당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나설 게 뻔하다. 더구나 개혁의 고통보다 더 많은 현금 지원만을 약속한 후보들이 경제 개혁을 선도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무능이다. 경제지표와 문화 면에서는 이미 선진국이라지만 탈원전 문제나 4대강 사업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환경에서 어떤 경제 개혁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부끄럽게도 25년 전 외환위기 와중에 IMF의 감시하에서 타율적인 경제 개혁을 실행한 것이 가장 최근의 경험이다. 우리가 당면한 경제 개혁 과제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때에야 5대 경제 강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다. 대선이 끝나는 즉시 당파의 시대를 넘어 진영을 아우르는 대통합의 정치 연합을 구성하지 않는 한 경제 개혁은 또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연합 정치와 합의 경제가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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