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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은 악랄…美 관세, 영원하다고 봐야"
국제 정치·사회 2025.11.18 08:23:25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미회담에 최일선에서 관여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악랄(evil)'하다고 비판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계속될 수 있다며 그렇게 가정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한국 기업에 조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발로파크에서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불쾌한(nasty) 인물이다. 무례하다는 뜻이 아니라 악랄(evil)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가 자신의 것이라 믿으며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방법을 찾아 되찾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때 북미 협상 과정에 대해 폼페이오 전 장관은 "우리가 협상하는 상대는 실제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며 "궁극적으로는 이건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 대해서는 "미국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관세는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부과된 관세를 대부분 그대로 이어갔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어느 정당 출신이든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시행된 관세는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은 관세를 영구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韓요구 다 담은 팩트시트, '셀프 北방어' 맡기나
국제 정치·사회 2025.11.18 08:19:00한국과 미국이 오랜 진통 끝에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이 그간 미국에 요구한 사항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개발 승인은 국민들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그 주목도가 남다른 분위기다. 내용에 차이를 보였던 미일 협상 팩트시트와 달리 한미의 경우 양국 간 이견도 거의 없었다. 관료들의 끈질긴 노력이 기대 밖 성과를 끌어냈다는 호평도 있다. 팩트시트에는 핵잠수함 건조 시기와 장소가 명문화되지 않아 이 부분은 앞으로 양국 간 추가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한화(000880)그룹의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라는 주문을 내놓았기에 장소를 확실하게 한국으로 변경하는 설득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핵잠수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형 원자로와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존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양국 팩트시트에 대만 문제, 미군 재배치 등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점도 한국이 외교적으로 신경 써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팩트시트를 두고는 안보의 초점을 자국 본토 방어, 중국 견제에만 맞추고 북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할 문제로 떠넘기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통 큰 양보를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 대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동맹의 현대화’로 표현하면서 대북 문제 만큼은 한국이 돈을 더 쓰는 쪽으로 핵잠수함 승인,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길을 텄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李대통령, 팩트시트 합의 직접 발표…자동차 관세 15%, 반도체도 불리하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5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직접 발표했다. 백악관도 13일(현지 시간) 비슷한 시간대에 팩트시트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지 16일 만이다. 공동 팩트시트 공개 시간대가 미국이 아닌 한국 시간대에만 맞춰진 점도 특이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소개한 팩트시트 내용은 미국이 또 다시 합의 내용을 뒤집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하루 이틀 만에 팩트시트를 낸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에 대해서만 공개 시점을 유독 미룬 바 있다. 양국은 7월 30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큰 틀의 무역 합의를 맺고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10월 29일 경주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도 최종 협정 문서를 만들지 못했다. 이는 미국 전문가들도 양국 동맹 관계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부품, 원목, 목재, 목재 제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25%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국의 양해각서(MOU) 이행 기금 조성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제출하는 달의 1일로 소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말이 맞는다면 이달 안으로만 법안이 제출되면 11월 1일 부로 15%의 자동차 관세를 소급 적용할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적시됐다. 실질적으로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국가가 한국과 대만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추후 대만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국보다 더 나은 최혜국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기로 했다. 복제 의약품이나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한 15% 상호관세를 없애는 방침 역시 팩트시트에 담았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조선업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양국 MOU를 통해 2000억 달러를 전략 투자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문서화했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1년에 2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다는 점, 한국이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내용에 넣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MOU 1항에 ‘상업적 합리성’ 표현을 넣은 것이 투자 선정 기준에 있어 일본과는 굉장히 큰 차이점”이라며 “미일 투자 MOU에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관련 내용이 한미 MOU에는 없고 ‘에너지’ 투자 정도로만 표현됐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숙원’ 핵잠수함 결국 승인…‘北 완전한 비핵화’ 목표도 재확인 안보 분야에서는 그간 논란이 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 내용이 완전히 들어갔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 “미국은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 등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또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있어 한국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한국은 이와 함께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해 2030년까지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 요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양국 정상은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의 과정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법적 요건에 맞춰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동맹 차원의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 연장선으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가리켜 잇따라 “핵보유국(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면서 대북 정책 방향을 비핵화에서 핵동결 수준으로 격하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 점을 고려하면 다행인 결과다. 팩트시트는 “두 정상은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국가적·사회적 혼란으로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점에 섰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팩트시트 발표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기업들도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간 미국 시장에서 15%의 관세만 부과받는 일본, 유럽 자동차에 맞서 25% 관세를 떠안고 경쟁했던 현대차(005380)그룹은 곧장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주축 한화그룹도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방향에 맞춰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핵잠 한국 건조 확정, 원자력협정 개정은 과제…중국 공동 견제, 미군 재배치도 부담 다만 이번 팩트시트는 후속 과제도 만만찮게 남겼다. 당장 팩트시트에는 빠진 핵잠수함 건조 시기와 장소가 양국 간 추가 논의 사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한국은 핵잠수함을 훌륭한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필리조선소는 대형 선박을 만들 능력이 없는 까닭에 이 발언은 곧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양국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건조 위치에 대한 문제는 정리가 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우리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언급을 한 번 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군 당국은 배수량 5000톤급 이상 핵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갓 첫발을 뗀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도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팩트시트에는 개정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협정에 부합한다”는 문구만 들어갔다. 현행 협정은 한국이 2035년까지 미국의 동의 아래 20% 미만의 우라늄만 농축할 수 있게 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아예 금지했다. 실제 한미 팩트시트 공개 시점이 미뤄질 때에도 핵잠수함 승인과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때문에 안보 관련 부처인 미국 에너지부가 반대 의견을 낸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 장소를 필리조선소로 찍은 이유를 두고도 핵연료 조달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일본의 경우는 1988년에 체결한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미국이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미국의 합의만 있으면 지금도 2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는 미국 의회 승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등의 관문도 남았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협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알렸다. 팩트시트에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 대한 내용이 상당 부분 담긴 점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팩트시트에는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배치할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모든 역내의 위협’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로 이를 대체했다. 팩트시트에는 또 “양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다”는 문장도 포함됐다. 두 나라는 같은 날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을 빼기도 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이 대만 문제를 가지고 불을 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또 핵잠수함 논의에 대해 “한국이 각국의 우려를 고려해 이를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前주한미국대사 “美는 中, 韓은 北으로 동맹 이원화…무역 문서화는 한국 손해” 이번 팩트시트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중국 견제에, 한국은 북한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현실이 눈에 띈다는 진단도 미국 내에서 나왔다.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 외에는 전 세계 분쟁에 방위비를 쓰길 싫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이 팩트시트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핵잠수함 승인 등을 결정할 때에 동맹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대북 방어 부담은 줄이고 대중 압박도만 높일 의도를 더 강하게 투영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애틀랜틱카운슬·코리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로 열린 ‘밴플리트 정책 포럼’에 참석해 한미 공동 팩트시트 내용을 거론하며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모두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양국이 더 분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금까지는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를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미국은 이제 더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원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해 대북 억제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쪽으로 동맹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외교관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골드버그 전 대사 말대로 지난 3월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미국 본토 방어를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반도의 북한, 중동의 이란, 유럽의 러시아 등 다른 위협 요인에 대한 대응은 동맹국들에 대부분 맡기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관계 재설정 작업 핵심 인사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도 지난 7월 31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같은 날 가진 한미 국방부 장관 통화를 평가하며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는 것과 국방비를 지출하는 면에서 역할 모델이 된다”고 썼다. 콜비 차관은 “미국과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동맹을 현대화하는 데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한미 공동의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고 이를 견제하는 것이 동맹의 현대화라는 의미였다. 또 북한은 한국이 국방비를 더 써서 주도적으로 방어하길 바란다는 주장이었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포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안보 구상을 두고는 미국 의회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새 NDS는 다음달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미 무역 합의를 두고는 “여러 면에서 일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도 얻은 게 있다”며 “핵잠수함과 핵연료는 윤석열 전 대통령 때부터 이 대통령 때까지 한국이 몇 년간 매우 강하게 요구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과의 합의를 세부 내용까지 확정해 문서로 담는 바람에 무역 관계에서는 오히려 불리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서명은 하겠지만 이 합의는 사라지거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모든 걸 문서화하려고 하고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손해를 좀 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같은 행사에서 팩트시트를 거론하며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며 “향후 양국 관계의 공동 우선순위가 제시돼 있다”고 안내했다. 랜도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신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역사적 합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팩트시트를 계기로 양국 간 통상·안보 불확실성은 일단 상당 부분 걷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요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수용하면서 그나마 치명적인 경제 타격은 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대미 투자 전액 ‘선불(up front)’, 6000억 달러 이상 투자 등은 팩트시트에서 빠지게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꺼낸 반도세 관세 합의 미포함, 농산물 시장 100% 개방 등의 압박 카드도 다행히 팩트시트에 담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한 발 물러선 듯한 자세를 취했는가다. 동맹에 대한 인식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나쁜 지도자인 만큼 당분간 이번 합의 결과가 우리 국익에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차분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정위, 산재로 공사 멈추면 하도급대금 증액 의무화 추진[Pick코노미]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11.18 07:39:22정부가 산업재해 발생으로 건설 현장이 중단될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이 하도급업체에 전가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하도급대금 조정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로 인해 공사 멈추면 그 기간만큼 공사 기간 연장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는데, 산업재해로 인한 하도급 업체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건설 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하도급대금에 대해 증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따라 설계 변경이나 경제 상황 변동 등 조정 사유가 발생하면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증액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공사 중단은 하도급 대금 조정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원청보다 하도급 업체가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받는 현재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산재가 발생하면 대금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공사 현장은 즉시 중단되고 안전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이 기간 발생하는 막대한 장비 임차료와 현장 유지비, 대기 인건비 등이 하도급 업체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우건설·DL건설·포스코이앤씨 등 3개 건설사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중대재해 사고로 3개 건설사에서만 200여 곳이 넘는 현장이 멈춰섰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발생 현장에 대해 해당 작업 또는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한해 부분 작업중지를 원칙으로 명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평균 27.9일간 공사 현장이 중단됐다. 이들 건설사 3곳이 공사 중단으로 감당할 비용이 393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건설사 공사 현장이 중단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하도급 업체를 비롯해 협력 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 더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사 중단에 따른 장비 대여비 등 경제적 비용에 대해 원청이나 원사업자가 비용을 보전하지 않아도 별다른 법적 제재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업체는 산재로 인한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원청에 비용 보전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거래 관계가 끊길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거나 협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대표는 “사고가 나면 하루 수백만 원씩 손실이 난다”며 “원청이 보전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우리 회사 손실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 말에 주요 건설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산재 발생 후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 대금 조정이 원청의 법적 의무가 되도록 하도급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한편, 이 같은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산재 발생 시 공기 연장 의무화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공기 연장이 보장되지 않으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하도급 업체가 야간작업이나 돌관(공기 단축) 작업을 강요받게 되고, 이는 다시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작업은 인건비가 주간보다 2~3배 더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 건설 업체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야간작업이나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경우 산업재해 발생 위험도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다만 산재 발생 시 공기 연장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아파트 입주 일정 지연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공정위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건설은 책임준공제 원칙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공사가 약속된 준공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신탁사 등 보증 주체가 이를 대신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하게 돼 공기 연장 의무화와 충돌하게 된다. 입주민의 입주 일정도 예정돼 있어 공기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변수다. 공정위는 조만간 하도급 거래 공정화 대책 관련 세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법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
[트럼프 스톡커] 소고기값에 정권 위기, 커피는 결국 자유무역行
국제 정치·사회 2025.11.18 06:46:46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최근 뉴욕시장,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등 지방선거에서 대패하자 결국 농산물 관련 관세를 대거 취소할 채비에 나섰다. 관세로 인해 소고기, 커피 등 서민들이 민감해 하는 물가가 특히 말썽을 일으키자 민심을 이기지 못하고 정책 방향을 크게 튼 것이다.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4석, 주지사 50석 중 36석이 걸린 내년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패배할 경우 자칫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에 빠질 수 있기에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긴장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그간 얻은 관세 수입으로 1인당 2000달러(약 293만 원)에 달하는 전국민 지원금까지 뿌리겠다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책까지 공언했다. 여기에 제약사를 압박해 비만 치료제와 처방약 값을 내리고 50년 만기의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유발했던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 불발로 2000만 명 이상의 건강보험료가 올라가게 되자 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까지 구상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 정책이 모두 실현될 경우 이미 38조 달러(약 5경 5586조 원)를 넘어선 연방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국가신용도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장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트럼프, 서민 물가 들썩이자 소고기·커피·바나나 관세 결국 면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소고기, 커피, 토마토,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과 견과류, 향신료 등 농산물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13일 0시 1분 이후 수입된 제품부터 적용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갖는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백악관은 13일에도 홈페이지에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와 ‘상호 무역협정 프레임워크(틀)’와 관련한 공동성명을 각각 발표하면서 이들 국가의 기계류, 보건·의료제품,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화학물질, 자동차, 특정 농산물, 섬유·의류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에콰도르는 커피, 코코아, 바나나의 주요 수출국이고 아르헨티나는 세계적인 소고기 생산국이다.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는 섬유, 의류를 주로 만들어 미국에 판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13일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커피, 코코아, 바나나 등의 가격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 그런 것들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매업자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며 “아르헨티나산 소고기가 자연스럽게 수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13일 뉴욕타임스(NYT)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면제 대상에 상호관세 적용 국가는 물론 아직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알렸다. 감귤류 등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킬 목적에서다. 소고기 수입의 경우는 미국 축산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식료품 관세 면제를 실제로 시행하면 미국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 증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이 후퇴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짚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14일 CNBC와 인터뷰에서 “일부 식품과 관련한 관세 면제를 발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커피, 바나나 등 미국에서 재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중대한 발표가 며칠간 있을 것”이라며 “가격이 매우 빨리 낮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가뭄에 1950년대 이후 소 사육 최저…커피값도 19% 급등 최근 미국의 식료품 가격 급등에는 관세를 비롯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정권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소고기 값의 경우 2022년부터 시작된 장기 가뭄으로 인한 소 사육 두수 급감이 직접적인 폭등 원인이 됐다. 미국의 농장주들은 가뭄으로 목초지가 황폐화되고 사료값이 크게 오르자 소 도축을 앞당기거나 사육을 줄였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사육 소의 개체 수는 1950년대 이후 70여 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급감했다. 소 사육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빠르게 오른 점도 축산 농민들에게 부담이 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에도 관세를 더하면서 미국인들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소고기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소고기를 사먹기 힘들어지자 닭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대체품에 대한 수요만 증가했다. 미국 축산업 전문지 비프매거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고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박스 포장 소고기 가격은 13% 뛰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7일 “육가공 업체들이 불법 담합, 가격 고정, 시세 조작으로 소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법무부에 즉각적인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물가는 소고기 값뿐이 아니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커피 생두 수입 가격과 소매 가격은 9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19%가량 급등했다. 바나나 값도 같은 기간 7% 상승했다. 16일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지난 8월 발표된 맥도날드의 2분기 실적 자료를 기반으로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경제조사 단체 콘퍼런스보드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10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94.6)도 상호관세 방침이 발표된 지난 4월(85.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부과된 8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미국에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향적인 조치에 반색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13일 “관세 철폐를 환영한다”며 “호주산 소고기 생산업자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는 매년 15만∼40만 톤의 소고기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44억 호주달러(약 4조 2000억 원)어치의 소고기를 수출해 최대 대미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토드 매클레이 뉴질랜드 통상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몇 개월간 불확실성과 높은 비용에 직면한 수출업체들이 환영할 것”이라며 “다른 수출품에 대한 상호관세 철폐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자히 사하이 인도수출기업연합회(FIEO) 사무총장 또한 로이터통신에 “연간 25억∼30억 달러(약 3조 7000억∼4조 4000억 원) 규모의 대미 수출이 상호관세 면제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제라우두 아우키밍 브라질 부통령은 15일 브라질리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세를 10%포인트 덜 적용받게 됐지만 40%의 세율은 여전히 높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브라질의 경우는 총 관세율은 50%이지만 이 가운데 상호관세는 10%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재판을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을 두고 ‘마녀 사냥’이라며 상호관세 외에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같은 50% 관세라도 상호관세가 25%,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괘씸죄’ 관세가 25%인 인도와는 다른 구성이다. ‘50년 주담대’에 약값 인하, 2000달러 배당금 지급…‘포퓰리즘 정책’ 봇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방향을 튼 경제 정책은 관세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사진과 ‘50년 모기지’라는 글을 함께 올렸다. 이는 백악관 참모들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은 정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장이 낸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펄티 청장은 미국의 대형 주택 건설업체인 펄티그룹의 창립자 윌리엄 펄티의 손자다. 올 8월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최초의 흑인 여성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인 리사 쿡 이사를 모기지 사기 혐의자로 지목해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모기지 기간이 길어지면 장기적으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0년 모기지는 매달 내는 돈이 조금 줄어든다는 뜻”이라며 “기간이 길어질 뿐이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9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관세 수입을 활용해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자 자신의 지지율을 올릴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인 1인당 2000달러의 관세 배당을 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관세 수입은 충분하다”며 “입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백악관은 2000달러 배당급 지급을 실현하는 데 전념하고 있고 이를 위한 모든 법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50년 만기 모기지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취재진들에게 “1인당 2000달러 배당금 지급 시기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은 아니고 내년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달 6일 백악관에서 ‘젭바운드’ 제약사인 일라이 일리, ‘위고비’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 내 비만치료제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고비 가격은 월 1350달러에서 250달러로, 젭바운드는 1080달러에서 346달러로 싸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약값 인하로 미국 매출에서 손실을 보는 대신 3년간 관세 면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사들과 처방약 가격을 내리기 위한 추가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중간선거 겨냥 ‘트럼프케어’까지 나올 수도…크루그먼 “걷잡을 수 없이 재정 악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 정책까지 양보하면서 경제 기조를 바꾸는 것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비상이 걸렸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4일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가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행정부 내에서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에서도 극단적인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선거에 승리를 거둔 배경에도 높은 생활비, 주거비에 대한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펴 재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WSJ은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1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새 건강보험 체계를 추진할 뜻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몇몇 민주당 인사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했다”며 “큰 액수를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여부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최장 기간인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의 최대 갈등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보조금이 그대로 종료되면 2000만 명이 넘는 미국 국민들이 이후 더 많은 건강보험료을 부담해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들과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선거용 구상들이 재정 적자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는 감세 법안 등의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더 빠르게 증가해 지난달 38조 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까지만 해도 재정 적자 규모가 36조 달러(약 5경 2661조 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도 안 돼 2조 달러(약 2926조 원) 이상이 불어난 셈이다. 더욱이 각종 생활 물가가 뛰는 상황에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셧다운 사태 영향으로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 공무원들이 셧다운 사태 내내 무급으로 휴직하면서 자료 수집을 위한 대면 조사를 적시에 수행하지 못한 탓이다. 관세 해제 품목이 농산물에 집중된 까닭에 미국산을 주로 수입하기만 하는 한국은 그 혜택을 거의 입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경제지리학을 결합한 새 무역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인당 2000달러 배당 지급안을 두고 “끔찍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재정적으로 완전히 무책임한 조치”라며 “세입이 줄고 적자가 불어나는데 관세 수입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킬 위험한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중간선거가 가까워 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수록 미국 행정부의 억지 물가 인하와 지원금 살포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이 우려하는 품목 관세 부과 속도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아직 관세 효과가 소비자 비용으로 완전히 전이되지는 않은 상황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마주할 물가 부담이 적어도 당분간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우파 바람 이어질까, 공산당 정부 들어설까…다음달 칠레 대통령 결정[글로벌 모닝 브리핑]
국제 정치·사회 2025.11.18 06:30:00※[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칠레 대선 12월 14일 결선 다음 달 치러질 칠레 대선 결선에서 공산당과 극우 후보 간 맞대결이 성사됐습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중남미에서 우파 정부가 속속 확산하는 ‘블루타이드’가 거세질지, 좌파 정부가 득세하는 ‘핑크타이드’가 영향력을 지킬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16일(현지 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지지를 받은 칠레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51) 후보가 26.78%(개표율 94.58%)를 얻어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는 24.02%를 얻은 강성 우파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차지했습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이날 1·2위를 차지한 두 후보가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겨루게 됐습니다. 두 후보는 정치 이력과 성향 등 여러 면에서 정반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산당원으로는 처음으로 칠레의 좌파 진영 단일화 후보가 된 하라는 현지 첫 여성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사회보장부 차관을 지냈고 가브리엘 보리치 현 정부에서는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주40시간 근무제, 정부 지출 확대 등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이에 반해 변호사 출신 카스트는 ‘칠레의 도널드 트럼프’라 불리는 극우 성향 후보입니다. 국경선을 따라 높이 5m 장벽과 참호로 ‘국경 방패’를 세워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 그의 대표적인 공약입니다. 외신들은 결선에서 카스트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날 투표에서 하라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우파 표가 분산된 덕분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결선 투표에서는 우파 표가 결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이날 투표에서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로 평가받는 국민자유당 요하네스 카이저(약 14%), 전통 우파인 에블린 마테이 독립민주연합 후보(약 13%) 등은 결선에서 카스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특히 우파 진영은 칠레의 높은 반(反)이민 여론을 부추기며 표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칠레 국가인민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칠레의 외국인 인구는 190만 명 이상으로 이 가운데 최소 33만 명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카스트는 칠레 범죄율이 높아지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칠레의 대선 결과는 중남미에서 블루타이드가 핑크타이드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판가름할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남미는 멕시코와 브라질·콜롬비아 등 다수 국가들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4월 파라과이에서 산티아고 페냐가 이끄는 콜로라도당이 집권에 성공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전기톱 유세로 유명세를 얻은 하비에르 밀레이(자유전진당)가 당선되는 등 핑크타이드가 주춤한 상황입니다. 에콰도르에서는 최연소 대통령인 우파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2023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볼리비아에서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 소속인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이 20년간 이어져 온 좌파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칠레가 최근 수년간 우경화한 라틴아메리카 국가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하라 후보가 공산당 소속임에도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최종 결선 투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베네수엘라에 핵항모 배치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강온 양면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16일(현지 시간)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워싱턴DC로 출발하며 기자들에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약간의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될지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국방부가 이날 세계 최강 핵추진항공모함 제럴드R포드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이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AP통신은 포드 항모전단의 참여로 이번 작전에 투입된 미 해군 함정은 10여 척이며 병력은 1만 2000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카리브해 군사력 증강은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군사적·외교적으로 베네수엘라를 최대한 압박해 양국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후 마약 유입 근절 등과 관련해 베네수엘라와 협상을 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발 선박들을 ‘마약 운반선’으로 규정하며 잇달아 격침했습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11일 병력 20만 명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루비오 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최근 며칠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양한 군사 옵션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결심을 했다”고 말해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았습니다. WP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어떤 공격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국제적인 갈등을 피하고 미국과 중남미 관계도 복잡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日, 6분기 만에 역성장 일본 경제가 6개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으로 돌아섰습니다. 경제 둔화 조짐이 통계로 확인되면서 재정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연율로 환산하면 -1.8%입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입니다.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온 일본 경제가 다시 역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성장 둔화 배경으로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꼽힙니다. 관세 여파로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2% 줄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습니다. 민간 주택 투자가 9.4% 급감한 점도 성장세를 약화시킨 주된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일본 G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역시 0.1% 증가에 그쳤습니다. 둔화 조짐이 확연해지자 정부의 재정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지표는 경기 회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다카이치 내각의 판단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내 경기 부양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해 추가경정예산(13조 9000억 엔)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규모 확장재정이 예고되자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날 국채 발행 증가와 국가 채무 확대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팔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뛰었습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10년 국채금리는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73%를 기록했고 20년물 금리도 2.75%까지 올라 199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성장률 부진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인데 경기 둔화 신호가 강화될수록 금리 인상을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성장률 하락은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사설] 李대통령 중동·阿 순방, ‘글로벌 사우스’ 경제 영토 넓힐 기회로
오피니언 사설 2025.11.18 00:05:00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17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이집트·남아공·튀르키예를 차례로 방문해 인공지능(AI)·방위산업·에너지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이재명 정부가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에 이어 ‘실용 외교’의 무대를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방문인 만큼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제3세계 국가들)’ 지역과의 협력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지 주목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주력 시장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가장 젊은 대륙’ 아프리카는 2030년이면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평균 경제 성장률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의 여파로 핵심광물 공급처이자 신규 시장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투자는 390억 달러로 모든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중동 국가들의 ‘포스트 오일’ 움직임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탈탄소 시대를 맞아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신에너지·원전·정보기술(IT) 등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려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순방을 경제·외교 영토를 ‘글로벌 사우스’로 확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프리카 등은 높은 성장성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거대 시장인데도 그동안 경제 교류·협력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경제개발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상호 윈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국은 미국·중국과 달리 패권주의 우려를 덜 수 있어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고유가로 인한 오일쇼크를 ‘중동 특수’의 발판으로 삼아 경제 재도약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국제 질서의 새판 짜기라는 외부 환경 변화를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대와 시장 다변화의 호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
[만화경] ‘국부론’과 “기업이 곧 국력”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11.17 19:21:391776년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國富論)’을 출간하면서 세계 경제학의 한 획을 그었다. 이 책에는 산업혁명 태동기에 영국이 어떻게 하면 성장률을 높이고 국부를 쌓을 수 있을지 해법이 담겼다. “국부는 땅의 크기가 아니라 ‘교역’을 통해 만들어진 재화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는 국부론의 ‘위대한 통찰’은 250년이 지난 지금도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관세 협상이 일단락됐다. 2000억 달러의 투자 대상과 결정 주체 등 세부 협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 그림은 잘 그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프한 협상가’라고 지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기업관과 ‘국부론’도 눈길을 끈다. 관세 협상을 이끈 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력은 곧 기업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우리 기업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국민과 ‘공무원’들이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관세 협상은 김 장관의 리더십과 정부 정책을 측면 지원한 기업들이 ‘원팀’을 만들어 일궈낸 성과물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업에 대한 시각 교정에 들어갔다. 8월 한미 관세 협상이 끝난 뒤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지난달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서는 “경제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협상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이 노동과 규제가 포함된 6대 구조 개혁 대상을 선정하고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달라진 기업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성환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의 원전·에너지 정책은 국부론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확정했고 여야가 합의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재검토하려고 한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들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기후 대응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하수(下手)다. 기후부 장관은 치열한 통상 전쟁이 벌어지는 무역 협상장에 참석해 엄중한 현실을 몸소 경험해보길 바란다. “공무원들이 기업 소중한 줄 알아야 한다”는 산업부 장관의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
[단독] "산재로 공사 중단땐 원청이 추가 비용 부담해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11.17 18:29:27사망 사고 등 재해 발생으로 건설 현장의 공기(工期)가 지연될 때 하도급 업체가 추가 비용 부담을 책임지던 관행이 개선된다. 공기가 늦어지는 만큼 전체 공사 기간을 의무적으로 늘려 하도급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17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하도급 대금 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은 따라 설계 변경이나 경제 상황 변동 등 조정 사유가 발생하면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증액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공사 중단은 하도급 대금 조정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원청보다 하도급 업체가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받는 현재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산재가 발생하면 대금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공사 현장은 즉시 중단되고 안전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이 기간 발생하는 막대한 장비 임차료와 현장 유지비, 대기 인건비 등이 하도급 업체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우건설·DL건설·포스코이앤씨 등 3개 건설사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중대재해 사고로 3개 건설사에서만 200여 곳이 넘는 현장이 멈춰섰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발생 현장에 대해 해당 작업 또는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한해 부분 작업중지를 원칙으로 명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평균 27.9일간 공사 현장이 중단됐다. 이들 건설사 3곳이 공사 중단으로 감당할 비용이 393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건설사 공사 현장이 중단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하도급 업체를 비롯해 협력 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 더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사 중단에 따른 장비 대여비 등 경제적 비용에 대해 원청이나 원사업자가 비용을 보전하지 않아도 별다른 법적 제재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업체는 산재로 인한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원청에 비용 보전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거래 관계가 끊길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거나 협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대표는 “사고가 나면 하루 수백만 원씩 손실이 난다”며 “원청이 보전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우리 회사 손실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 말에 주요 건설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산재 발생 후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 대금 조정이 원청의 법적 의무가 되도록 하도급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한편, 이 같은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산재 발생 시 공기 연장 의무화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공기 연장이 보장되지 않으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하도급 업체가 야간작업이나 돌관(공기 단축) 작업을 강요받게 되고, 이는 다시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작업은 인건비가 주간보다 2~3배 더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 건설 업체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야간작업이나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경우 산업재해 발생 위험도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다만 산재 발생 시 공기 연장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아파트 입주 일정 지연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공정위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건설은 책임준공제 원칙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공사가 약속된 준공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신탁사 등 보증 주체가 이를 대신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하게 돼 공기 연장 의무화와 충돌하게 된다. 입주민의 입주 일정도 예정돼 있어 공기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변수다. 공정위는 조만간 하도급 거래 공정화 대책 관련 세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법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
베네수에 핵항모 배치한 트럼프 “마두로와 대화할 수도”
국제 정치·사회 2025.11.17 18:03:4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강온 양면 전략을 펴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워싱턴DC로 출발하며 기자들에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약간의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될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한 행정부의 일부 생각을 의회와 소통하고 있지만 행동하기 위해 의회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 국방부가 이날 세계 최강 핵추진항공모함 제럴드R포드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이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P통신은 포드 항모전단의 참여로 이번 작전에 투입된 미 해군 함정은 10여 척이며 병력은 1만 2000명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카리브해 군사력 증강은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베네수엘라 기반 범죄 조직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 카르텔)’의 배후에 마두로 정권이 있다”며 솔레스를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군사적·외교적으로 베네수엘라를 최대한 압박해 양국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후 마약 유입 근절 등과 관련해 베네수엘라와 협상을 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발 선박들을 ‘마약 운반선’으로 규정하며 잇달아 격침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11일 병력 20만 명 동원령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루비오 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최근 며칠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양한 군사 옵션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결심을 했다”고 말해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WP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어떤 공격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국제적인 갈등을 피하고 미국과 중남미 관계도 복잡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李대통령, 阿·중동 순방…AI·방산 세일즈
정치 대통령실 2025.11.17 18:01:04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첫 아프리카·중동 순방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외교 영역과 전략을 다변화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원전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 관세·안보 협상을 일단락 지은 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외교를 다변화한다는 데 이번 순방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경우 사실상 올해 이 대통령의 마지막 다자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7일(이하 현지시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하며 7박 10일간의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공항에는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퍼스트아부다비뱅크(FAB) 비상임 이사 겸 이사회 운영위원회 의장 등 UAE 인사들은 물론 이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먼저 UAE에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마중을 나왔다. UAE 측은 이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하자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호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일정을 소화한다. 먼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 간 AI·방산 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19일에는 양국 경제인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기업 간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집트로 이동해 20일 압둘 파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카이로대에서 한국 정부의 대(對)중동 구상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23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총 3개 세션에 참석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후변화와 재난, 공정한 미래 등에 관해 논의한다. 한국이 주도하는 중견 5개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소속국 정상들과의 회동도 잡혀 있다.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24일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MOU 서명식 등 일정을 소화한 후 26일 귀국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끝으로 올해 숨 가쁘게 이어온 다자외교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전 세계로 다변화·다각화할 방침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달 14일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 복귀한 것을 넘어 전 세계의 미래 성장 비전을 제시하면서 다자주의 회복과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와 중동 평화에 대한 상호 지지를 확인하고 국방·방산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 교역을 더욱 활발히 하고 첨단기술과 보건의료 등 미래지향적 협력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
D램값 60% 올려도 완판 행진…삼성·SK "공급 확대 한계"
산업 기업 2025.11.17 17:48:59“공급을 당장 늘릴 방법이 없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SK텔레콤이 개최한 ‘2025 인공지능(AI) 서밋’에서 이같이 밝히며 최근 반도체 D램 시장에서 벌어지는 ‘패닉바잉(Panic buying)’ 상황을 짚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에서 추론형 AI모델,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할 피지컬 AI 등을 선점하려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AI 산업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5000억 달러(약 730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600억 달러(87조 원)를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기로 했다. AI 혁명이 가속화하자 세계 양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D램 주문은 폭주하고 있다. 엔비디아 등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1개 가격이 수백 달러를 상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HBM뿐 아니라 범용 D램의 수요 역시 최근 폭증하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제품 성능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스마트폰용으로 사용되던 저전력(LP)DDR 등이 데이터센터에 적용돼 수요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을 늘리는 것은 항상 타임래그(Time lag·시차)가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말처럼 메모리 기업들이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의 청주 M15 공장을 확장한 M15X나 삼성전자의 평택 P4(4공장)는 HBM 생산 중심으로 설계돼 범용 D램 생산을 크게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메모리 기업들이 당장 D램 생산 시설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D램 가격 급등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당장 D램 설비 증설에 나서도 생산까지는 2년이 걸리는 만큼 메모리 기업들로서는 자칫 수십조 원의 투자에 나섰다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가격이 폭락하는 ‘겨울’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17일 용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회동에서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이 투입될 수 있다고 했지만 “수요에 맞춰 현명하게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D램 물량이 모두 팔리자 2027년 물량 공급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의 D램이 품절되자 빅테크들은 삼성전자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내년 물량 대부분의 공급계약이 끝난 상태다. 수요가 계속 늘자 삼성전자는 일부 D램 공급가를 60%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공급을 늘릴 방법은 생산 수율을 높이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
농해수위 2조·복지위 3.5조…벌써 9.2조 늘었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11.17 17:48:0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17일 가동되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사업별 증·감액 규모 심사에 들어갔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인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놓고 원안을 지키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표 사업을 삭감하려는 국민의힘은 내내 충돌했다.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쳐 올라온 예산안이지만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해 심사가 보류되는 항목이 속출했다. 결국 올해도 예결특위 소소위 차원의 ‘쪽지 예산’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결특위 예산소위는 이날부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의 상임위별 예비 심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에 착수했다. 예산의 감액과 증액을 결정하는 예결위 예산소위는 국회 예산 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불린다. 예결소위 의결안이 나오면 종합 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내년 예산이 확정된다. 예결위는 앞서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등 15명으로 예결소위를 구성했다. 소위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여야는 소위 시작부터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이견으로 맞붙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인 국민성장펀드는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로 2026년도 예산 전액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우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내년도 정부 예산은 최소 5000억 원 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한 위원장은 “(여야가) 첨예하게 갈려서 보류하겠다”고 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민관 합동 자금을 조성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1조 원을 편성한 상태다. 이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국가농업AX 플랫폼’ 예산 등에도 국민의힘이 제동을 걸며 심사들이 모두 보류됐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위해 편성된 1조 9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기획재정위원회와 논의하자는 데 뜻을 모으며 보류됐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대미 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에 포함된 예산 중 한국수출입은행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7000억 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지원 대상 등에 대해 지적했지만 국익적 관점에서 원안 통과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인 만큼 예결특위 소위를 거치며 내년도 예산안 증액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간 주요 사업에 대한 입장 차로 상임위 단위에서의 예비 심사가 대다수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날까지 심사를 마쳐 예결특위로 예산을 넘긴 상임위는 법사위·국방위원회·정무위원회·복지위·교육위원회·농해수위·성평등가족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총 8곳인데 이미 이들이 증액한 예산만 9조 2613억 원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 대규모 예산을 다루는 상임위는 여전히 심사 중이어서 이들 예산이 예결특위에서 다뤄지는 과정에서 10조 원 이상의 증액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농해수위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며 정부안보다 2조 322억 원을 증액시켰는데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현금성 지원 사업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영향이 있었다. 당초 정부가 해당 사업에 1707억 원을 편성했는데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2배 늘어난 3410억 원으로 통과됐다. 복지위는 국민연금 가입자 중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예산을 정부안보다 729억 원 증액해 예결위로 넘겼다. 교육위는 3~5세 공통 교육·보육 과정인 누리과정 예산을 1789억 원 증액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관련 예산도 800억 원 늘렸다. 예산 심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며 국회는 올해도 예산안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을 넘기고 막판 ‘밀실 심사’ 관행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법정 시한이 임박해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를 통해 담판을 지어왔다. 예산소위 소위원회라는 뜻의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로 법적 근거가 없고 회의록이 남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
'D램 품귀'에 놀란 빅테크…최대 1년치까지 입도선매
산업 기업 2025.11.17 17:41:49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D램 품귀 현상이 심화하자 월·분기 단위로 체결되던 공급계약이 6개월 이상 물량을 확보하는 장기 계약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Big Tech)들은 벌써 2027년 D램 물량까지 확보하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입도선매’ 협상에 돌입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17일 “D램 시장이 장기 계약 우위 시장으로 전환했다”며 “2017년 슈퍼사이클 당시보다 더 강한 매수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D램의 시장 가격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범용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8기가비트(Gb)의 가격은 올 1분기까지 1.35달러에 그쳤지만 5월 2달러를 돌파한 뒤 8월 5달러, 10월 말에는 7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급등하는 D램 가격은 시장의 거래 관행까지 바꾸고 있다. 통상 반도체 D램은 매월 고정가로 공급하고 이후 시장가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월 단위 계약이 이뤄진다. 하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D램 수요가 폭증하자 최근 계약 단위는 분기를 넘어 반기 이상 공급을 기본으로 체결 방식이 조정되고 있다. 범용 D램 시장 공급계약도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입도선매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일부 빅테크들은 안정적인 D램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2027년 물량에 대한 공급계약 협의를 벌써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월·분기 단위로 이뤄지던 반도체 계약이 반기 단위로 갱신되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해 다시 가격을 밀어올리는 형국”이라며 “주요 테크 기업들이 내후년까지 D램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론직설] "우크라 재건사업 5240억달러…韓 기업들도 적극 참여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11.17 17:40:08우크라이나가 3년 9개월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면서 병행해온 자국 재건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건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여파로 미국 측 투자가 다소 위축됐지만 유럽·아시아 주요국을 중심으로 상호 협력의 활로를 열며 사업의 동력을 살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나스타샤 라디나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총규모가 최소 52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라디나 특사는 “우리는 자선을 요청하는 게 아니고 동맹·우방과 상호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복구할 계획”이라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투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고 (발주 사업 입찰·조달 과정 등의) 공정한 경쟁 장치와 투명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인 12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1억 1020만 유로 규모의 노르웨이 자금 무상 지원 약정을 따냈고 13일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총 7억 220만 유로 규모의 신규 투자 프로그램을 승인받았다. -이번 방한의 배경과 목적은. △한국 정부는 앞서 (대외협력기금을 통해) 21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을 약속했다. 이 같은 지원에 대한 우리의 감사의 뜻을 전하고 방위 기술 분야를 포함해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추가적인 파트너십 기회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번 특사단은 저를 비롯한 의회 의원들과 국방 및 시민사회 분야 등의 대표 인사들로 구성됐다. 방한 기간 중 국회의원, 학계 및 외교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가 추진하고 있는 재건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러시아는 거의 매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우리의 에너지 인프라, 공공 의료 인프라, 교육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전과 동시에 복구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작업은 동맹과 우방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한국도 21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 방침을 결정했는데 해당 자금은 특정 건설 사업에 투입될 것이다. 해당 사업은 우리와 한국 간 양자 협상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는 해외 정부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과도 전후 복구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우리는 복구 사업이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우리 의회는 복구 사업 관련 공공 기금의 투명성에 관한 정교한 법안들을 다수 채택했다. -한국에 추가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국방 및 방위 산업 협력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은 첨단 현대 전쟁 기술의 시험장이 됐다. 이번 전쟁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들이 경험했던 어떤 전쟁과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값싼 드론 무기가 대량생산돼 상대 측 고가 무기와 정밀 장비를 파괴 중이다. 이런 드론 전쟁 속에서 상대 드론을 교란하는 재밍(jamming) 기술과 이에 맞선 안티 재밍 등 전쟁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장비와 기술은 몇 달 만에 전장에서 구식이 돼버릴 지경이다. 민주주의 국가 진영이 제조한 무기와 장비 중 상당수는 이런 최신 전쟁 상황에서 테스트돼 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 우리는 러시아와 싸우며 쌓은 최신 전쟁 경험을 민주 진영의 동맹 및 우방국들에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으로 군사 장비를 생산하고 실전 현장에서 테스트할 준비를 갖췄다. 동맹과 우방들에도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이란·중국·북한이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실전에 맞게 테스트하고 있으며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의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인도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고 싶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납치하고 있는데 그 숫자가 2만 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점령지의 우크라이나 부모들에게 자녀를 여름 캠프에 보내도록 했다. 캠프로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러시아 고아원에서 이름이 바뀐 채 러시아 가정에 입양됐다. 우리는 납치 아동의 귀환을 위해 ‘브링키즈백(Bring Kids Back)’이라는 국제적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한국이 동참해준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다. -동맹·우방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사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쟁 중인 나라에 대해 재정 안정 및 개혁을 지원한 사례는 우크라이나가 최초다.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적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내 개혁을 단행해 IMF의 지원 프로그램을 받기 위한 평가를 여러 차례 통과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IMF의 기존 156억 달러 지원에 이어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 IMF와 신규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주요 7개국(G7)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융자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하는 융자 지원은 매우 합당한 사안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3년 10개월이 지났다. 전선의 교착상태에서 러시아가 대공세를 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전황은 어떤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24일 이후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63%를 수복했다. 우리는 동맹국과 우방들이 제공한 지원 덕분에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러시아는 침공 후 내내 ‘조만간 도네츠크 전역을 점령할 것’이라고 선전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며 우리의 민간인과 에너지 기반 시설 등을 상대로도 공격을 자행했다. 거의 매일 밤 이란제나 러시아제 드론을 한 번에 최대 수백 대씩 보내고 미사일을 쏴대며 비군사시설과 일반 시민들을 빈번하게 공격했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투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을 추진해왔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내정과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없는데도 우리 정부의 나토 회원국 가입 추진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쟁을 일으켰다. 2014년 크림반도의 우리 영토를 공격해 점령했을 때에는 나토 가입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앞세웠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온갖 명분은 핑계일 따름이고 실제로는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지우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문전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로 편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러시아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의무를 포기하더라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수십 가지 다른 구실을 만들어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나토 가입 이외의 다른 안전 보장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에 관한 협상 개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는데, 이후 진행 상황은.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확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EU 가입 후보국들의 기준 충족 여부와 (회원 승인의 부수 조건인) 국내 개혁 상황을 평가했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위한) 모든 주요 분야에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우리 정부는 EU가 일련의 협상을 본격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 내 일부 관료주의로 인해 아직 본격적 협상 절차가 개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미 EU 가입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광범위한 개혁 로드맵을 채택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돼 러시아군을 돕는 대가로 군사적 지원을 받고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핵 개발은 국제 안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생존에 관한 문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핵 프로그램은 억제되고 국제적이고 민주적인 감시 아래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무기를 포기했다. 러시아는 당시 우리나라가 포기한 핵무기의 일부를 넘겨받아 그것으로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가 이번 불법 전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불법적으로 핵 개발을 추진한) 북한·이란과 같은 나라들에도 잘못된 교훈을 줄 수 있다. 비핵보유국이 스스로 국가 운영 방향을 결정할 권리가 핵보유국의 위협으로 무너지고 국제법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정한 평화로 끝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he is… 1984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출생해 키이우국립경제대 법학부와 키이우타라스셰우첸코국립대 철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세법 전문가이자 유럽 평의회에서 부패 방지를 위한 우크라이나 대표단 위원직도 맡을 정도로 반부패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의회(베르호브나 라다)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2019년 9월 의회 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입법부의 일원이 됐다. 국가 반부패 정책위원회 위원도 겸직하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개혁 정책에 적극 관여해왔다. -
고대의료원, 현존 최고 사양 양성자치료기 도입한다
사회 사회일반 2025.11.17 16:41:28고려대의료원이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골자로 한 ‘입자치료 거점 구축’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7일 밝혔다. 환자 맞춤형 정밀도를 극대화한 첨단 입자치료 시대를 열고 난치암 정복이란 목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는 방침이다. 입자선은 일정 속도로 끌어올린 양성자나 중입자가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진다. 이를 가리켜 ‘브래그피크(bragg peak)’라고 한다. 입자 치료는 이러한 입자선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첨단 치료법이다. 입자선을 활용하면 두경부암, 폐암, 간암, 소아암 등 민감 부위에 발생한 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면서도 암세포 주변의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양성자는 수소 입자를, 중입자는 그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다는 게 두 방식의 차이점이다. 앞서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500억 원을 투입해 산하병원 중 한 곳에 양성자 치료기를 설치하겠다”며 "이르면 올해 말까지 설치 부지를 확정하고 실제 가동까지는 5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 두 곳이 양성자 치료를, 연세암병원이 국내 유일하게 중입자치료를 시행 중이다. 서울성모병원·계명대동산병원도 각각 2028·2029년을 목표로 양성자 기기 도입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수년간 내부 검토와 외부 전문가 자문, 해외 협력기관과의 논의를 거친 끝에 중입자가 아닌 최신 사양의 차세대 양성자 가속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고출력 사양의 경량가속기 발전으로 원활한 선량 전달은 물론, 입자 빔의 세기를 미세하게 조절해 종양의 깊이와 형태에 따른 초정밀 조준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양성자치료기술이 발전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치료·연구·산업이 융합된 입자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기존 산하병원 3곳 외에도 현재 추진 중인 동탄 제4병원 중 가장 적합한 곳에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의료원은 리즈인터내셔널·우미건설·미래에셋증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달 30일 마감된 ‘화성동탄2 종합병원 유치 패키지형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달 내로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고 순천향대의료원 컨소시엄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산하병원 간 유기적으로 연계된 진료체계를 기반으로 환자 중심의 정밀 암치료 시스템을 완성해 나가는 한편 △인공지능(AI) 기반 치료계획 시스템 개발 △암종별 치료 프로토콜 확립 △임상 데이터 기반 치료 알고리즘 고도화 등을 추진해 입자치료 기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입자치료 관련 임상 및 기초연구를 활성화해 치료기술 검증과 프로토콜 표준화를 주도하고, 국내외 연구기관 및 산업계와의 협력 생태계도 확대한다. 윤을식 의무부총장은 “입자치료 거점 구축은 고려대의료원이 지향하는 미래의학 혁신의 핵심 과제”라며 “양성자치료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정밀의료를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고대병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암 치료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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