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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일론 머스크가 한국서 창업했다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0.16 17:52:59“생쥐들을 화성에 보낸 뒤 새끼를 낳아 지구로 돌아오도록 하고 싶소.” 화성 유인 탐사를 모색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화성협회(The Mars Society)의 로버트 주브린 회장은 2001년에 서른 살의 벤처 사업가로부터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업가는 훗날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정보기술(IT) 기업 ‘짚2(Zip2)’와 ‘페이팔’을 창업한 뒤 지분 매각 등으로 수천 만 달러 이상을 손에 쥐었으나 안락한 삶보다는 우주 사업 도전을 택했다. 문제는 우주로켓을 한 번 쏘는 데만 최소 비용이 수천만 달러씩 든다는 점이었다. 머스크는 값싼 로켓을 구입하러 2001년 10월과 이듬해 2월 러시아를 방문했으나 가격 흥정에 실패했다. 두 번째 방러에서도 로켓을 구하지 못하자 머스크는 귀국 도중 일행에게 새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가 로켓을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X 창업의 시발탄이었다.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하고 유수 기업·기관의 인재들을 대거 등용했다. 기성 부품들로는 머스크가 요구하는 성능과 비용을 맞출 수 없었으므로 연구진은 로켓 몸체와 엔진, 주요 부속품 대부분을 직접 제작했다. 5년 동안 1억 달러를 들여야 개발할 수 있는 터보 펌프를 1년 내에 1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만들라는 지시도 있었다. 시험 발사를 위해 마셜제도 일대의 미사일 시험장, 에드워즈 공군기지 등을 오가는 강행군도 했다. 살인적인 개발 일정을 감내한 임직원들의 헌신 속에 스페이스X는 우주 산업의 새 역사를 썼다. 팰컨1호 로켓을 제작해 2008년 9월 28일 발사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재사용 가능한 우주로켓 팰컨9도 개발했다. 근래에는 한 번에 150톤의 화물과 사람을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스타십’을 만들어 이달 13일 시험비행 및 귀환을 성공시켰다. 머스크는 장기간 재정 손실을 감내했다. 2003년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창업해 동시에 경영했는데 두 기업 모두 상당 기간 적자를 낸 탓에 머스크는 2008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다행히 미 우주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대규모 펀딩 지원과 사업 발주 등을 통해 머스크는 숨통을 텄다. 기업공개(IPO)가 기대되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올해 6월 기준 2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머스크가 대한민국에서 창업했다면 어땠을까. 한국판 페이팔을 창업했더라도 지분을 팔아 우주 사업에 필요한 목돈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까다로운 인수합병(M&A) 규제와 척박한 자본시장 탓이다. 인재난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우주 분야 인력은 총 1만 125명(2022년 기준)인데 그중 석박사급 고급 인재 비율은 약 40%(4101명)에 불과하다. 나사 한 곳에서만 무려 1만 7000명이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인재 풀은 매우 좁다. 스페이스X처럼 연구진에 살인적 일정으로 기술 개발을 주문하는 것은 요즘 한국에서 쉽지 않다. 업종 및 업무 특성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 등 불합리한 노동 규제 탓이다. 경제성 있는 우주로켓 발사장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전남 고흥군에 나로우주센터가 있지만 공역(空域)이 좁은 데다 연료를 적게 써서 로켓의 지구 탈출 속도를 내기에는 위도가 높다. 제주도가 우주발사센터에 적합하지만 강성 시민단체와 일부 지역민 등이 반대하고 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간 기술·부품 협력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규제로 불가능했을 일이다. 머스크의 경우처럼 기업이 장기간 적자를 감내하고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국내에서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영진은 주주들의 줄소송 우려 때문에 적자를 감내하며 고위험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야당과 절충해 상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은 국가 간 제도적 차이가 경제 발전의 차이를 가져왔음을 규명해냈다. 여야정은 머스크처럼 우리 기업인들이 혁신적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 정비 및 자본시장 선진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
[기자의 눈] 백악관에서 사라진 틱톡스타
사회 피플 2023.03.13 15:02:34“틱톡과 바이든, 이상한 조합(an odd couple).” 워싱턴포스트(WP)는 초고령 미국 대통령과 대표적인 MZ 플랫폼의 만남을 놓고 이렇게 평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래 이 ‘이상한’ 조합을 꾸준히 밀어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할 때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가짜 뉴스를 정정할 때도,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백악관은 매번 유명 틱톡커들을 불러들였다. 노령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1억 명이 넘는 미국인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바이든 정부는 데이터 보안 문제에 슬쩍 눈을 감고는 했다. 앞으로는 이 조합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은 몇 달 전부터다. 지난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며 ‘틱톡 퇴출론’이 재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 정부 공식 계정이 줄줄이 삭제되고 의회에서는 틱톡 전면 금지법이 발의됐다. 게다가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미국이 발칵 뒤집히며 정보 유출에 대한 초당적 경각심이 형성됐다. 결국 백악관은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 30일 내로 틱톡을 지우라는 지침을 내렸다. 더는 틱톡으로 민심을 끌 수 없음을 깨닫자 ‘손절’에 나선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도 정부 기관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며 압박에 동참했다. 틱톡은 규제 고삐가 조여지는 내내 무고함을 주장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앞으로 수집 정보 수준을 여타 플랫폼과 비슷하게 맞추든, 이용자 정보를 해외 업체에 맡기든 서방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유독 틱톡을 놓고 안보 위협론이 불붙은 이유는 간단하다. 틱톡은 중국 공산당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에 국적은 없다지만 알리바바를 비롯해 정부에 불응한 중국계 기업이 철퇴를 맞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시장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권위주의가 언제든 틱톡을 덮칠 수 있음을 아는 한, 더 이상의 러브콜은 없을 것이다.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CEO)의 미 하원 청문회 출석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중국 정부와의 유착 의혹을 깔끔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퇴출은 자명한 수순일 테다. 그의 대답이 과연 워싱턴 정가의 마음을 돌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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