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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 못하는 공익신고제] 제보자 신상 노출땐 왕따 피해 ...재취업·특채 실질적 지원책을

<하>보복 시달리는 제보자

진영 논리로 제보 동기까지 왜곡

직장서도 인사 불이익 당하기 일쑤

배신자 낙인 찍는 분위기 바꾸고

정상 사회생활·생계보장책 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1년 뒤인 지난 2012년 사학재단 동구학원의 비리를 고발했던 동구마케팅고 교사 안종훈(49)씨. 그 후로 8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이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씨가 제보자라는 사실이 노출됐고 그를 향한 학교 측의 보복이 계속된 탓이다. 학교 측은 안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파면과 해임,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고 주변 동료 교사들에게는 ‘가까이 지내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해 안씨를 왕따 시켰다. 그는 다시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서울시교육청에 파견돼 근무 중이다.

안씨의 사례처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현행 제도하에서는 그 어떤 공익신고자라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공익신고 이후 제보자 신원이 노출돼 신상이 털리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조직 내 배신자로 낙인찍혀 또 다른 피해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재취업 기회 마련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함께 공익신고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을 무릅쓰고 부조리를 고발한 제보자의 신원을 지켜주는 건 공익신고자 보호의 출발점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제보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하고 그 밖의 보호조치를 실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씨의 경우처럼 신고 처리 과정에서 제보자 신원이 드러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박헌영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는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경우 대개 조사기관들은 실수라고 말하는데 정작 그 실수로 제보자가 받는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사기관의 부주의로 신원이 노출된 제보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신상털기를 통한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당직사병 현모씨도 인터넷 공간에서 신상이 털리며 욕설과 모욕적 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1992년 육군 중위 복무 당시 14대 총선의 군 부재자투표 부정행위를 처음 폭로했던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당직사병의 증언을 둘러싸고 동기를 의심하거나 본인의 편의와 정치적 진영논리에 따라 해석이 왜곡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현행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파면·해임 등 신분상의 불이익조치 금지, 부당한 인사 조치 금지, 직무 미부여 및 임금차별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되면 조직 내에 계속 머무는 것 자체가 신고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다. 안씨는 “신고자 신분이 드러난 조직 안에서 계속 살아가라는 것은 진정한 보호조치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재취업이나 특별채용 기회 부여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통해 공익신고자들의 정상적 사회생활과 생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양천고 사학비리를 폭로했다가 해직된 교사 김형태씨는 서울시교육청 자체의 조례에 따라 2017년 공립학교에 특별채용돼 교단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지문 이사장은 “공익신고자가 원할 경우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공익신고자를 위한 기금 마련방안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공익신고자를 배신자로 낙인찍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중요하다. 법적 보호장치는 임시방편일 뿐 결국 사회가 공익신고자를 보듬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씨는 “공익신고자를 배척하지 않고 누구나 부패와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보다 깨끗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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