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으로 돌아온 이병률 작가

여행은 사람에 가까워지는 여정

옆에 있는 사람의 가치 알면 내가 얼만큼의 누군지 알아

여행은 '사랑의 유학'일수도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 속에서)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병률 (사진)작가가 '내 옆에 있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전 세계 100여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낸 여행산문집 해외편이었다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국내 8도를 돌아다닌 이야기를 담은 국내편으로 볼 수 있다.

말이 통하는 국내에서 여행을 하며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사람을 보고 조금 더 깊이 사람을 생각한 이병률 작가를 지난 10일 이 작가의 모교인 경동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지난 2005년 '끌림', 2012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이어 3번째 여행산문집을 낸 이유가 궁금했다.

"여행에는 못 다한 이야기가 있죠. 여행에 갇혀 있는 이야기보다 좀 더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한 폭넓은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야기다. 이 작가는 27살 때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난 이후 지난 20여년간 인생의 절반을 여행에 할애한 '여행꾼'이다. 그가 여행에 천착하는 이유는 여행이 사람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바람이 통하지 않는 이런 느낌으로는. 우리는 사람의 가치도 모르지만, 사물의 풍경도 찍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디를 가면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려고 한다."

"그간 여행산문집을 내고 또 다시 여행을 하는 사이에도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여행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 건조하고 경직된 관계 속에 온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맞기도 하는 그런 것. 사람에 가까워지는 여정이다.



책 제목을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작가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고 살죠. 세월이 나라는 사람이란 존재에 내려앉으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람이라면 결코 떠날 수 없는 주제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사랑에 설레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했던 작가 본인의 이야기는 물론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여자친구에게 짐이 될까 홀연히 떠난 마사지사 이야기까지.

여행과 사랑.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이 작가는 여행과 사랑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하게 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군인지 보인다는 점. 한 번 빠지면 중독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도 닮았다.

이 작가는 말한다.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십대에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삽십대에는 자주 허물어 질 것"이라고.

그러나 사랑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런 방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다만 여행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위안은 된다. "여행은 보다 큰 세계를 접하는 것"이라며 "여행을 하면 좀 더 용기가 생기고 책임지려고 하는 마음도 생길 수 있다. 여행은 사랑의 유학일 수 있어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는 비법을 물었다. 그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미친 척 하고 말을 걸어라. 그러면 여행에 행운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산문집을 냈지만, 여전히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추가로 여행산문집을 낼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다.

이 작가는 내년 가을께 시집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올 계획이다.

사진=송은석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