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자구노력이 흑자전환의 이유 중 하나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전KPS·한전기술 등 출자회사 지분과 부동산 매각에 나서 2,200억원의 매각이익을 거뒀다. 임직원들이 임금인상분과 성과급 일부를 반납해 85억원을 마련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공기업 개혁의지에 밀려 마지못해 나섰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만큼은 인정해줄 만하다. '진작에 이랬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뒷맛이 썩 개운하지는 않다. 회사 측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9% 넘게 올린 전기요금이 수지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했다. 흑자의 이면에는 국민부담 증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의미다. 전력의 원가 회수율이 지난해 1월 92.5%에서 지금은 90% 중후반대까지 올라온 상태에서 또 요금인상 카드를 꺼낸다면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90%를 넘으면 흑자라는 불만도 나오는 실정이니 더욱 그렇다. 흑자달성의 일등공신인 유가안정과 환율하락도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변수다.
한전 흑자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으려면 더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유가나 환율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을 다시 검토하고 원가절감형 발전기술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 주머니를 뒤져 수익을 올렸다는 소리를 더는 듣지 말아야 한다. 행여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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