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시가 뜬금없는 꺾기 기술을 정책에 적용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시는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계획을 확정해 추진해온 호남고속철 시발역 '수서역'을 '삼성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
서울시의 입장은 이렇다. 현재 별도로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과 수서발 고속철도(KTX) 사업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수서역에 GTX와 KTX의 통합 역사를 건설하고 삼성역 지하에도 KTX역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공 담당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사업 지연과 공사비 증가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의 요구대로 삼성역을 연장할 경우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3호선이나 분당선보다 더 지하로 내려가 건설돼야 하므로 사업비가 추가로 소요되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단 측 설명이다. 사업 기간도 당초 개통 목표인 오는 2015년을 넘길 것이란 주장이다.
무엇보다 서울시 요구가 당혹스러운 것은 그동안 시와 강남구청이 교통 혼잡이 유발된다며 KTX 삼성역 출발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토해양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도 시와 강남구청은 삼성역 출발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가 최근 갑자기 삼성역에 역사를 건립하자고 요구해온 것이다.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이미 부처 간 정책 합의를 이룬 사업을 면밀한 검토 없이 갑자기 뒤집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전임 시장 때 결정된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한강 르네상스와 뉴타운 사업 등을 정리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주택 경기 침체기인 지금 정책 방향성에 찬성하는 사람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상황이 다르다. 서울시는 뜬금없는 꺾기도를 펼치기 전에 무엇이 시민들을 위한 길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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