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최경주(42ㆍSK텔레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2시즌 개막전을 '톱5'로 장식하며 힘차게 발진했다. 또 다른 40대 스티브 스트리커(45ㆍ미국)는 우승을 차지했다.
최경주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의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 코스(파73ㆍ7,411야드)에서 열린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 4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쓸어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8언더파 65타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공동 12위였던 순위를 공동 5위까지 끌어올렸다.
◇'탱크', 출발이 좋다="1, 2라운드가 아쉽지만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샷이나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퍼트만 따라주면 스코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회를 마친 뒤 국내 방송사와 인터뷰를 가진 최경주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3년여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건재를 확인한 그는 기세를 이어가며 새 시즌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이날 적어낸 8언더파 65타는 27명 출전 선수 중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함께 가장 좋은 성적. 지난해 투어 대회 우승자들만 모인 경기인 만큼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탱크의 뚝심이 빛났다. 1, 2라운드에서 3타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3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치며 샷 감각을 끌어올린 최경주는 이날 전반에만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돌진했다. 후반에는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냈다. 11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를 낚은 그는 15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퍼트로 가볍게 마무리해 다시 1타를 줄였다. 17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 5위 상금 24만5,000달러를 챙겼다.
"(시즌 첫 2개 대회가 열리는) 하와이에서 출발이 좋았을 때 그해 성적이 좋았다"는 최경주는 "이번주 소니오픈을 앞두고 지난주 코스를 돌아봤더니 예전의 좋은 기억(2008년 우승)이 남아 있었다. 그린 정복이 중요한데 리듬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트리커, 베테랑의 힘=관록과 패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우승 다툼에서 베테랑 스트리커가 웃었다. 이날 4언더파 69타 등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한 스트리커(합계 23언더파)는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를 3타 차이로 제치고 개막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우승상금은 112만달러.
스트리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듯하다. 투어 통산 12승째를 거둔 스트리커는 이 가운데 9승을 40세 이후에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6번과 7번 경추 사이에 이상이 생겨 왼팔에 힘을 쓸 수 없는 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수술을 늦추고 물리치료와 염증을 줄여주는 코르티손 주사를 선택한 그는 "대회가 열리기 전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며 기뻐했다. 드라이버 샷 거리는 27명 중 15위(268.3야드)에 그쳤지만 정교한 그린 주변 쇼트게임과 퍼트(평균 28.5개ㆍ1위) 등은 거리 열세를 이겨내고도 남았다. 세계랭킹도 6위에서 5위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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