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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한민국 '금융 5적'

김영기 금융부장


세월호의 아픔에 가려 뉴스 중심에서 살짝 비켜나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바로 '금융'이었다.

개인정보 유출의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최대 금융회사라는 국민은행과 우리·하나·씨티은행에서 지저분한 사고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졌다. 국내도 모자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비자금 사건이 터졌다. 두더지게임이다.

BS금융 회장의 낙마 파문이 엊그제인데 하나은행장의 진퇴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아래에서는 사건과 사고, 위에서는 지배구조의 흠결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에 조종을 울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나온다.

내로라하는 관료들이 금융의 선진화를 외치고 전직 대통령은 동북아 금융 허브라는 거창한 구호까지 내걸었는데 왜 우리 금융산업은 이처럼 초라한 몰골로 남아 있는 것일까. 삼성마저도 '일류 금융사'를 만들지 못하는 불편한 현실, 도대체 왜 이럴까.

속칭 전문가들이 수많은 원인을 얘기하지만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다. 그들 역시 원인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을 송두리째 흔드는 '수십년 적폐'의 핵심, 그것은 바로 우리 금융산업의 다섯 가지 적(敵)에 농축돼 있다.

첫 번째는 '정치 금융'이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가해지는 와중에 중진 정치인의 측근이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것은 촌극을 넘어 국민과 우리 금융산업을 무시한 처사다.



어쩌면 우리 금융산업의 현실에서 정치금융은 태생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주인 없는 기업'을 차지하려는 것은 당연한 욕구다. 수년 전에서야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금융사의 빈자리를 탐내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지만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십년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호가호위하던 '그 맛'을 권력자들이 이제야 알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기업의 비극이 이럴진데 우리는 아직도 '출구 없는 금산 분리의 논쟁'을 하염없이 이어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두 번째 적은 흔한 단어지만 '나쁜 관치'다. 사실 관치는 그리 나쁜 단어가 아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관은 시장을 치(治)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래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관료들이 시장을 모르는데도 칼을 너무 함부로 휘두른다는 것이다. 녹슨 칼이 규제로 탄생하니 금융회사들은 힘들어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시장과 교감하지 않는 다스림은 나쁜 관치도 아니고 '썩은 관치'요, 해악이다. 지금의 관료들은 이를 모른다. '나쁜 관료'다.

세 번째 적은 '황제 금융'이다. 금융인들은 관료들만 탓할 것이 아니다. 정작 더 나쁜 사람들은 자신이 주인이라 착각하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대주주도 아닌데 수십년 인사의 전권을 휘두르고 이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진즉 물러났는데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CEO들이야말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덩어리다. 새 살이 돋도록 하지는 못할망정 '그림자 통치'를 즐기는 이들에게 금융산업이 휘둘리고 있으니 무슨 경쟁력이 생기겠는가.

네 번째 적은 바로 '순혈 금융'이다. 학맥과 지연도 모자라 한 금융사 안에 2개, 3개의 채널이 존재한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우리 사회에 '패거리 문화'가 유독 심하고 외환 위기 이후 인수합병(M&A)을 많이 한 탓이라고 하지만 속을 보면 이를 악용하는 '정치 은행원'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정치인이나 관료 이상으로 '나쁜 은행원'이다.

마지막은 '포퓰리즘 금융'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수요와 공급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따라 정책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에 맞춰 제도의 일관성이 갖춰진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다. 인기 영합적 정책과 법규를 벗어난 떼쓰기가 독버섯이 돼 기생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독이 퍼지기 딱 안성맞춤이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삼성전자처럼 이익을 낸다면 아마 사회 곳곳에서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내리라고 아우성칠 것"이라는 한 금융지주사 회장의 푸념 섞인 말을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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