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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

관광3.0 적극 추진… '산업관광' 고품격 상품으로 키울 것



국내 우수기업 견학·연수 활용한 관광사업으로 국가이미지 제고

'학교 앞 호텔 금지' 등 서비스업에 대한 제도·인식 괴리 메워야

내년 외래관광객 1500만명 시대… 면세점 등 자체 경쟁력도 강화


한국 관광 시장에 오는 2015년은 위기의 해다. 글자 그대로 '위기(危機)', 즉 기회(機)와 위험(危)이 함께하는 해가 될 듯하다. 기회는 많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외래방문객 1,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상호 방문의 해'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관광 분야에도 많은 행사가 예고돼 있다. 또 '관광주간' 안착 등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킬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위기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이웃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들을 쓸어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제성장 둔화와 반부패 분위기로 해외관광 확대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한류가 주춤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관광경쟁력을 강화하고 또 고품격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변추석(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4월 취임과 함께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셈이다. 관광산업의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 사장이 '관광3.0'이라는 어젠다를 내놓은 이유다. 그는 "관광산업이 다른 산업과 융복합하는 '관광3.0'을 통해 새로운 관광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종합산업으로서의 관광이 그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내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관광'이 대표적이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 외래관광객 2,000만명 유치목표를 가지고 있는 변 사장을 10일 서울 중구 다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8개월째인 그가 연말 관광공사의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서울 집무실에서 하는 마지막 인터뷰인 셈이다.

"산업관광…고품격 관광상품으로 승부"

하나의 국가가 관광산업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광상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다. 한국 관광산업이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한류·쇼핑 위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변 사장은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상품이 필요하다"며 "내년 중점상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산업관광"이라고 말했다.

국내 우수기업의 견학·연수·체험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이 중점대상이지만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기업인 및 일반인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 사장은 "올 초 중국 청두지사가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와 제휴해 중국 기업인들을 삼성으로 초청하는 상품을 개발했는데 의외로 평이 좋았다"며 "이를 정식 상품으로 개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산업관광'이라는 형태다.

이는 기존 한류 위주의 관광상품과는 차별화되는,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미 개도국 간에 한국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모범 사례로 통한다. 이들에게 우리의 성공 경험을 알려주는데 이것이 단순한 산업 시찰이 아닌 다른 관광상품과의 연계를 통한 '신상품'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효과는 여러 가지다. 첫째, 고가의 관광상품이 가능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친한파로 만들며 또 저개발국에 대한 개발원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한 관련 정부기관과 기업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산업의 이미지를 높일 고품격 융복합 관광상품은 '산업관광'뿐만 아니다. 의료관광, 마이스(MICE), 크루즈여행 등도 관광공사가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이다. 특히 의료관광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와 한류를 접목한 '한국 의료관광대전'을 올 들어 잇따라 열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5월 러시아 모스크바,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이어 19~20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변 사장은 "한국만의 경쟁력인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한국 의료의 독특한 차별성을 부각하는 방법으로 의료관광을 세계에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내년 외래관광객 1,500만명 넘을 듯

글로벌 관광 시장의 핵심지표로 사용되는 외래관광객 유치는 여전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 증가한 1,200만명. 당초 관광공사가 세웠던 올해 목표인 1,300만명은 11월 중에 달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지난해 대비 40% 정도 늘어나 6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대만·홍콩 등도 두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여 중화권 전체로는 700만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방한 외래객은 1,4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은 사상 처음으로 외래관광객 1,5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매년 급증세를 보이던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52.5%에 달했던 연간 증가율이 올해는 39%로 줄어들었다. 일본 관광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다. 반면 이웃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국제 관광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K팝·드라마 위주의 한류가 주춤한 것도 불안하다. 새로운 관광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변 사장은 "내년은 한중 상호 방문의 해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등 관광이라는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해"라며 "이에 맞춘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한·러 상호 방문의 해'로 삼고 무비자입국 제도 시행과 다양한 관광상품 제시가 러시아인 관광객 유치에 기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들어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25%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5.2%)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제도와 인식의 괴리 메워야

국내 관광산업에 대해 변 사장이 우려하는 것은 산업으로서의 관광과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 사이의 괴리다. 그는 "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총론에는 국회의원을 비롯,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생각이 제각각"이라며 "'학교 앞 호텔'을 금지한 관광진흥법 등 법률과 규제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관광진흥법 등은 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하고 학교 근처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호텔은 '숙식통(宿食通, 숙박·음식·교통)'이라는 관광산업 3대 요소의 첫째 위치를 차지한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유해시설로 보는 것은 '관광은 비생산적'이라는 관광에 대한 사회 기저의 부당한 편견에 따른 것이다.

여행사 등 관광기업에서 하나의 상품을 만들 때 수많은 규제가 걸리는 것도 문제다. "국가의 산업진흥책이 제조업 위주로 설정되다 보니 서비스업, 특히 관광이라는 산업의 특성이 무시되곤 한다"며 "상품 개발에는 여러 부처와 기관의 이해관계가 걸리고 이를 조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광공사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관광산업의 특성과 이의 발전 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유도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관광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주는 데 각계 리더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광공사 자체의 경쟁력 강화"

내년은 국내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 자체로서도 중요한 해다. 관광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사안이 걸려 있다. 우선 면세점 사업이 기로에 섰다. 인천공항·인천항·부산항 등에서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3개 면세점의 기한이 내년 2월에 만료되고 재입찰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공사라는 공기업의 특수성은 무시되고 다른 일반기업과 같이 취급되는 것이다.



변 사장은 "관광공사는 1962년 면세점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금 전액을 관광진흥에 사용하는 등 공익적 기능을 맡아왔다"며 "국산품과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국내 호텔등급 심사를 책임지게 된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심사의 공평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호텔등급 심사업무를 기존의 민간협회에서 떼어내 관광공사에 맡겼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추진 중인 한국형 비즈니스호텔 체인 브랜드 '베니키아'를 더욱 활성화해 자율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것도 내년 중점사항이다.

이와 함께 관광공사는 내년부터 강원도 원주 시대를 시작한다. 공기업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원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12월26일 1차 이전을 시작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이전을 완료한다. 서울 다동 본사 건물은 'K스타일'이라는 한류 홍보관으로 꾸미는 것을 준비 중이다. 변 사장은 "관광공사 다동 사옥이 보유하고 있는 입지적·상징적 요소를 고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대담=이병관 문화레저부장 yhlee@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56년 경남 마산 △용마고, 중앙대 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1982년 LG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996년 미국 프랫인스티튜트대학원(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 △2000년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부교수 △2007년 한국관광공사 브랜드광고 자문위원 △2010년 국민대 조형대학장 및 디자인대학원장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 △2013년 제18대 대통령당선인비서실 홍보팀장 △2014년 4월~ 한국관광공사 사장



의료·스포츠산업까지 관광과 어우러져 새 시장 창출

■ 변사장이 말하는 '관광3.0'은

최수문 기자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취임 후 관광공사에 대한 첫인상은 '기본기가 강한 기업이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였다"며 "이는 관광공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취임 초기 변화·소통·상생이라는 경영방침과 더불어 '관광3.0'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어떤 비전에 숫자를 붙이는 경우가 늘었다. 개념적으로는 관광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숫자가 바뀌면서 관광이 이제는 관광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변 사장은 "이제까지 관광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보고 먹고 체험하는 영역에 머물렀다"며 "하지만 이미 시장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3.0'은 쉽게 말해서 관광산업과 타 산업의 융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새로운 관광영역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보고 먹고 체험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1.0)'이다. 다음 단계로 제시된 '관광2.0' 시대에는 관광과 역사, 문화, 국제회의, 단체 인센티브 등과의 연계를 모색했다.

새로운 '관광3.0' 시대에서 관광산업은 모든 산업을 포괄할 수 있다. 의료도 관광이 될 수 있고 스포츠도 가능하다. 변 사장이 내년에 중점사업으로 삼는 '산업관광'은 우리나라 모든 기업 자체를 관광의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변 사장은 "과거 관광2.0 시대에는 관광과 다른 분야가 단순히 섞여 있는 물리적 결합이었다면 이제는 화학적으로 용해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국내 산업 가운데 '관광'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며 "더 나아가 관광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전반적인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도 관광산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새로운 한국 관광 브랜드로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를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관광객이 단순히 정보를 받아 소비하는 시대는 사라졌고 이제는 스스로 관광정보를 생산하고 함께 소통·공유하며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창출해낸다는 개념이다. 변 사장은 "이런 트렌드가 원활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역할을 관광공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미 시작을 했다. 의료관광상품 유통을 위해 의료관광 온라인 플랫폼 'VISIT메디컬코리아'를 최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의료기관과 관광 중개에 나섰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국내 의료기관들이 사이트를 개설하고 또 소비자들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의료관광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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