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무엇을 논의할까=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주제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월 개최된 후 6개월이 넘도록 추가 개최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산 상봉 대상자들이 대부분 여든을 넘긴 고령임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도 많지 않은 편이다. 이외에도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북측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이를 설명하고 북측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시간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북한의 관심사는 우리와 다르다. 김정은 정권 공고화를 위해 경제성장이 절실한 북한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관련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24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서 양측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측이 2월 진행된 1차 고위급 회담 후 '통큰 양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산 상봉행사 개최에 동의한 만큼 북측의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북측 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한 체류비용 문제는 우리 측이 먼저 회담을 제안한 만큼 북측의 요구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북한이 우리의 요구대로 다음주 고위급 회담 개최에 호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북한은 다음주부터 진행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해 훈련 취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 2월에도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합의한 후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후 돌아가는 날짜가 18일이므로 19일을 택해 북측에 제안한 것"이라며 "UFG 때문에 일정을 미룰 경우 너무 늦춰지기 때문에 이날을 회담 날짜로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광복절 경축사 위한 디딤돌 역할하나=이번 고위급 회담 제안과 대북 지원안이 광복절을 나흘 앞두고 나온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고심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본격 나설 방침이었지만 최근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북측이 우리 측의 손을 뿌리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전날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냉랭한 모습을 연출하는 등 관계개선의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이 광복절이었지만 올해는 3월 이후 남북경색 국면이 계속되고 있어 섣부른 제안시 북측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고위급 회담과 대북 지원안 발표 분위기가 광복절 경축사로까지 이어질 경우 경축사에서 나올 대북 제안의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드레스덴 제안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거론하며 '통일대박론'에 다시금 불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에게 드레스덴 선언을 설명하고 관련 지지를 이끌어낸 상황임을 감안하면 보다 강한 대북 제안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기간 중 나오는 경축사라는 점에서 북측도 우리 측 제안을 섣불리 무시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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