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글로벌 경기둔화에다 대기업들의 IT 부문 투자감소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경기가 꺾이더라도 IT 부문 투자는 아끼지 않던 대기업들이 관련예산 삭감에 나서고 있다. 시장정보 업체인 IDC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250여개 대기업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들은 지난 2009년 이래 처음으로 IT 부문 투자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IDC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민턴은 "CIO들 사이에서 경기둔화에 따른 비용절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IT가 생산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IT 투자를 지속해왔으나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화하고 이 여파로 중국까지 흔들리자 이마저 보류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주 개막한 어닝(실적) 시즌에 맞춰 줄줄이 예정된 IT 기업들의 올 2ㆍ4분기 실적발표나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로이터는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사흘 연속 발표될 미국의 대표 IT 기업인 인텔ㆍIBMㆍ마이크로소프트(MS)의 2ㆍ4분기 실적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새로운 운영체계인 윈도8과 새 태블릿PC 출시를 앞둔 MS는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부정적 예상보다도 0.7%나 더 낮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우려가 확산되자 인텔 주가가 7월 들어서만도 12% 하락하는 등 이들 세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상황은 아시아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최고인 59억달러를 기록했음에도 현재 주가는 5월에 비해 20%나 빠졌다. 세계경제 침체가 반도체 수출을 막고 유럽으로 향하는 TV 등 가전제품 수출 또한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세계 2위 PC 제조업체인 중국 레노보의 주가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으며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주가 또한 한국 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는 다만 애플의 2ㆍ4분기 영업이익만은 지난 분기보다 4%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테크스트래티지스트 편집장인 프레드 히키는 "기업들이나 주식시장은 올 하반기에 다가올 경기둔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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