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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7월 15일] 국민銀 노조 성숙해져라

"국민은행은 일도 잘하고 '맨파워'도 강한 좋은 은행이었습니다." 최근 기자와 식사를 하던 정부 고위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민은행 이야기를 꺼냈다. 국민은행이 국책은행이던 때를 떠올려보면 산업ㆍ기업ㆍ주택은행보다 나았는데 지금은 생산성은 바닥이고 정치권에 휘둘리는 곳이 됐다는 말이었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경영진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데는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국내 최고의 '리딩뱅크'가 몇 년 만에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은행 노조의 지나친 밥그릇 챙기기와 노조와 결탁해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었던 최고경영자(CEO)의 포퓰리즘이 은행을 좀먹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전직 임원은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노조와 경영진이 서로 편의를 봐주면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됐다"며 "노조가 인사권을 요구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는 것을 경영진이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부 지침을 어겨가며 성과급 나눠먹기에 열중했던 지난해 말의 모습은 국민은행 노조의 모럴해저드가 어느 선까지 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면이다. 어윤대 회장이 취임한 지난 13일 국민은행 노조는 서울지방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한 무가지에 '어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는 광고까지 냈다. 배경이 든든한 외부인사에 대한 반감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의 그간 행태를 종합해보면 '반 어윤대 시위'라기보다 계산이 깔려 있는 '기세 싸움'으로 읽힌다. 노조의 힘은 무엇보다도 '건강한 윤리'여야 한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늘날 국민은행의 위상 하락에 대해 경영진과 함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은행은 지금 비상상황이다. 1인당 생산성은 경쟁은행의 절반이고 임금과 직원 수는 최고 수준이다. KB의 비용수익비율은 지난 2005년 42%에서 2009년 54%로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은행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경영쇄신 작업을 펼쳐도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가롭게 밥그릇 타령을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조직이 무너진 뒤에는 요구할 권리도 없다. 국민은행 노조도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은행이 살아야 직원도 살고 노조도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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