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소기업의 위기 진단은 충분합니다. 더 늦기 전에 글로벌화를 위한 해법을 실현해야 합니다." 지난 2001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 기업을 자문해온 시몽 뷔로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한국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뷔로 회장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 세계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드물다"며 "정부와 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문제점 파악에 지나치게 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한국의 전체 수출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한국 100대 수출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 규모의 80%에 달하는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가 그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뷔로 회장은 "대기업 중심의 수출전략은 위험성이 크다"며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늘릴 수 있다면 한국의 국가 위기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대기업 정책을 줄이고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소수의 대기업에 한국의 수출이 집중된다면 전방에서 장군들(재벌)이 돌격하는 데 그 뒤를 따르는 보병들(중소기업)이 거의 없는 전투와 같은 형국"이라며 보병들을 키우기 위한 글로벌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뷔로 회장은 중소기업 스스로의 변화도 주문했다. 그는 "캐나다와 한국의 정부는 큰 차이가 없다"며 "그동안 중소기업 리더들은 우수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글로벌시장 진출에 필요한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중견ㆍ중소기업을 위한 교육이 대부분 기초ㆍ개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위한 특화된 교육을 개발해 인재들을 꾸준하게 길러내야 한다"면서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인재 육성과 교육을 강조했다. 컨설팅회사인 벡티스를 운영하는 뷔로 회장은 중견기업에 자문해주면서 한국 중소기업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아낸'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 세트(청림출판 펴냄)'를 통해 그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포인트를 여덟 가지로 압축해 정리했다. 그는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던 한국의 한 USB 전문기업이 대만으로 진출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등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한국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싶어 책을 썼다"며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큰돈을 벌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에 조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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