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가 회자되더니 국정감사에서 방산 문제가 불거지자 '군피아'가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돼가고 있다. 그러나 군피아와 관피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 관료 출신이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로 들어가는 것을 관피아라고 한다. 그러나 사기업인 방위산업체가 무기체계나 군 장비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해 군 출신을 채용하는 것을 군피아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방산업체에 군인이 취업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결함=군피아' 몰아붙이기는 곤란
국내에서 개발한 무기나 장비를 야전에서 쓰다 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 짧은 기간에 개발하다 보니 충분한 시험평가를 거치지 못한 측면이 많다. 이럴 경우 운영 중 발견된 문제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불량품을 사용한다거나 원가를 부풀려 개발함으로써 문제가 생겼다면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보자. 도요타는 태평양 건너 미국 고객이 사소한 제품결함에 대한 클레임을 제기하더라도 그 즉시 설계·품질·생산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편성해 현지에 급파한다.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소상히 파악하고 즉시 개선작업에 착수해 문제의 반복발생을 근원적으로 방지한다. 그래서 그들은 소위 '결함은 보물'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운영 도중 발생하는 결함은 보물이라 생각하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결함이나 비리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소지가 있다. 도요타 방식으로 철저히 확인한 뒤 결함이면 시정하고 비리면 엄벌하면 된다. 방산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군 출신의 방산업체 취업 자체를 금지하거나 방사청을 없앤다거나 완전 문민화해야 한다는 식의 단편적 접근을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만 잉태할 수도 있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과 비교하면 군인들의 취업 문제는 심각하다. 요즘 군대는 진급도 어렵고 계급 정년으로 한창 일할 시기에 전역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軍 전문가 활용 방산한류 힘써야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군인의 사기도 고려해 선동적이고 일과성인 언동보다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방산수출이 급증하면서 방위산업이 국가경제의 효자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3년에 총 34억달러를 수출했고 1년 사이 10억달러나 급증했다. 향후 2~3년에 약 100억달러 규모의 미 공군 훈련기사업(T-X) 시장이 열린다. 최근 방사청에서는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국가 군 고위간부들을 초청해 우리 방산업체를 소개하고 직접 방문하게 하는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수출전망이 밝다. 이처럼 글로벌 방산시장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고 있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방산비리' '군피아'라고 과장되게 표현된 일부 역기능 때문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필자는 요즘 '방산한류'의 전도사 역할에 열중하고 있다. '방산한류'란 한류열풍에 편승해 방산수출을 늘리자는 것이며 수출할 때도 단순히 무기나 장비만이 아니라 교육·훈련, 정비·후속군수지원 등 구매국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패키지를 수출하자는 것이다. 현지 지원인력이 필요하면 군 출신 전문가들을 활용함으로써 취업효과도 거둘 수 있다. 즉 방산수출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순기능이 무한한 방위산업을 더욱 활성화해 그러지 않아도 어려워지고 있는 제조업 수출 환경에서 효자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다 같이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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