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가속화하는 엔저… 배경·전망은

아베 발언 효과로 당분간 약세 가능성<br>신흥국 수출 타격… 新환율전쟁 우려<br>도요타·닛산 등 수출기업<br>주가 급등·실적호전 기대


불과 열흘 전까지도 달러당 70엔대의 초강세를 보이던 일본 엔화 가치가 단숨에 82엔대로 진입하며 가파른 약세 행진을 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2.52엔을 기록해 불과 한주 전과 비교해 2.8% 이상 낙폭을 보인 데 이어 22일 도쿄시장에서도 달러당 82엔대의 약세를 이어갔다.

이번 엔저 추세의 도화선이 된 것은 16일 일본의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무제한 양적완화' 발언이다. 아베 총재는 이날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중의원 해산 방침을 발표한 직후 "정권을 잡으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 엔화 가치를 단숨에 끌어내렸다. 이후 시장에서는 다음달 총선에서 정권을 장악하게 될 자민당이 일본은행을 압박해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엔화가 연일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도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새로운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한국 등 신흥국의 수출경쟁력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지금의 엔저 움직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이번에야말로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엔고가 외환시장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잡은 이래 엔화 가치는 수시로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이번 엔저 기조에도 투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과 같은 약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뉴욕 소재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의 후지타 요시쓰구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가 과도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머지않아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금융완화가 자민당 선거 공약에까지 명시된 만큼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 마넥스증권의 무라카미 나오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완화 전망 등 국내 요인만으로도 달러당 84~85엔까지는 엔저가 진전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일본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가중되면서 엔화 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오는 2013년 말 엔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90엔으로 제시했다.



엔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금까지 엔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온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호조 기대감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엔화 약세 덕분에 도요타부터 시세이도에 이르기까지 일본 대표 수출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외환시장 흐름이 계속된다면 올 회계연도 하반기(올 10월~내년 3월 말) 이들 기업의 수익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요타ㆍ닛산ㆍ혼다 등 3대 자동차업체들이 하반기 환율기준을 달러당 78~80엔으로 잡고 경영목표를 산정했기 때문에 달러당 82엔대로 낮아진 엔화 가치가 내년 3월까지 유지된다면 이들 3사의 총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치보다 1,000억엔(12억3,000만달러) 이상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엔화 약세를 일본 기업들이나 정부가 마냥 좋아할 상황만은 아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금융완화라는 정책적 요인 이전에 경상수지 악화와 정부 부채, 경제개혁 지연 등 일본 경제의 총체적 부실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엔화의 추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견조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 등 지금까지 엔고를 뒷받침했던 요인들이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닐 회장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1990년대 중반 한때를 제외하고 줄곧 엔고 전망을 견지해왔으나 근래 들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방향을 수정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경제재정상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엔화 약세 흐름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의) 구조적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