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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칼럼] 첫걸음 떼는 금융소비자 보호


은행과 키코(KIKO) 거래를 한 기업 대부분이 손실을 봤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고객들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및 무분별한 가산금리 운용 등으로 부당하게 고금리 부담을 해왔다. 저축은행에 거액을 예금하거나 후순위채를 샀던 고객들도 영업정지로 손해를 봤다. 이런 사례를 계기로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고조되자 금융위원회는 모든 유형의 금융상품ㆍ서비스에 대한 불완전판매 규제체계 구축 및 부당이득 환수(과징금)제도 도입,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과 금융위설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감독원 안에 준(準)독립기관으로 설치해 분쟁조정, 금융교육, 민원 처리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소비자 보호는 단순히 거대 금융기관이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선진국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논의는 주로 금융상품의 복잡성 제한, 체계적인 금융교육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및 감독 목표 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금융소비자들이 새로운 금융기법 및 복잡한 금융상품에 내재한 리스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있다.

금융감독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상품을 단순화하고 금융교육을 강화, 상품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세계 각국이 금융교육을 적극 펼쳐나갈 것을 권고했다.

저소득ㆍ저신용층의 금융 소외 현상은 시장의 불완전성에 기인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미국은 지역재투자법(CRA)을 강화해 은행의 저소득층 대출을 유도하고 사금융에 노출된 금융 소외자의 은행 이용을 적극 지원한다. 일본 금융청도 2005년 ‘지역밀착형 금융기능 강화 액션플랜’을 도입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무담보(보증) 대출을 독려한다.

우리나라도 미소금융ㆍ햇살론ㆍ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특화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려는 친(親)서민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시혜성 서민금융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빈곤층 금융 지원을 통해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모델이 저신용층의 금융 소외를 해소할 유력한 대안 금융으로 주목된다. 최근에는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수익성을 강화하고 상업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서민금융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 패러다임도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 위주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일 감독기구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모두 규율하는 경우 감독 목표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에 별도의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치해 금융기관 영업행위 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미국ㆍ영국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독립된 소비자 보호기구 신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통합형 감독기구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기능을 균형 있게 감독하는 데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도 소비자 보호기구 신설 등 일부 감독업무 기능을 조정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제도가 마련되더라도 금융감독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비자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 불합리한 감독관행 등으로 발생하는 민원을 당사자인 감독당국이 스스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고충민원은 독립적인 옴부즈맨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금융소비자 보호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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