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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과도한 취업 심사에 한숨짓는 금융 당국

법체계 무시 여론재판식 취업제한… 숫자놀음 행정에 부실심사 우려도

소송 걸면 정부 패소 가능성 높아 취업제한 대상 늘땐 부실심사도


정권 차원의 '관피아' 근절 바람이 거센 가운데 공직사회, 특히 금융 당국자들 사이에서 취업제한의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당한 관피아 근절이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정부가 현행법의 요건까지 무시하고 과도한 취업제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피아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정치권이나 대주주의 입김이 커지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안전행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금융감독원 출신 MG손해보험 부사장 A씨에 대해 취업 제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해임 처분을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A 씨는 금감원에 재직 중이던 지난 2012년 그린손보 대표 관리인으로 있으면서 그린손보가 MG손보에 인수되자 금감원을 퇴직하고 MG손보 부사장에 취임했다. MG손보는 그린손보의 우량자산을 인수해 설립된 신설 법인으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대상 기업이 아니어서 A씨가 취업하는 데 법적 제한은 없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는 무려 2년이나 시간이 흐른 뒤 그린손보의 자산을 인수해 설립한 MG손보가 사실상 같은 회사라며 취업제한 기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 직원이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취업제한 기업에 취업시 퇴직 후 2년간은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의 행보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는 별개로 공직자윤리위의 이번 조치는 현행법 체계상에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MG손보는 신설업체로서 외형 거래액이 없어 취업제한기업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안행부에서 취업제한기업으로 고시된 바도 없다. 이와 관련한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신설법인이 취업제한기업으로 고시되지 않은 경우 취업제한기업으로 보지 않으며 고시되지 않은 기업에 취업제한을 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나 상법 차원에서 봐도 그린손보와 MG손보는 같은 회사라고 볼 수가 없다. 심지어 대법원 판례조차 계약을 이전받은 인수금융기관(MG 손보)은 부실금융기관(그린 손보)과는 동일하지 않은 '제3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 요건이 이렇게 명확한데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여론을 발판삼아 너무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규정상 문제가 있다면 규정을 손봐야지 예전 취업자들을 여론에 따라 맘대로 재단하는 것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며 "이번 사건이 소송으로 가면 정부가 패소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론 재판식 취업 제한이 벌어지는 가운데 최근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이 자본금 10억원에 외형거래액 100억원(기존 자본금 50억원, 외형거래액 150억원)으로 크게 강화된 것을 두고도 실질적 효과도 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조차 자본금 20억~30억원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었는데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3배로 늘리겠다"는 발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가 너무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실제 이 조치에 따라 취업제한 대상 기업은 1만3,466곳으로 종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한 고위당국자는 "이렇게 되면 공직자윤리위의 업무는 너무 과중해지고 오히려 부실심사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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