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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재오 품은 박근혜의 복잡한 속내


"산에 가다 보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제각각 다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중간에서 만나더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쫓기듯 미국으로 간 뒤 10개월 만에 귀국한 지난 2009년 7월.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자신을 이같이 비유했다. 당시 세상은 이 의원이 박 위원장과 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 두 거물 정치인은 공천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겉보기에는 공천을 매개로 박 위원장이 이 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갑을 관계가 된 듯하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다르다. 이 의원 공천을 놓고 벌어진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박 위원장은 난감해졌다. 박 위원장은 이 의원이 상징하는 친이명박계를 안고 갈수도 끊고 갈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박 위원장은 이미 각종 연설을 통해 과거와의 단절, 특히 이명박 정부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하고 그 힘으로 자신의 선거인 12월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그의 발언 곳곳에서는 친이계를 배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지난 27일 새누리당의 첫 공천발표에는 이재오 의원을 포함해 친이계와 친박계 현역의원이 고루 포함됐다. 지지도가 탄탄한 현역의원이 혼자 신청한 지역을 발표하다 보니 새 인물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당은 새 인물을 공천하는 비례대표 후보부터 발표하려 했지만 이 역시 연기됐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정이 있다. 박 위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계파를 초월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친이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대선에 이기려면 나를 안고 가라'고 말한다.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궁색한 주장으로 들리지만 여권 대선주자 입장에서 무시할 수만도 없다. 가뜩이나 야권의 잠재 대선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여권의 분열은 그 자체로 대선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비대위 등의 반발에도 친이계 핵심인 이 의원을 공천한 데에는 그런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비대위와 공천위의 갈등 속에서 일단 박 위원장은 공천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분란은 계속될 것이고 박 위원장이 내놓을 해법에 따라 그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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