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늦가을 오스트리아 빈. 심리 분석의 창시자로 20세기 과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중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화가가 되기 위해 국립미술학교에 응시했지만 두번이나 낙방하고 노숙자로 전전긍긍했던 청년 아돌프 히틀러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었다. 세상을 바꿀 두 남자는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빈의 거리를 걷고 있었던 것. 프로이트는 이미 석학의 반열에 오른 사상가로 지독한 암과 싸우면서도 마지막 학문적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히틀러는 빈의 한 보호소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림엽서를 매점에서 팔며 생계를 유지하던 가난한 고학생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마크 에드문슨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유대인이었던 프로이트가 나치 통치하의 빈을 탈출해 런던으로 망명한 최후의 2년(1938~1939)간의 흔적과 거리의 노숙자에서 통치자로 변신해 대중을 이끌었던 히틀러의 행적을 따라간다. 책은 프로이트가 전제정치와 종교적 근본주의에 열망하는 대중의 심리를 연구했던 말년의 연구와 이를 행동으로 보여준 히틀러의 광기를 묘하게 교차시키고 강력한 권력자를 열망하는 대중 심리가 역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최후의 예언을 상기시킨다. 전제정치와 종교적 근본주의에 휘둘리기 쉬운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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