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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한 조상 떠올리면 45년 사제생활 부끄럽죠"

한국희망재단 이사장 최기식 신부

16일 교황 집전 시복미사서 복자 반열 오르는 이성례 후손

한 알의 밀알로 썩겠단 각오로 어려운 이 위해 봉헌 이어갈 것

"한 알의 밀알로 썩겠다는 각오로 45년을 사제로 살아왔지만 순교한 조상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소외계층 자립을 지원하는 한국희망재단 이사장인 최기식 (71·사진) 신부는 오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에서 집전하는 시복미사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시복미사를 통해 천주교 복자(福者) 반열에 오르는 순교자 이성례(1801∼1840·세례명 마리아)가 최 신부의 고조할머니다. 이성례는 두 번째 한국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다. 남편 최경환은 1984년 성인으로 선포됐고 아들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최기식 신부는 조상 최양업 신부의 뜻을 기려 만든 천주교 나눔운동 단체 '도마회'와 지학순주교기념사업회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0년간 봉사했던 천주교 장애인복지시설 '천사들의 집' 생활을 접고 원주교구에서도 은퇴했다.

그는 "집안 어른들이 시복시성되는 것은 마냥 기쁘고 설레는 일"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그분들을 더 찬미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남은 생애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나 자신을 봉헌하는 게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1971년 신부가 된 그는 사제가 될 때 고르는 성경 구절 대신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도록 해달라'는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



"선조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썩기는커녕 처음 그대로예요. 초기 교회의 중추 역할을 한 집안이지만 어린 고아들만 남으면서 어려운 생활 속에 근근이 신앙을 이어왔습니다. 그 후손답게 열심히 사는가 물으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최 신부는 한국 사회는 물론 천주교 안에서조차 교황의 메시지가 프란치스코라는 인물에 가려져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교황은 싸우지 말자, 전쟁하지 말자, 분열하지 말자는 말씀을 끊임없이 하신다"며 "이게 바로 그리스도 정신이며 방한의 주 목적이 아시아 청년대회와 시복식이라지만 사실은 평화의 사도로서 오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들의 생각이 교황 말씀과 다른 사람들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으며 자신들을 반대하고 노동자나 사회운동가들을 부추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교황께서는 늘 정의의 편에 서서 거침없이 할 말을 해오셨고 이번에도 그러실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양극화와 갈등이 평화를 더욱 깨트린다"며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교황이 오시면 우리 사회가 자기 것을 내려놓고 양보하는 형제애를 배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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