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도 시대에 따라 모습이 바뀌고 있다. 삶을 기록하고 점검한다는 용도는 변함없지만 주요 고객층이 변하고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면서 형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다이어리는 점차 가볍고 작아졌다. 예전에는 두꺼운 PVC소재 검은 외피에 '장부'느낌이 나는 18절(169mm x 240mm) 혹은 25절(149mm x 220mm) 크기의 다이어리가 잘 팔렸지만 지금은 가방에 넣고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A4 용지 반 크기인 32절지나 그 보다 더 작은 다이어리가 인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자인에도 큰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검정 일색이었던 다이어리 표지가 다양한 색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양지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이들은 가방에 넣기 쉽도록 작은 다이어리를 선호하고 속지의 일러스트나 다이어리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중시한다"고 전했다. 고도 다이어리를 제작하는 태성바인텍의 최정희 과장은 "제품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을 고려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2000년대 이후 디자인과 고급 이미지를 부각한 해외 브랜드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건조하게 일정을 적는 다이어리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과도 연결되어 있다. 간단한 스케줄 정리와 시간관리는 휴대성이 뛰어난 스마트폰의 몫이 되었기 때문에 감성을 자극하는 종이 다이어리의 특성이 오히려 돋보이게 됐다. 소비자는 톡톡 튀는 디자인이나 문화적 감성을 상징하는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자신과 동일시 하는 것이다. 유명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매해 내놓는 다이어리가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몰스킨의 홍보관계자 채정민씨는 "최근 다이어리는 정해진 형식에 따라 자신의 일과를 정리하는 용도보다는 개인적인 추억이나 아이디어, 감성을 적어놓는 노트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속지만 바꿔서 사용하는 스케줄러 대신 매해 다른 스타일의 다이어리를 선택해 일년의 기록을 남기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