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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품 아파트 실종

"원목 깔 거 장판 깔고 한국인 대신 외국인 노동자 쓰면서 마진을 맞추는 식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규분양 아파트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던 '명품 주거단지'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시세 대비 30% 저렴한 분양가' 혹은 '실속형 아파트'라는 문구가 대체하고 있다. 한껏 높인 분양가 탓에 엄청난 미분양 적의 부메랑을 맞았던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해 분양가 인하 경쟁에 나선 결과다. 소비자들로서는 언뜻 생각하면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품질'은 뒷전인 채 가격 경쟁으로만 치닫는 이 같은 변화를 마냥 기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원가 상승 요인이 널려 있는 외부 환경 변화를 살펴보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철근값은 5.7%, 유류 가격도 17.1%가 올랐다. 인건비 역시 소폭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분양가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땅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곳도 많은 데다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자금 대출에 따른 건설사들의 금융비용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에 꽁꽁 묶여 있다 보니 업체들로서는 늘어난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기본건축비는 올해 3월 1.46% 인상되는 데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가는 오르는데 가격을 낮추려면 결국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자재를 저렴한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자재값 아끼려고 철근 한두 가닥 빼는' 식의 부실ㆍ저급 시공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06년까지 100건 이하였던 하자보수 관련 소송이 최근 연간 400~500건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일색의 한국식 주거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외국에서 서민주거지로 불리던 아파트가 중산층의 대표적 주거문화로 자리잡은 데는 건설업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컸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 입주한 아파트는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와는 비교 자체가 어려울 만큼 진화했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후 건설사들에게 신기술개발이나 명품 조경 등 차별화된 단지 조성의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진화하던 아파트가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우려일까. "이대로 가다간 다시 '싸구려' 아파트 공화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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