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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강강술래, 마음 나누기


한국인이라면 '강강술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강강술래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로 한자로 풀어 쓴 '强羌水越來(강강수월래)'설이다.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온다'는 뜻으로 강 건너에 사는 주민들에게 오랑캐를 경계하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에 그 기원을 뒀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적군에게 우리의 군사가 많게 보이려고 아녀자들을 남장시켜 동원해 한데 모여 원을 그려 춤을 췄다는 이야기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둘째로는 '원'을 뜻하는 '강'과 '수레'를 의미하는 '술래'가 합쳐져 '둥글고 둥글다'라는 뜻으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어원으로 그 뜻을 달리 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강강술래가 둥글게 도는 놀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강강술래는 아무 때나 하지 않았다. 둥글고 밝은 보름달이 환히 뜬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이 됐을 때 주로 행해졌다. 달은 '음(陰)'을 상징해 풍요와 여성을 대변했으니 우리 조상들은 달빛 아래 한데 어울리며 둥글게 돌아가는 춤사위로 다산과 풍년을 기원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꿈꿨을 것이다.

옛 선조들의 전통사회를 떠올려볼 때 한밤중 장성한 아낙들이 밖에 나가 뛰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강술래를 할 때만큼은 어머니가 직접 마련해준 새 옷을 입고 한데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고 하니 강강술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놀이였다.



강강술래는 원으로 돌아가는 춤사위에 양손을 서로에게 뻗어 때론 밀기도 하고 잡아당겨주며 서로의 호흡을 나눈다. 뛰노는 동안 맞잡은 양손의 주인공은 함께 원을 그리는 '동무'일 뿐 서로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와 갈등은 무너지고 하나가 된다. 강강술래를 민중적이고 민주적인 대동놀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며칠 후면 추석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양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메시지로 대화하는 요즘 강강술래를 떠올리는 것은 원시적인 놀이가 아니냐며 반문할 세상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마음의 풍요를 조금 더 나눠보면 어떨까.

저마다의 이익과 자기 목소리 내기 바쁜 치열한 우리 사회가 올해 추석만큼은 서로에게 손을 뻗어보면 좋겠다. 흥겨운 국악 선율에 강강술래 놀이까진 아니더라도 가까운 가족과 친지부터, 그리고 친구와 동료, 때론 갈등의 당사자와도 한번쯤은 손을 맞잡아보면 어떨까. 서로의 체온과 미소가 번지면서 강강술래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고 돌고 돌 것이다. 결국 사람의 인생도, 우리의 사회와 역사도 돌고 도는 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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