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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끝났다. 스포츠를 평소 좋아하는 사람이건 그다지 관심 없던 사람이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밤늦은 시간까지 심지어는 새벽까지 올림픽 중계를 즐긴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주는 감동과 희열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만약 조선시대에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있었다면 당시 사람들은 산술적으로만 보면 대략 6회 정도의 올림픽과 월드컵을 즐길 수 있었을 듯 하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24세였다니 말이다. 그나마 영양상태가 양호하고 즉각적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왕들의 경우에는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들도 채 12회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문헌에 나타난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은 47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넘어섰고 100세시대도 머지 않았다. 100세 기준으로 한다면 요즘 사람들은 올림픽과 월드컵의 감동을 단순 계산으로는 25번이나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6회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그만큼 수명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졌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인생의 생애주기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태어나서 교육받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나서는 은퇴해서 여가를 즐기는 것일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100세시대가 도래한 요즘에는 생애주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소위 제3연령기(Third Age) 개념의 확산이 그 것인데 이미 거쳤던 교육과 경제활동, 여가라는 일련의 생애주기가 인생 중후반(40~70대)에 해당하는 제3연령기에 다시 한번 반복되는 것이다. 직선형 생애주기가 또 다른 삶이 가능한 순환형 생애주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요즘 주변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직업이나 일을 통해서 행복한 중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그 일례다.
중년 이후 제3연령기는 정체성의 재정립을 통한 자아실현의 시기다. 이전 제 1연령기(First Ageㆍ0~20대)와 제 2연령기(Second Ageㆍ20대~50대)의 삶이 부모의 도움으로 교육받고 가족을 위해서 살아야 했던 조금은 이타적인 삶이었다면, 제3연령기부터는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찾아서 새로이 교육받고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루는 비교적 이기적일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삶이 길어진 만큼 소위 인생 2모작ㆍ3모작이 가능해진 것인데,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은 좀 더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면서 또 다른 인생의 보람과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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